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세 번째 여행!_아루샤&모시 2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괜히 애쓰지 않아도 되며,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내보여도 괜찮은 관계의 친구를 만나면, 만나는 목적이나 대화 주제에 상관없이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시간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탄자니아에서 살던 시절, 그런 친구들이 있어줘서 참 감사했다. (물론 나만 그렇게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첫 번째로는 사회적 기업 탐방하는 동안 아루샤에서 활동하던 동기 형을 만났다.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하자 반가움이 먼저 앞섰고, 자연스럽게 그동안의 시간을 꺼내 놓게 되었다. 각자 다른 지역에서 보내온 날들은 생각보다 비슷하면서도 달랐고, 각자 힘들었던 순간들을 털어놓다가도, 또 웃지 못할 해프닝을 공유하며 함께 웃었다.
누구에게는 쉽게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도 형 앞에서는 굳이 다듬지 않아도 괜찮았다. 함께 있는 동안 여행지보다 사람을 보러 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의 이야기는 좀처럼 끝이 나지 않았다.
동기 형이 우리를 데리고 아루샤에 있는 미술관을 데려갔다. 탄자니아의 전통 그림과 조형물, 생활과 문화가 담긴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한국에서도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즐겨 찾는 편은 아니다 보니 작품 하나하나가 깊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명한 색감과 자유로운 표현 방식,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삶의 분위기는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사진 찍는 게 더 좋았던 것 같다.)
미술관 좋긴 했지만, 나는 다시 밖으로 나와 또다시 수다를 이어간 시간이 더 기억에 남는다. 멋진 볼거리가 많은 곳이더라도 결국 나는 사람과 소통하는 게 더 좋았나 보다.
일정상 동기 형과는 아쉽게 헤어지고, 그다음 우리는 챔챔호수로 향했다. 현지 택시를 타고 이동했는데, 목적지가 지도에 잘 나오지 않았는지 기사님은 가는 내내 중간중간 차에서 내려 주변 사람들에게 길을 물었다. 다행히 물어보는 사람마다 대부분 친절하게 잘 알려줘서 길을 따라 천천히 갈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묻고 도착했더니, 그 돌고 돈 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호수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진한 에메랄드빛 물결이 햇빛을 받아 영롱하게 빛나고 있던 생각보다 넓고 깊었던 호수. 우리는 튜브를 빌려 물놀이도 하고, 나무에 걸려 있는 밧줄을 타고 타잔 놀이도 하면서 마치 초등학생들 소풍 온 것처럼 즐겁게 놀았다. 그날 그곳에 외국인 여행객들도 있었는데, 물놀이가 매개체가 되었는지 금세 어울려서 같이 놀았던 것 같다.
지금도 과연 그때와 같은 친화력으로 놀 수 있을까.
이번 여행을 돌이켜 보면 이 친구들은 성별을 떠나, 그 당시의 나를 정말 가장 나답게 만들어 주던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이상하게도 함께 다니는 동안 한 번도 크게 부딪힌 적도 없었다. 아마 여행하는 속도나 방식이 비슷했던 것도 이유였겠지만, 무엇보다 서로에게 무리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당시 모두 각자 다른 지역에 살고 있어서 자주 만날 수는 없었지만, 가끔 이렇게 다른 지역에서 만나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당시에는 큰 위안이었다.
이 친구들과의 시간은 7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내 마음 속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