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말에 쓰는 2018년 이야기_8

한 해를 마무리하며!

by JUNHEE

종종 자기 전 아내와 함께 CCM을 부르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때가 있다. 라디오 진행 DJ인 양 나름 신청곡도 받으며 따라 부르는 데, 대부분 마무리는 시와 그림의 [항해자]라는 찬양이다. '비바람에 흔들리는 나약한 나를 잡아 주시는 그분은 나의 주님', '나 잠시 나를 의지하여도 내 삶에 항해의 방향을 잡아 주시옵소서'라는 가사가 20대 때의 나에게 유독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었다.


해외 현지의 NGO 업무를 경험해보고 싶고, 외국에서 살고 싶은 마음만 가질 뿐이었지, 그 당시 진로의 방향을 어디로 둬야 할지 분명히 알지는 못했었다. 그저 '나는 이런 사람이야', '난 너희들이랑은 달라'를 보여주고 싶어서 열심히 노만 젓고 있던 사람 같았다.


방향을 정하지 못한 항해는 결국 제자리에서 맴도는 일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마음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하던 시기였다.



탄자니아에서 낯선 언어와 문화, 익숙하지 않은 생활환경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며,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왔는지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전기가 끊겨 어둠 속에서 더위와 싸우며 밤을 보내고, 물이 끊겨서 제대로 씻지도 못한 채 꿉꿉한 옷을 입고 출근을 해야 했던 날들 속에서, 계획했던 일정과 다짐들은 번번이 틀어지곤 했다.


특히, 어느 날 새벽에 쏟아진 폭우로 집 안에 빗물이 넘쳐 들어온 적이 있다. 아무리 빗자루와 쓰레받기로 빗물을 빼내며 고군분투를 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비가 그치면서 넘쳐 들어온 빗물은 집 안 바닥에 모래와 먼지만 남긴 채 배수시설로 빠졌고, 그 광경을 한참 바라볼 때는, 이상하리만큼 내 마음이 굉장히 고요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내가 모든 것을 통제하려고 애써 왔구나'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노래로 마음이나 추스르고자 음악 어플을 켜니 [항해자]가 흘러나왔다.


'나 잠시 나를 의지하여도 내 삶의 항해에 방향을 잡아 주시옵소서'


내 힘으로 노를 젓는 것만이 전부라고 믿었던 내게, 방향을 맡긴다는 것은 어쩌면 가장 어려운 고백이었는지도 모른다.


탄자니아에서의 시간은 내 삶의 항로를 단번에 바꾸어 놓지는 않았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어디로 향하고 싶은지, 무엇을 의지하며 가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묻게 만들었다.


비바람 속에서도 항해를 멈추지 않게 하는 힘은 결국 능숙한 노 젓기가 아니라, 흔들릴 때 붙잡을 수 있는 분명한 방향이라는 사실을 그곳에서 배웠다.



지금도 하루를 마무리하며 그 찬양을 부를 때면, 탄자니아의 붉은 흙길과 빗소리, 그리고 그날의 고요한 깨달음이 함께 떠오른다. 여전히 흔들리고, 여전히 부족하지만, 적어도 방향을 잃지 않도록 붙잡아 주시는 분이 계심을 믿으며 오늘의 항해를 마친다.


모두 한 해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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