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현역 개찰구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은 젊은 남자를 보았다. 앳된 얼굴이 대학생 같았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에는 또래의 여자애가 있었다. 여자는 개찰구를 나오더니 겨우 몇 걸음 떨어져 있는 남자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두 사람은 잠깐 포옹을 한 후 이 더운 여름에 팔짱을 끼고 걸어갔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 내내 아까 본 그 커플이 생각났다. 두 사람의 젊음이, 누군가에게 어서 달려가 안기고 싶은 마음이 참 부러웠다. 나는 언제 마지막으로 그렇게 누군가의 품에 서둘러 안기고 싶었나 곰곰이 떠올렸다. 아무래도 생각이 안 났다.
비록 마음속에 떠오르는 이 하나 없지만,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그런 사랑이 다시 찾아올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 본 커플의 어리고 푸른 마음을 내 안에 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