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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베짱이 Jul 21. 2020

그것이 알고 싶다.

'왜' 인지 알고 나면 왠지 일단 마음은 편해지는 신기한 현상

육아휴직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 아이를 둔 주위 사람들의 말은 다 한가지였다. "너네 아기는 니가 잠 잘 시간을 좀 주길 바란다. 잘 수 있을 때 무조건 자둬라." 잠이 그렇게 큰 이슈라니. 많이 들으서 대충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진짜 당해보니 이건, 우와 장난이 아니다.


원래 잠이 많았고 지금까지 잠은 항상 충분히 자 오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고3 땐 학교에서 쭉 자고, 논문을 쓸 때에도 잠은 자가면서 쓰고, 장시간 비행기는 잠을 실컷 잘 수 있어서 은근 즐기던 사람이었다. 자느라 보고싶었던 영화가 있어도 못 보고.) 잠이라는 큰 산을 내가 쉽게 넘을 수 없을 거라.. 이미 느끼고 있었다.


처음 몇 주는 나도 정신이 없고 아기는 먹으면 진짜 자기만 해서 나는 은근 '이거 별거 아니네. 힘든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다.' 하면서 자신감을 좀 가지고 있었다. 한 번 먹이고 재워서 내려놓으면 3시간 길게는 4시간까지도 밤에 자니깐 나도 어느정도 견딜만 했다. 그 때엔 나의 현재 문제, 그냥 빨리 자궁안의 상처가 다 낫고 나의 변비가 다 해결되길 바랄 뿐이었다. 


그렇게 처음 3, 4주가 지나고 나의 몸도 많이 회복 되고 내 정신도 돌아오니 이제 우리 아가도 점점 또렷해지면서 이 세계에 적응을 시작하는 가 싶더니 먹고 자는 패턴이 약간 달라지기 시작했다. 잠을 좀 재우다가 내려놓았을 때 3시간은 자던 아기는 이제 아기침대에 놓자마자 한 3분? 길게는 30분 지나면 특유의 '엑, 엑, 크르릉' 하는 신음 소리 같은 소리를 내면서 자꾸 깨는게 아닌가. 나랑 오서방은 약간의 당황과 나중엔 약간의 짜증으로 이어지면서 왜 우리가 잘 해오던 패턴이 안 먹히는 가에 대해 인터넷으로, 책으로 알아보고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나는 아기를 흔들의자에서 안고 재우면서 한 손에는 폰을 들고 여러가지 검색어를 집어 넣어가며 해답을 얻고자 했다. 


가끔씩 보고 있는 선물 받은 책


많이 얘기하는 것이 원더윅스 (wonder weeks) 혹은 급성장기 (growth spurt) 때에 아가들이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느라 많이 힘들어하고 찡찡댄다는 얘기를 했다. 나름 많은 연구를 통한 구체적인 자료와 숫자도 있었고 언제쯤 아이들이 힘들어 하고 물론 그로인해 언제 부모도 힘들어 지는 지를 설명해 놓았다. 때마침 우리 아가는 6주차를 맞이 하고 있었고 6주차가 급 성장기라는 문장을 보고는 '아, 그래서 그랬구나! 여러가지 새로운 환경에 힘들텐데 내가 더 열심히 도와주자. 아껴주자.'라는 생각을 할 수가 있었다.


왠지 뭔가 다 이해가 되고 이것만 지나면 모든 것이 해결 될 것 같은 기분. 오서방이랑 이것에 대해 얘기하면서 우리는 기뻐했다. 우리 아기가 정상적으로 잘 자라주고 있다는 뜻이니까. 이렇게 설명을 듣고 '왜'인지에 대해 이해를 하게 되니 우는 소리도 더 웃으면서 들을 수 있다고 해야하나.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숫자가 정확한 것인지? 모든 아기들이 다 똑같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로봇도 아니고, 이렇게 숫자가 정확하게 딱 떨어질 것 같지는 않은 불안감.


그리고 그 불안감은 역시나 맞았다. 6주가 지났는데도 아기가 보이는 양상은 같았고, 혹은 더 심해진 것 같은 날도 있었고. 우후후 그럼 또 우리는 '왜' 그렇지, '어떻게' 이걸 바꿀 수 있을까에 대해 끊임없이 조사하고 대화했다. 뭐 근데 간단히 말해서, 그렇게 오랜 대화를 해 봤자 우는 아기가 직접 말해 주지 않는한 결국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추측 일 뿐이라는 결론에 도달 했다. 


원인과 결과가 딱 떨어지는 생각방식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는지 이렇게 예상할 수도, 기대할 수도 없는 (어느정도 파악이 가능한 상황이 많지만 그래도 예상이 항상 맞지는 않는다) 상황 + 귓전을 때리는 울음 소리에 우리는 점점 지쳐갔다. 육아 서적과 육아관련 유투브를 그렇게 많이 봤으나 그냥 울고 있는 아이에겐 젖을 물리거나 계속 짐볼 위에서 바운스 바운스 해 주는 수 밖에... 


나중에 생각 해 보면 결국 그 많은 정보는 우리 어른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해 주고자 만들어낸 일종의 마음 위안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왠지 이유를 알고 덤벼들면 쉽게 상황을 돌파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러면 왠지 해결책을 빨리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하지만 인생이라는거 특히 그 작은 아기들의 인생은 정말 갈피를 잡을 수 없는거 우리 다 알지 않을까? 그냥 울면 가서 안아줘야지 우리 사랑스러운 아가. 쑥쑥 잘 크자!


2020년 2월 11일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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