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에 쓰는 2018년 이야기_23

마음 다 잡기!

by JUNHEE

여유라는 단어가 점점 낯설어지는 요즘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출근 준비하고, 하루를 버티듯 보내고, 집에 들어오면 씻고 잠들기 바쁜 일상이 반복된다. 해야 할 일은 늘 비슷한데 마음은 점점 더 쫓기는 느낌이 든다. 잘 살아내고 있는지 돌아볼 틈도 없이 하루가 흘러가고, 그렇게 쌓인 피로가 어느 순간부터는 이유 없이 무겁게 느껴진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이 비슷한 속도로, 비슷한 숨 가쁨 속에서 하루를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싶다.


비행기를 타고 하늘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때면 그런 마음이 조금 느슨해진다. 발아래로 펼쳐진 도시와 길, 건물들은 손에 잡힐 듯 작아 보이고, 그 안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의 삶도 점처럼 느껴진다. 이 티글 같은 공간에서 우리는 각자의 사정과 고민을 안고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지만, 한 발짝만 멀어져 바라보면 그 모든 것이 생각보다 작아 보인다.


그 순간, 지금까지 나를 짓누르던 스트레스가 꼭 전부일 필요는 없겠다는 위안을 받는다. 세상은 이렇게 넓고, 나는 아직 더 보고, 더 느끼고, 더 경험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마음을 조금 가볍게 만든다.


탄자니아에서 국립공원을 찾았을 때도 비슷한 위안을 느꼈다. 끝없이 펼쳐진 평원 위를 동물들이 자유롭게 오가고 있었다. 누구에게 쫓기지도, 서두르지도 않은 채 그들만의 리듬으로 살아가는 모습은 묘하게 평온했다.


분명 그들만의 질서와 긴장도 존재하겠지만, 도시의 기준과 속도로만 세상을 바라보던 나에게는 그 풍경 자체가 하나의 쉼이었다. 눈앞의 고민이 전부인 것처럼 느껴질 때도, 세상에는 이렇게 다양한 존재와 삶의 방식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마음이 조금 넓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탄자니아의 밤은 유난히 조용했다. 안전 문제로 해가 지는 저녁 8시쯤이면 자연스럽게 집에 머물렀다. 처음에는 할 일이 없어 그 시간에 잠을 자기도 했고, 한동안은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시간이 더 흐른 뒤에는 그 고용한 밤을 이용해 일기를 쓰고, 생각을 정리하며 글을 적었다.


지금의 나는 하루를 마치고 돌아오면 쉬기에도 벅찬 일상을 살고 있지만, 그때처럼 하루의 끝자락에 나만의 시간을 잘 쓸 수 있다면 반복되는 일상에 이렇게까지 지치지는 않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집 한켠에 잠들어 있던 맥북을 다시 켜게 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반복되는 일상에 작은 새로움을 주고 싶었고, 그 방법으로 탄자니아에서의 기억을 글로 꺼내 보기로 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잠시나마 그곳의 하늘과 바람, 밤의 공기를 떠올릴 수 있었고, 그 자체로 일상에서 한 발짝 벗어난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도 다른 나라에서의 이야기, 그리고 나누고 싶은 마음들을 계속 글로 남기고 싶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너무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고, 조금 여유롭게,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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