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에 쓰는 2018년 이야기_15

탄자니아에서의 즐거웠던 업무들!

by JUNHEE

아침마다 나는 오늘의 할 일을 정리한다. 마치 게임 속 일일 퀘스트처럼, 하나씩 체크하지 않으면 퇴근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 사람처럼 산다. 계획표에 적힌 목록을 지워 나갈수록 안도감은 잠깐이고,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끼어들면 그날의 리듬은 순식간에 무너진다. 계획이 어긋났다는 이유만으로 숨이 턱 막히고, 시간에 쫓긴다는 감각이 나를 몰아붙인다.

그럴 때마다 문득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지금의 이 일과 역할은, 과연 나라는 사람과 잘 맞는 걸까 하고.


7~8년 전, 탄자니아에 머물던 시절에도 일상은 반복적이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지칠 즈음마다 나를 밖으로 끌어내는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출장, 먼지 나는 길을 지나 도착한 현장, 그곳에서 마주한 웃음과 소란스러움은 사무실에서의 하루와는 전혀 다른 온도를 가지고 있었다.

책상 앞에서 같은 일을 반복하다가도, 그 현장을 다녀오고 나면 다시 한번 쳇바퀴에 발을 올려놓을 힘이 생겼다. 일상이 나를 소모시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움직이게 하는 무언가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그때는 자연스럽게 알고 있었다.


사무실에서 행정 업무를 맡고 있을 때의 나는, 몸은 편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늘 허전했다. 연간 사업 자료를 취합하고, 문서를 정리하고, 데이케어센터와 직업학교의 서류를 처리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현장을 보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따라붙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수많은 서류를 넘기다 깨달았다. 이 종이들 안에 현장의 하루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고, 어떤 과정을 거쳐 성장해 왔는지, 숫자와 문장 사이사이에 그들의 시간이 기록되어 있었다. 서류는 단순한 행정의 결과물이 아니라, 현장을 이해하기 위한 또 하나의 언어였다.


출장을 나가면 배움이 더 많았다. 현장에 서면 책상 앞에서는 알 수 없던 것들이 보였다. 동시에 분명해진 것도 있다. 아무리 현장이 좋아도, 그 뒤를 받쳐 주는 행정이 없다면 아무 일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데이케어센터의 소풍, 졸업식, 그리고 각 사업장에서의 작은 행사들까지. 나에게는 업무 일정표의 한 줄이었지만, 아이들에게는 오래 기다린 설렘이었고, 기억에 남을 특별한 하루였다. 그런 날들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준비와 정리였다.


요즘도 바쁜 일상 속에서 문득 그 시절을 떠올린다. 반복되는 하루 안에도 분명히 의미와 온기가 숨어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 어딘가에 각자의 '출장 같은 순간'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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