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함 말고 꾸준함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더라

by 최용

서울광역청년센터에서 구직활동 중인 20~30대 청년을 대상으로 코칭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서울특별시는 청년사회안전망운영과 청년미래지원을 목적으로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들을 위한 청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각 구별로 청년센터가 있고, 총괄하는 서울광역청년센터가 있다. (코칭을 하면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이 센터에서는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중의 하나로 구직청년대상 코칭 프로그램에 코치로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혼자 한 것은 아니고 한국코칭심리학회 멤버들과 함께 진행한 공동작업이었다.


한 번은 강점기반의 코칭을, 또 한 번은 실패경험기반의 코칭을 진행했다. 참석자들 중 조별로 나뉜 10여명 정도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에서 그룹코칭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개별적으로 신청한 경우 개인코칭도 진행했었다.



이 프로그램에서도 느꼈지만 커리어코칭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구직 준비 청년들은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다.


우선,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경우가 드물다.

이는 대부분의 청년들이 가진 특징이다. 커리어코칭에서 가장 먼저 진행하는 작업은 자기인식을 위한 자기탐색이다. 전통적인 진로이론 부터 구성주의이론까지 모든 이론에서 말한다.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찾으라고.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파악하라고.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부분은 이것을 잘 못한다. 나도 그랬다. 우리 대부분이 그랬을 거라 생각된다. 자신을 잘 알지 못하는 상황은 젊은 청년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4~50대가 되어도 자신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내가 해야 할 역할(학생으로 공부 잘하기 등)이 무엇인지는 잘 알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해본 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해서도 학습과 훈련이 필요한데 그것을 해보지 못한 것이다.


두번째로, 대부분이 조급하다. 뭐라도 하고 있지 않으면 아무 존재도 아닌 듯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인지 직업을 갖지 않고 있으면 무가치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그건 일이 아니라고 여긴다. 그러다보니 직업을 갖지 않은 자신의 현재 상태, 즉 무가치한 상태를 빠르게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조급해진다. 이 조급함은 대부분 주변, 특히 가족이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주변에서 빠르게 직장을 찾은 친구들로 인해 조급함이 생기기도 한다. 시간을 가지고 자신을 찾으면서 조금 천천히 가도 될 텐데 주변에서 가만 두지 않는 것이다.


영국에는 Gap Year 제도라는 오래된 청년 성장·진로 탐색 제도가 있다. 학생들이 학업, 주로 대학 진학을 미루고 약 1년 동안 다양한 활동(해외 봉사, 인턴십, 여행, 워킹홀리데이, 진로 탐색 등)에 참여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영국 대부분의 대학이 Gap Year 후 입학(혹은 재입학)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입학 허가자들의 Gap Year 신청(입학 연기, Deferral)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학생들은 자신의 흥미와 적성, 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 기회를 갖는다. 즉, 스스로를 탐색하고 인식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Gap Year를 경험한 학생들은 학업 성취도와 자기효능감, 전공 결정의 확신이 높게 나타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1960년 부터 시작된 오래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효과들 덕분에 현재까지도 교육과 사회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장려·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제도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 아닌가 싶다. 나 자신에 대한 이해와 인정, 그리고 그에 맞는 나의 커리어를 여유를 가지고 고민할 시간이 우리 모두에게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장 해야 할 것을 찾느라 조급한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고, 나에게 맞는, 나의 커리어를 찾아가는 꾸준한 시간이 필요하다.


제도적으로 확보된 시간과 과정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일지라도 나를 위해, 나의 커리어를 위해 경험하고 탐색하는 시간과 과정을 스스로 챙겨서 만들면 어떨까? 1년의 Gap Year가 아니더라도, 일주일, 한 달, 석 달의 작은 갭을 의도적으로 설계하는 것이다. 'Micro Gap(마이크로 갭)'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매주 금요일 오후를 '나 탐색의 시간'으로 정하고 새로운 활동을 해보거나, 한 달에 한 번은 평소 관심 있던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새로운 기술을 익혀보거나, 자원봉사를 통해 다른 관점을 경험해보는 것도 좋다. 중요한 것은 이런 시간들을 '시간 낭비'가 아닌 '투자'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다.


무엇보다 주변의 시선과 압박에 머물러있지 말고, '나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남들보다 늦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속도로 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 조급한 선택보다 꾸준한 한 걸음이 더 나은 나의 커리어를 만들어 가는 발전적 과정임을 믿어보자.


조급함 대신 꾸준함을 선택할 때, 비로소 진짜 나다운 커리어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오늘부터 나를 위한 시간을 조금씩, 꾸준히 만들자. 그렇게 나를 챙기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