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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제나 주연 May 25. 2020

[타샤의 정원] 작약 시절

아이마다 꽃 피는 시기가 다르다


잎도 보이지 않던 땅 위로 붉은 싹을 띄우고, 알사탕 같던 꽃봉오리에 개미떼만 득실득실하여  꽃이 필까 걱정을 주더니 어느 날 따스한 햇살과 살랑 부는 바람에 함박웃음 지었다. 길쭉한 팔다리 뽐내는 모델 마냥 꼿꼿한 줄기 위로 얼굴만 한 커다랗고 풍성한 꽃, 함박꽃, 피오니(Peony)라 부르는 작약이 피었다.


수줍은 듯 필 듯 말 듯하더니 햇살의 뜨거운 인사에 탐스러운 함박웃음을 소리 없이 지어 버린다. 겹겹이 싸인 정원에 핀 오월의 장미가 서양 미인이라면 양배추만 한 장미라 불렀던 작약은 동양 미인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정원가득 아침이슬 먹은 작약 봉우리


모란과 작약을 많이들 비교한다. 모란이 왕자의 품격, 작약은 여왕의 우아함이라고 한다. 꽃의 생김새와 잎의 생김새가 닮았고, 영어사전에서도 작약과 모란 두 꽃 피오니 [Peony]로 표기했다. 두 꽃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나다. 사랑하는 연인이었던 중 먼저 가신 사랑하는 님은 모란이 되었고, 그 옆에 남아 있게 해달라고 빌어 작약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야기 속 개화시기를 알 수 있듯이 5월 모란이 지고 나면 작약이 피어난다고 이야기한다. 영국에서는 모란을 Peony tree로 불러 모란은 작은 나무로 작약은 식물에 속하기 때문에 두 식물은 엄연히 다르다.


집안 곳곳에 향기로움으로 설레임을 준다.


매일매일이 작약 피는 오월이면  좋겠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활짝 핀 작약꽃 걱정스러워 몇 송이 꺾어 눈이 가는 곳마다 두고 보고 두고 보는 중이다. 예전 무척이나 좋아했던 조 말론 피오니 향이 집안 전체를 채운 듯 모습만큼이나 작약 향기는 우아하고 달콤하다. 


그날 저녁 작약 향기에 취한 김에 타샤 튜더의 작약 정원이 생각이 나 동화 같은 삶을 산 그녀의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게 되었다. 그녀 인터뷰가 담긴 다큐멘터리는 그녀의 화려한 경력보다는 그녀의 삶의 원천이 되었던 정원과 인형의 집에 이르기까지 드라마틱한 사건 없이 그녀의 일상을 담아낸다. 무심히 찾아오는 사계절 정원의 모습과 정원을 맨발로 오가며 무심히 던지는 말속에서 행복의 의미를 찾게 한다.


[타샤의 정원 책에서] 답답하고 지루하게 여겼던 타샤의 라이프스타일은 시간이 흐를수록 빛이났다.


저는 언제나 제가 원하는 삶을 잘 알았고, 항상 원하는 것을 얻었어요. 하지만 인내심이 필요해요. 인내심을 가지는 건 모든 일에서 중요해요. 참을성을 기르는데 평생이 걸린 거 같아요. 참기 어려운 순간도 있지만 기다리면 보상이 따라요.


타샤의 정원 가꾸기 1원칙은 '인내심'이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느 때보다 인내하고 기다려야 하는  순간이 많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뒤집기는 왜 하지 않는지? 왜 걸음마를 못하는지? 아이의 말이 늦어지면 특히 엄마의 조바심은 극에 달한다. 아이에게 문제가 있어 말이 늦어지나 싶고, 이중언어 때문에 늦어지나 싶어 기사며 정보를 이리저리 찾아보게 된다.  전문가들의 조언은 엄마의 언어와 엄마의 노력을 공통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상세하게는 수다쟁이 엄마가 되어라! 아이에게 질문을 많이 하고 아이와의 시간을 많이 보내야 하고 특히 아이에게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였다.


전문의들이 말하는 이해 언어에 대한 기초 이론은 엄마에게 필요한 내용들이었다. 내용은 너무나 공감이 갔지만 아이마다의 기질과 성향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결국은 엄마와 아이와의 팀워크로 각자의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었다. 필요시에는 전문가의 상담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5개월 이전에는 사실 남자아이라서 말이 늦나 했다. 30개월이 되니 문제는 달랐다. 우리 아이의 말이 많이 늦다!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되었고 무렵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영국에서는 봉쇄령이 떨어졌고, 생명을 다투는 일이 아니기에 언어 상담으로 병원을 찾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 조언도 듣고 친구들과 놀며 언어 자극을 줘야 시기에 말이다. 하지만 봉쇄령 2개월이 되어 가는 지금 시점에선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 거리두기로 비교 대상이 없었기 때문에 아이에게 스트레스 없이 말문을 터트렸다. 사람들을 만나 아이를 두고 비교를 하며 아이에게 따라 해보라며 다그쳤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정원을 가꾸다 보면 어느날 눈에 보이지 않던 줄기가 생기고, 꽃봉오리를 피우고도 한참 후에야 을 피우는 것처럼 아이에게도 자기만의 언어의 꽃을 피워내는 시간이 필요하겠구나! 아이에게도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아이 스스로 내면을 채우고서야 한걸음 발을 내딛고, 전문가들이 말한 이해 언어를 채워지고서야 한마디의 말을 내뱉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월의 정원에 우아하게 활짝 핀 작약처럼 우리 아이도 어여쁜 목소리로 언어의 꽃을 피웠다.

아이의 얼굴만한 작약




말이 늦은 아이들을 위한 전문가 조언은 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말이 [아이의 언어에만 초점을 맞추지 마라]다. 말이 조금 늦을 뿐이지 다른 형태로 아이는 소통을 원할 것이라는 거다.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다 생각되어 아이와의 소통 방법을 찾는 것에 집중하게 되었다. 말이 늦은 엄마들에게 소소한 팁이 되길 바라며 적어 본다.


아이와의 소통_첫 번째


아이들이 말이 늦어지면 본인 스스로 답답해서 짜증내고, 울거나 물건을 던지며 불통을 터트리게 된다.  아이가 떼 쓴다고 생각하게 되고 원하는걸 말로 하라고 아이를 다그치게 될 것 같아. 울음 말고 다른 형태로든 본인의 기분만큼은 표현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엄마는 기분이 좋아! 해피라고 말하며 웃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싫다! 좋다! 엄마는 화가 나!라는 일상생활에 필요로 하는 제스처와 다양한 얼굴 표정으로 표현하도록 했다.  


처음에는 표정으로 말하며 재미를 찾고, 자연스럽게 문장을 말하게 되고, 해피, 엥그리, 새드 등의 단어까지 자연스럽게 노출하게 된다. 요즘은 외국 사람들처럼 다양한 표정으로 제스처를 취하며  곧잘 말을 하기 시작한다.


장 쥴리앙의 Why the face? 그림책
아이의 기분을 묻는 그림책


| 아이와의 소통_두 번째


아이가 몇 개의 단어를 구사하고, 두 문장 아니 세문장 이상 구사하는 것보다  자기 기분이 감정이 어떤지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The color monster]라는 그림책에서 몬스터의 기분을 유리병에 담아 색깔의 감정을 얘기하고, 유리병에 감정을 채워 넣으며 스스로 기분을 살피게 한다는 얘기다. 색깔놀이로 아이의 기분을 알게 되고, 아이의 기분을 엄마가 이해했다는 감정이 생겨서 인지 아이가 더듬더듬 말을 시작한. 오늘 너의 기분이 파란색이구나! 그렇구나!라고 자연스럽게 토닥토닥 효과가 발휘된다.


그림책 읽기의 시작은 재미라고 생각한다. 자기 기분이 따라 하는 책이라 관심을 가지며 책을 읽어달라 조른다! 자연스러운 그림책 읽기에 색깔 학습까지 할 수 있다. 아이와 책을 읽으며 기분 보관병을 만들어 보길 추천한다.


아이의 기분을 물어보는 기분 유리병
The color monster 그림책
Sometimes I feel Sunny 그림책 중에서




[타샤 튜더]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타샤와 아들의 대화였다. '다시 태어나면 어떻게 살고 싶어'라고 아들이 묻자 타샤는 '이번 생애도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다. 지금이 가장 행복하단다'라고 말한다.


비록 또래 아이보다 말이 조금 느리게 터졌지만 아이는 자기 기분이 어떤지?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은 안다. 그림책 속 핑크가 설렘인지 사랑인지 아름다움인지 행복인지 자기만의 언어로 표현한다. 정원에 핀 핑크색 작약을 꺾어 기분을 보관하는 유리병에 담아 창가에 두었다. 오늘 아이는 해피 해피하다고 말했다. 꼬마 정원에는 탐스러운 작약이 아이의 입에도 탐스러운 말이 해피하게 폈다.


그림책에 핀 핑크색 꽃이 작약을 닮았다. 아이의 본 오늘 작약은 해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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