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왜 그렇게밖에 못해? - 무너짐의 시작

존중이 사라진 자리에서, 나는 조금씩 부서지고 있었다

by CHOI

몇 번을 망설이다가 정신의학과 병원 문을 열었다. 여느 병원처럼 접수를 하고, 벤치에 앉아 내 이름이 불리길 기다렸다. 그런데 그 순간의 내 모습이 그렇게 비참할 수가 없었다. 아마 5월쯤이었을 것이다. 2월에 퇴사하고도, 나는 내 심각함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다.


나는 나 자신이 한심하고, 미웠다.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왜 그렇게 밖에 못해?"

"우린 이미 잘하고 있었어."

"너 왜 그렇게 변했어?"

"원래 그런 애 아니었잖아. "

"왜 자꾸 내 말에 토를 달아?"

"너 진짜 무서운 애다."

"이것 밖에 못해?"

"이렇게 할 거면서 예전에 나한테 잘할 거라고 말했다고?"

"너 진짜 엉망이다."

"나사 어디 빠진 사람 같아."

"지금 네가 어떻게 한 줄 알아? 시간을 낭비한 거야. 내 시간을 낭비했다고!!"

"지금 너네 팀 엉망진창이야."

"사람이 기본이 안 돼있네."

"이게 너네 팀의 존재이유인데, 지금은 존재 이유가 없어, 알아?"

"왜 내가 이렇까지 하는 줄 알아? 다 너 잘되라고 하는 거야."

"내가 업무 말고 다른 소리 하는 것 본 적 있어?"

"내가 너한테 일부러 그렇게 했겠니?"




나는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쏟아 들은 적이 없었다. 상사에게서, 그리고 그 누구에서도.


처음 면접에서 만난 그는 그저 말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서른 중반, 오랜 공백 끝에 얻은 직장은 나에게 인생을 다시 세울 수 있는 기회이자 무대였다. 그를 믿고, 회사를 믿었다.


나는 경력자 같은 신입이었다. 손은 빨랐고, 눈치는 빨랐다. 직원들과 금세 친해졌고, 새로 들어온 이들은 나를 의지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상사는 나에게 ‘과장’이라는 타이틀을 주었고, 그 순간부터 ‘책임’이라는 이름의 짐이 어깨 위에 얹혔다.


이력서를 내지 말았어야 했을까

면접을 보러 가지 말았어야 했을까

출근을 하지 말았어야 했을까...

그날 이후, 나의 영혼과 정신은 조금씩 난도질당하기 시작했다.


옆자리 동료에게 쏟아지는 폭언을 들을 때마다 그 고통을 함께 삼켰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아 있지 말았어야 했다.

그때 그냥 일어나, 나 자신을 구했어야 했다.




난 퇴사 후 시간이 지나,

거리에서 그와 비슷한 사람을 마주친 적이 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고, 나는 본능적으로 숨었다.

그의 목소리, 억양, 눈빛까지... 그건 단순한 질책이 아니었다.

존중이 무너지는 소리, 공포 그 자체였다.


하지만, 난 그걸 이겨내야 강해질 거라 믿었다.

괜찮은 척, 단단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그 공포의 공기를 온몸으로 흡수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나는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이번 연재 글은,

그때 그 시간을 보낸 아픈 나를 다시 만나기 위한 글이다.

그리고 지금도 어딘가에서 똑같은 말을 들으며 버티고 있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이다.


_혜온






"

혹시 지금, 같은 말을 듣고 있는 당신이 있다면

제발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길 바란다.

당신은 잘못한 게 아니다.

당신의 하루에도 ‘존중’이 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