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에 쓰는 2018년 이야기_16

탄자니아에서의 휴일!

by JUNHEE

휴일에 사람들은 보통 집에서 늦잠을 자거나 밀린 집안일을 할 수 있을 것이고, 보고 싶었던 영화나 드라마를 몰아보거나 아니면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근처로 여행을 다녀올 수도 있을 것이다.

휴일은 굳이 어디를 가지 않아도 되는 날이라 더 좋은 것 같고, 반대로 계획해서 어디든 갈 수 있는 날이라 더 좋은 것 같다.


각자마다 휴일에 대한 기억도 다를텐데, 누군가는 휴일을 떠올리면 특정 장소가 먼저 떠오를 것이고, 또 누군가는 그날의 공기나 냄새처럼 설명하기 어려운 감각을 기억할지도 모른다.


휴일의 모습은 저마다 다르지만, 이상하게도 쉴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마음이 먼저 반응한다는 점만큼은 대부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탄자니아에 있을 때의 휴일은 대체로 느리고 단순했다. 집에 머무는 날이면 지브리 음악을 틀어 놓고 대문을 활짝 열었다. 햇살이 바닥을 따라 천천히 들어오고, 바람이 커튼을 살짝 흔들었다. 그저 그 풍경 안에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충분해졌다. 가끔은 근처 카페에 가서 책을 읽었고, 또 어떤 날에는 동기 단원들과 만나 별다른 목적 없이 시간을 보냈다. 그 시절에는 영화나 드라마를 정주행 하며 하루를 보내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특별할 것 없는 휴식이었지만, 그때의 나는 그 느슨함을 온전히 누리고 있어서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한 번은 한국에서는 전혀 진지하게 도전해보지 않았던 마라톤을 동기와 함께 참가했었다. ‘뭐 별 일이야 있겠어? 대충 뛰고, 도전했다는 거에 의의를 두자'라는 생각으로 신청을 했지만, 각자 틈틈이 진심으로 연습도 하고, 심지어 출발선에 섰을 때는 모두 긴장도 하면서 달렸던 것 같다.

또 어두운 새벽에 출발해서 행사 장소에 도착했을 때, 다르에스살람의 새벽 공기 냄새와 사람들의 숨소리가 묘하게 섞여 있는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10km를 달리면서, 중간중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끝내 완주할 수 있었고, 그 사실 하나만으로, 그날은 오래 기억에 남는 휴일이 되었다. 잘하느냐보다 해봤다는 경험 자체가 나를 조금 다르게 만들어 주던 순간이었다.


또 다른 휴일에는 다르에스살람 근처의 음부디야 섬으로 떠났다. 배를 타고 섬에 도착하자마자 펼쳐친 바다는 말 그대로 다른 세계 같았다. 맑은 물과 고운 모래, 그리고 생각보다 훨씬 조용한 해변.


그곳에서는 해야 할 일도, 서둘러야 할 이유도 없었다. 그날만큼은 그동안 짊어지고 있던 크고 작은 책임들을 모두 내려놓고, 그저 쉬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가벼워지는 경험을, 나는 그 섬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해 본 것 같았다.


돌아보면 탄자니아에서의 휴일은 대단한 계획으로 채워지지 않았다. 대신 그날의 공기, 함께했던 사람, 무심히 흘려보낸 시간이 겹겹이 쌓여 지금의 기억이 되었다. 어쩌면 의미 있고 기억에 남는 휴일이란, 무엇을 했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그 시간을 보냈느냐에 더 가까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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