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핍과 여유 사이

by 혜야
20200900flatwhite2_PaperModify_square.jpg 수채화 by 혜야



‘어느 정도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이고 어느 정도여야 가난한 것인가’에 대해 갑론을박이 많은 것 같다. 그만큼 살기가 각박해, 서로 간에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이런 것 또한 논쟁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에게 가난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내 몸이 아픈데 병원에 진찰받으러 갈 수 없는 것이라 답하겠다. 예술가로 살다 보면 때때로 병원에 갈 만 원이 없을 때가 있다. 병원비 만 원이면 해결되는 병은 경증이라 그나마 다행이다. 한 번 가면 최소 5만 원은 필요한 약간 중증의 질병의 경우는 정말 하느님께 기도드리는 수밖에 없다 - ‘제발 돈이 생길 때까지 제 몸이 조금만 더 버티게 해주옵소서.’


반면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것이 무엇이냐 물으면, 아무 할 일 없이 카페에 앉아있을 수 있는 것이라 답하겠다. 요즘 카페의 커피 가격이 심상치 않다. 특히 예쁘고 분위기 좋은 카페는 서울 기준으로 음료 한 잔에 6-7천 원 정도는 생각해야 한다. 나처럼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바닐라라테’와 같은 특정한 메뉴를 고집하는 사람에겐 더욱더 가격의 압박이 세다. 그래서인지 나는 어느 날부터 ‘카페에 가야 할 이유‘가 있을 때만 카페를 이용한다. 친구나 지인들을 만날 때, 밖에 있는 시간이 길어서 한 번은 제대로 쉬어줘야 할 때, 휴대폰 충전을 해야 하는데 보조 배터리가 없을 때. 이렇게 타당한 이유가 있을 때만 카페를 간다. 그런 나에게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이의 상징이라면, 원할 때 언제든지 카페에 갈 수 있는 것인 것 같다. ’어쩔 수 없이‘가 아니라, ’내가 원해서’, ‘그냥‘ 갈 수 있는 여유.


경제적으로 궁핍하거나 여유롭다는 것에 대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기준일랑 옆으로 치워두고, 모두 남은 한 해 경제적 여유를 향해 한 발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우선 나는 할 일 없이 카페에 앉아있기 위해 오늘을 좀 더 열심히 살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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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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