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나이 드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는데 요즘은 나이 듦을 좀 더 받아들이게 되었다.
특별한 계기가 있는 건 아니었고, 그냥 자연스러운 과정인 것 같다.
계속 거부해 봤자 나만 힘들어서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예전보다 올드해 보이는 옷이나 액세서리에 눈이 간다.
나이 든 여자의 상징(?)이라는 허리 벨트가 있는 롱패딩이 이뻐 보이고, 귀염 깜찍한 옷보다는 좀 더 절제된 옷이 좋다.
매일 반복되는 업무에 지쳐서 머리가 헝클어진 채로 출근하거나
면도가 덜 된 얼굴을 하고
점심으로는 국밥을 맛있게 먹는 최소 30대 후반의 남자가 귀여워 보인다.
둘레길 하이킹이나 등산에 관심이 가고, 그러다 보니 등산복도 하나 사고 싶어진다.
멋져 보이는 외제차보다 현실적인 금액대의 아반떼나 쏘나타가 눈에 들어오고, 그 둘 중 쏘나타가 더 좋다고 하니 그걸 사면 좋겠다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초록빛이었던 나무가 노란색으로 주황색으로 단풍이 지듯이,
나도 이제 내 인생의 새로운 페이스로 나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런데 그게 싫지 않다.
이 새로운 삶이 약간은 설렌다.
어쩌면 남들보다 약간 늦은 감이 있지만,
무르익고 성숙한 나의 30대 끝자락을 한껏 즐겨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