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에 쓰는 2018년 이야기_21

내 삶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

by JUNHEE

올해 초등학교 4학년에 올라가는 한 아이의 모습을 보며, 나는 불현듯 과거의 나와 마주하게 되었다. 동시에 지금의 내 시선과 태도가 얼마나 굳어 있었는지도 깨닫는 순간이었다. 마치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당연하다고 여겼던 생각들이 흔들렸다.


교회에서 윷놀이를 하며 팀을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각 팀마다 팀장을 뽑았고, 그 아이의 팀에서는 그 아이가 가장 나이가 많았다. 자연스럽게 팀장을 맡을 거라 생각했는데, 더 어린 친구가 팀장을 하고 싶다고 말하자 그 아이는 망설임 없이 자리를 양보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다른 더 어린 동생들에게도 그 아이가 팀장을 해도 되는지, 너희들은 팀장을 하고 싶지 않은 지 등 하나하나 물으며 모두의 의견을 존중했다.


보통 그 나이대라면 게임을 더 많이 하고 싶은 마음에 앞설 법도 한데, 그 아이는 자신의 역할보다 공동체의 분위기를 먼저 생각하고 있었다. 대견함과 함께, 내가 너무 오랫동안 그 아이를 '어린아이'로만 보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문득 초등학교 고학년이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의 나는 스스로 어른이 되었다고 느꼈다. 스쿨버스 차장을 맡아 동생들을 챙겼고, 학교에서는 부회장으로 책임감 갖고 움직였다. 나름 최선을 다하며 '형'으로서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른들의 시선 속에 나는 늘 '어린아이'였다.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에 서운함도 컸다. 그래서 마음속에 다짐했다. 어른이 되면 아이들을 이런 시선으로 보지 않겠다고.


탄자니아에 처음 갔을 때, 내 나이는 26살이었다. 군대도 전역하고, 대학교에서는 '화석'소리를 들을 만큼 오래 학교에 있었기에 스스로 충분히 어른이라 여겼다. 그런데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은 나를 보며 '한창 좋을 때다.', '아직 어려서 부럽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말들이 와닿지 않았다.


나는 빨리 취업해 돈을 벌고, 어른으로서 독립해야 한다는 조급함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34살이 된 지금 돌아보면, 조금 더 여유를 가져도 됐고, 나 자신에게 더 관대해도 됐는데,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괜한 스트레스를 안고 살았던 것 같아서 그 시절의 내가 참 안쓰럽다는 마음이 든다.


그러나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이라는 책임 앞에서 새로운 도전은 사치처럼 느껴지고, 지금의 상황을 지켜야 한다며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인생 선배들은 "아직 젊다, 더 할 수 있는 게 많다."라고 말하지만, 막연한 두려움 속에서 현재에 안주하며 또 다른 스트레스를 만들어낸다.


이 모든 조바심과 긴장은 어쩌면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른다. 남들과 비교하면서 정답을 정해놓고 그 정답에 닿기 위해서 나를 깎아내고 또 깎아내는 것 같다.


문득, 탄자니아에서 만났던 한 선교사님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분은 20대부터 30대 초반까지 앞만 보며 살다가, 37살 탄자니아에서 선교를 시작했다. 어린 자녀도 있었으니, 새로운 도전 앞에서 두려움이 없었을 리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전해지는 소식 속의 그분은, 자신이 의미 있다고 믿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였다.


언젠가 인생의 끝에서 내 삶을 돌아본다면, 과연 어떤 시간이 더 선명하게 남아 있을까. 조급함 속에서 버텨낸 나날일까, 아니면 두려움 속에서도 선택했던 순간들일까. 오늘 교회에서 그 아이의 작은 행동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내게는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다시 묻게 했다. 어쩌면 지금이 바로 그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 중 하나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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