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밤공기가 좋아저녁 산책을 나선다. 며칠 내린 비로 쑥 자라 버린 나뭇가지 때문인지 매일 다니던 길이낯설게 느껴진다. 산책길에 신이 난 아이는 나의 손을 뿌리치고 앞서 다다다 뛰어간다. 어느새저렇게 자랐나 싶게 훌쩍 커 버린 아이가 오늘따라 눈에 들어온다. 아이는 뛰어가다 비 고인 웅덩이를 발견했는지 신이나 옷이 다 젖도록 첨벙첨벙, 개구리 마냥 빗물이 고인 웅덩이 찾아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니며 분주하다. 아! 오늘 노을은 또 이렇게 아름다운지! 순간 행복해서 울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 이 기분, 이 온도, 여름 냄새마저 아쉬워 늦도록 여름밤을 걸었다.
첨벙첨벙 물 튕기는 소리가 경쾌하다.
여름이면 늘 꺼내 보는 그림책 한 권이 있다. <원작 : Time of Wonder, 번역: 기적의 시간 > 한 가족이섬에서 보낸 여름 이야기를 바람, 별, 바다, 자연의 모습을 풍경화 같은 그림과 아름다운 문장으로 담아낸 그림책이다. 한 장 한 장 넘기는 순간 나의 젊은 날에 떠난 여름 휴가지로 어린 시절 백숙 먹고 평상에 누워 듣던 풀벌레 소리, 개구리 소리까지 소환시켜주기 때문에 나의여름을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책이다.
You can watch the time of the world go by, From minute to minute, hour to hour, from day to day, season to season
세상에 흐르는 시간을 보고, 시시각각 계절이 바뀌는 것을 보고,자연이 흐르는 것들을본다고 했다.
[기적의 시간] 로버트 맥클로스키 글과 그림
Is the sound of growing ferns, pushing aside dead leaves, unrolling their fiddle heads, slowly unfurling, slowly stretching
죽은 나뭇잎을 옆으로 밀어내며, 고사리가 돌돌 말린 머리를 천천히 펴는 소리, 천천히 늘이는 소리
영국 락다운으로 고사리가 기지개를 찬찬히 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작가의 섬세함에 놀랐다.
나의 글을 애타게 기다리는 구독자는 없지만 나와의 약속 같았던 매주 1회 몇 달을 거르지 않고 쓰던 브런치 글을 쓰지 못했다.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마음이 분주했다. 쑥쑥 자라는 아이와 쑥쑥 달라지는 정원의 모습을 보며 지금 이 순간이 한 여름밤의 꿈처럼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조바심에마음이 분주했다.모든 감각을 곤두 세워 느끼지 않으면 1년을 또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장미는 미련스럽게몇 송이 남은 꽃잎을 떨 꿔내지 못하더니이윽고 내년을 기약하며 장미는 떠났고, 이제여름이다! 외치며 수국이 얼굴을 내밀었다. 산딸기나무엔 붉은 딸기가 사과나무에는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뜨거운 햇살에 일광욕나섰다.나뭇잎들이 내는 소리마저 경쾌하다. 이렇게 작은 정원에 여름이찾아왔다. 들뜬 마음에 분주했던 것이다.
어느새오전 햇살부터뜨거워 그늘 아래 앉아 여름이 흐르는 걸 본다. 그늘에 앉아 노는 아이를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나를 성장시켜 주고 있구나! 여름에 태어나 여름날 축하할 이벤트를 주고, 구름이 흘러가는 소리에 꽃 피는 모습에 귀 기울이게 만드는 기적의 시간을 선물했으니 말이다. 어린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지루하리 만큼 더디더니 어느새 아이와의 시간은 계절처럼 조용하게도 빨리 곁을 떠나가고 있었다.
돌아보면 오늘이 가장 눈부신 순간이라 말하고, 지난여름이 행복했는데 말할 것이다. [맘마미아 OST Our last summer] 부르며 추억팔이 말고 지금, 오늘,세상의 시간이 기적처럼흘러 여름을우리는 걷고 있다. Our This Summer 지금이다.
| 정원에 찾아온 여름의 소리들
[기적의 시간] 에서 말한 아이의 손가락을 펴듯 천천히 고개를 펴는 소리가 정말 보인다.
단풍나무도 어느새 잎을 키워 햇살을 기다린다. 여름 소나기가 쏴악쏴악 비가 나뭇잎을 두드리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