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에 쓰는 2018년 이야기_9

하루를 귀중하게 보냈던 출장지에서!

by JUNHEE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으레 새로운 목표를 세운다. 작심삼일이 될 걸 알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편에 작은 다짐 하나쯤은 꼭 올려둔다. 예를 들어, '부지런한 사람이 되겠다, 운동을 열심히 해서 살을 빼겠다. 혹은 지금보다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라는 다짐을.

이런 것을 보면 새해라는 시간은 우리 모두를 잠시 같은 출발선에 세우는 게 아닌가 라는 느낌이 든다.


영화 <어바웃 타임>은 내가 인상 깊게 본 영화 중 하나이다.

주인공이 시간을 되돌려 같은 하루를 두 번 살며 한 번은 무심하고 평범하게 보내고, 또 한 번은 같은 하루를 살되 조금 더 친절하고, 조금 더 여유롭고 그리고 조금 더 의미 있게 보내는 그 장면이 유독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18년의 끝자락에서 2019년으로 넘어가던 새해, '나도 2019년에는 하루를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한 번 더 사는 마음으로 살아보고 싶다.'란 다짐을 했고, 그렇게 그 다짐은 지금까지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

그 무렵 나는 일주일 간 잔지바르에 있는 Kwarara Media School에 작은 영화제 개최와 전통 음악 교류를 위해 한국에서 파견 온 팀의 통역을 맡았다. 교육 자료를 처음 받아 들었을 때, 내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강사님들의 말을 학생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는데, 이때부터 하루를 두 번 사는 연습을 시작한 것 같다.

전날 밤, 자료를 미리 읽어보면서, 낯선 개념을 쉬운 예시로 바꾸어 보고, 머릿속으로 강의 장면을 그려보기도 하며 어떤 질문이 나올지, 설명이 어디에서 좀 막힐 수도 있을지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내일을 먼저 살았다.

그리고 당일이 되면, 긴장이 되긴 했지만, 이미 한 번 살아본 하루라는 생각 덕분에 조금은 차분히 준비한 대로 통역을 하며 오늘을 살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하루 일과가 끝이 나면 다시 오늘을 되돌아보면서 통역이 매끄럽지 않았던 부분, 설명이 길어졌던 순간, 학생들의 반응이 미묘했던 장면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보완했고, 그렇게 수정한 마음으로 다시 그다음 날을 미리 살아보았다. 어제의 내일, 오늘의 오늘, 그리고 내일의 내일이 겹치며 하루가 조금씩 단단해짐을 느꼈다.

돌이켜보면, 그 일주일은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태도를 바꿀 수는 있다는 걸 몸으로 배운 시간이었다. 같은 하루라도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돌아보고, 어떻게 다시 맞이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하루가 될 수 있다는 것. 그 깨달음은 새해에 세운 수많은 다짐 중에서도 가장 오래 남아, 지금까지도 내 삶을 조용히 이끌고 있다.


새해를 맞아 다시 한번 그때의 마음을 떠올려본다. 오늘을 한 번 더 사는 마음으로, 조금 더 의미 있게, 조금 더 여유롭게.

올해도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하루를 잘 살아가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친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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