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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베짱이 Jul 21. 2020

울어줘서 고마워!

크게 마음껏 울어!

100일 전까지는 원래 아기가 큰 소리로 '응애 응애'하고 많이 운단다. (진짜 아기 울음이 응애 글자 처럼 들린다!) 진짜 처음 몇 주 동안은 조금만 내려놔도 울고 자주 먹고 진짜 편하게 쉴틈이 없는 것 같았다. 그 조그만 몸뚱아리에서 나오는 울음소리는 얼마나 크고 당찬지! 어쩔 때는 그 울음소리가 너무 고음이라 정말 견디기 힘들 때도 있었다. 다행히 우리 아가는 배고픔이나 졸음이 충족되면 그다지 오래 울지는 않았다. 하지만 5분 이하의 울음소리도 어쩔 때는 그 소리가 너무 커서 귀가 따갑고 두 사람이 서로 대화를 못 할 정도였다. (그냥 서로의 말 소리가 안 들린다!) 오서방은 어느날 밤 아마존에서 우리가 고3때 쓰던 그 조그만 3M 귀마개를 주문했더라. 


오서방이 1개월 남짓한 육아휴직을 끝내고 직장으로 돌아가고 이제 나 혼자 집에 아기와 남았다. 나는 육아휴직이 아직 좀 남아있었고 대학원 생이기 때문에 좀 시간이 여유로운 편이라 아기를 돌보기엔 이 보다 좋을 수 없는 때 이긴 했다. 하지만 집에 혼자 신생아와 단둘이 있다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계속 신경을 써 주어야 하는 연약한 아기와 아직 회복 단계에 있는 산모는 서로를 돌 볼 수도 없고 서로를 쉬게 할 수도 없었다. 뜨끈한 물로 좀 긴 샤워를 하고 싶어도 아기 혼자 놔두고 샤워를 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요리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고, 간단한 음식을 먹는 것도 힘들었다. 어딘가 혼자 놔두면 그냥 자꾸 우니까!


하지만 이것도 처음 한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면서 우는 횟수와 우는 시간이 짧아지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졌다. 물론 나의 육체적 컨디션도 많이 회복을 했음은 당연하다! 이젠 내가 무언가 혼자 빨리 해야할 때 아기를 아기 침대에 놔두고 휘리릭 갔다오는 것이 가능했다. 또 내가 일을 해야 할 때에도 내 책상 옆에 아기 바운서에 아기를 놔두고 혼자 일을 잠시 하는 것도 괜찮아졌다. 혼자 둥가둥가 재미있게 놀더라고 가끔은. 


그리고 설거지를 하거나 샤워를 할 때에도 혹시 우는 것은 아닌지 귀를 기울인다. 그러고 보니 깨달은 것은 아기가 우는게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한 것이라는 것이다! 아기가 울기 전까진 잠시나마 나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또 무슨 문제가 있으면 큰 소리로 울어줄 것이라는 기대아닌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나름 마음을 놓고 내 시간에 짧게 나마 집중할 수 있었다. 어찌보면 우는 것은 아기에겐 생명과 직결된 문제 이고 그 큰 울음소리는 가장 효과적인 대화수단 일 것이다. 처음 태어나자 마자 어느 나라 말을 해야할 지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며 웃거나 말을 하는 건 멀리서 설거지 하는 엄마에게 안 통할테니 말이다. 그냥 울어버리면 만사가 스탑되고 자기에게 집중시킬 수 있는 그 힘이 생긴다. 얼마나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일인가?


그래서 오늘도 울고있는 아기에게 달려가서는 안아주며 얘기했다. 큰 소리로 울어줘서 고마워!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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