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게 떠들고 싶은 이야기!
아주 대단한 사건도, 누군가에게 꼭 들려줘야 할 교훈이 담긴 이야기도 아닌 그저 혼자 있으면 괜히 떠들고 싶어지는 이야기가 있다. 대나무 숲이 있다면 아무도 안 듣는데도 신나게 늘어놓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 만약 그날을 함께 보냈던 사람이 지금 내 옆에 있다면, 밤이 새도록 같은 장면을 반복해서 말해도 질리지 않을 것이다.
이번 글이 그런 결의 이야기들이다.
특별해서가 아니라, 나만 기억 속으로 담고 있기엔 아까워서 자꾸 꺼내 보고 싶어지는 그런 이야기들.
탄자니아에서 맞은 추석은 중국인 가족과 함께였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추석이 갖는 무게는 비슷해서인지, 그들은 타지에서 보내는 명절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식사 초대를 받아 집에 가니 자연스럽게 만두를 빚기 시작했다. 낯선 나라에서 둘러앉아 만두를 빚고 있으니 묘하게 가족 같은 온기가 올라왔다. 각자 먹을 만두를 직접 빚는 자리였는데, 나는 유난히 손재주가 없었다. 만두 모양이 엉망이 되자 아주머니는 웃으며 "너는 만두피나 만들어"라고 했고, 그마저도 잘 못해 결국 아저씨들을 따라가 게를 굽게 되었다.
저녁이 되자 모두가 만든 음식을 나눠 먹으며 담소를 나눴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또렷이 기억나지 않지만,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즐거웠다. 국적도 언어도 달랐지만, 그날만큼은 정말 가족처럼 따뜻한 저녁이었다.
마침 그즈음, KCOC에서 보내 준 선물이 도착했다. 라면과 과자, 레트로트 등 식품이었는데, 탄자니아에는 한국 마트가 없어 라면 하나도 귀하다 보니 그날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어느 날 우연히 중국 마트에 갔다가 한국 라면과 과자, 떡 심지어 이슬톡톡까지 발견했다. 귀한 것들을 한가득 담고 가게 주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친해졌다. 정확히 언제, 왜 친해졌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그냥 서로 보면 웃음이 나고, 집 가는 우버를 기다리는 동안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러던 또 다른 어느 날, 나에게 필요한 게 있냐는 질문에 농담처럼 이슬톡톡을 말한 적이 있었는데, 다음 컨테이너를 받는 날 정말 이슬톡톡을 주문해 주고 선물로도 몇 병을 건네주었다. 타지에서 느낀, 설명하기 어려운 아시아인의 정을 그날 느꼈다. 그 가게 주인 덕분에 펄 들어간 타로 밀크티, 삼겹살 등 원 없이 먹었던 것 같다.
또 한 번은 우연한 기회로 클럽을 가게 된 적이 있었다. 클럽 주인은 이탈리아 사람이었고,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이 탄자니아 사람이 아닌 탄자니아에 살고 있던 외국인들이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기억이 흐릿하지만, 늘 비슷한 질문들이 오갔던 것 같다. 어디서 왔는지, 왜 탄자니아에 왔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서로의 나라에 가 본 적은 있는지 등등.
이후 클럽을 같이 간 동기 친구들과 함께 현지 호텔 펍으로 2차를 갔다. 지금 돌이켜보면 꽤 위험했을 행동이었지만, 그땐 그저 젊었고, 경험이 답이다라고 믿고 있었다.
이렇게 소소하게 떠들고 싶은 이야기들을 글로 적다 보니 묘하게 즐겁다. 한국에서라면 쉽게 하지 못했을 경험들이라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어쩌면 이런 기억들이 나를 과거에만 붙잡아 두는 걸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후회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기억들 덕분에 새로운 곳에 대한 두려움이 줄었고, 다시 도전해 볼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느낀다.
주절주절 써 내려가다 보니, 잠시나마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다. 그래서 이 글쓰기 자체가 꽤나 매력적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