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에 쓰는 2018년 이야기_17

탄자니에서 먹었던 음식들!

by JUNHEE

사람마다 기억을 꺼내는 방식은 조금씩 다를 것이다. 어떤 이는 사진을 통해 시간을 되짚고, 어떤 이는 음악 한 소절로 오래된 장면을 떠올린다.

나는 보통 세 가지로 기억을 불러낸다. 코끝에 스쳤던 냄새, 그 자리에 감돌던 분위기, 그리고 먹은 음식.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수단이 아니라, 그날의 공기와 감정을 함께 저장해 두는 매개체였다. 그래서인지 탄자니아에 머물던 시간도, 떠올려 보면 날짜보다 음식이 먼저 생각난다. 이러한 듯 각각의 음식을 떠올리면 나는 그날의 내 표정과 마음이 고스란히 생각난다.


탄자니아에 처음 도착했을 때 먹은 음식은 의외로 피자였다. 긴 이동 끝에 허기진 상태로 마주한 그 한 조각은, 그날의 복잡한 마음을 그대로 담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당시 나는 탄자니아가 처음이라서 모든 감정이 오락가락했었다. 설레다가도 문득 마음이 가라앉았고,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가 이유 없이 우울해지기도 했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와 함께, 이제부터는 온전히 혼자 책임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두려움과 부담감이 동시에 밀려오던 시기였다.


그 불안정한 마음을 붙잡고 첫 일주일 동안은 같이 온 동기와 냄비 밥을 지어 소시지 야채 볶음을 해서 먹거나 제육볶음을 해서 먹었다.


익숙한 음식이었지만, 낯선 공간에서 함께 먹는 그 한 끼는 하루를 버텨내게 하는 최소한의 안심 같은 것이었고, 누군가와 그래도 함께 있다는 안정감 같은 것이었다. 가끔은 라면과 맥주로 마음을 달래고, 조금씩 현지식에 손을 뻗으며 싱숭생숭한 감정 속에서도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었다.


지부장님과 사무장님 댁에서 먹었던 음식들은 또 다른 의미로 깊게 남아 있다. 냉면, 된장찌개, 김치 등 한국에서는 흔하디 흔한 메뉴였지만, 그곳에서는 마음을 단번에 풀어 주는 특별한 한 끼였다. 숟가락을 들고 국물을 한 입 떠먹는 순간, 한국과 멀리 떨어져 있던 일상과 정서가 잠시나마 이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식탁에서는 음식뿐 아니라 안부와 농담, 그리고 말로 다 하지 못한 위로가 오갔다. 낯선 나라에서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아먹는 밥은, 생각보다 큰 힘을 가지고 있었다.


현지 식당에서 먹었던 음식들도 빼놓을 수 없다. 향신료가 강한 요리 앞에서 망설이기도 했고, 이름조차 생소한 메뉴를 주문해 놓고 서로의 표정을 살피며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처음에는 낯설었던 맛이 어느 순간부터는 익숙해지고, 어느새 단골처럼 찾게 된 식당도 생겼다.


그 공간에는 현지 사람들의 일상과 리듬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고, 나는 그 식탁에 잠시 끼어 앉아 그들의 하루를 맛보았다. 음식은 언어보다 빠르게 그 사회를 이해하게 해 주는 매개체인 것 같다.


돌이켜 보면 탄자니아에서 먹었던 수많은 음식들이 나에게 더 많은 기억을 남겨 주었다. 특별히 화려한 요리가 아니어도, 함께 먹었던 사람과 그날의 마음이 더해지다 보니 더 오래 남는 추억이 된 것 같다.


냄새와 분위기 그리고 음식.

이 세 가지가 겹쳐질 때, 기억은 선명해진다.

그렇게 나의 기억은 생각보다 자주 식탁 위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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