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소득 말고 사업소득

다음 stage가 필요한 당신에

by 최용

매월 25일, 어김없이 들어오던 월급이 오늘은 들어오지 않았다.


매월 25일은 월급이 통장에 꽂히는 날이다. 그런데 오늘은 안 들어왔다. 무려 342개월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나는 30여년의 시간을 월급쟁이로 살았다. 몇 번의 이동이 있긴 했지만, 감사하게도 한번도 월급이 밀린 적이 없는 안정적인 직장에서 생활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한번도 빠짐없이 매월 25일에 급여가 입금되었다. 그랬던 나에게 343개월째 급여가 들어오지 않았다. 지난 달을 끝으로 더 이상 월급쟁이가 아니다. 근로자가 아닌 것이다. 이제부터는 근로소득이 아닌 사업소득으로 살아야 한다.


이 상황을 맞이하는 오늘 무수히 많은 다양한 감정들이 휘몰아친다. 가장 쎈 감정은 불안이다. 크던 작던 고정적으로 입금되던 생활비가 이제 없어졌으니 불안한 감정은 당연하다. 그리고 당황스럽다. 경험해보지 않은 날을 처음 맞는 당황스러움이다. 예고된 변화였지만, 막상 닥치니 낯설고 당황스럽다. 또, 걱정스럽다. 고정적 소득없이 잘 살아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다.


이런 날이 언젠가 올 것이라고 인지적으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감정적으로 실감하게 될거라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일부러 회피한 것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는 말이지 싶다. 실제 맞딱뜨리지 않으면 체험할 수 없는 감정이기도 하지만 불편한 감정을 미리 예상하는 번거러움을 가질 이유도 없지 않은가. 여튼, 다양한 감정의 쓰나미가 참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그래서 지금처럼 내 글도 쓰보고, 남의 글도 읽어보면서 휘몰아친 나의 무수한 감정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중이다. 그러던 와중에 이런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삶이 불확실하다는 느낌에 낙담하기’ 보다는 ‘즐기는 일을 한다는 생각에 아침에 즐겁게 일어날 수 있다.’라고 생각 해보라는 글이었다. 딱 내 이야기가 아닌가 싶어 눈이 갔다.


앞서 확인된 나의 감정들, 불안과 당황스러움, 그리고 걱정 같은 부정적 감정 이외에 긍정적인 감정도 있다. 특히, ‘기대되는’이 가장 큰 긍정적 감정이다. 앞으로의 내 삶이 얼마나 재미있을까라는 기대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직장생활 내내 꿈꿔왔던, 상상속에서만 있었던, 내가 주도하는 나의 일을 이제 본격적으로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조금 더 자유롭게, 자율적으로, 집중해야 할 본질에 더 집중하면서 역할이 아닌 나의 재능을 세상에 펼칠 수 있는 일을 이제 조금씩 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기대되고 설렌다. 안다. 이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 순간인지를 잘 안다. 그래도 불안하고 걱정된다. 익숙하지 않은 삶에 대한 불안이다. 확실하지 않은 삶에 대한 걱정이다. 어찌보면 기대와 설렘에 자연스럽게 동반되는 감정들이 이 불안과 걱정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나는 나름 긴 시간 미리 준비를 했다. 야간대학원도 다니고 혼자 공부도 하면서 지금의 순간을 제법 알차게 준비했다.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동안 나를 거기에 안주하게 하는 것들을 이겨내면서 준비했었다. 그럼에도 이렇듯 불안이 있는데 준비하지 않은 경우는 어떨까 싶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준비를 소홀히 한다. ‘소홀히 한다’는 말도 아까울 만큼, 사실 대부분은 아예 준비조차 하지 않는다. 때가 되면 할것이라는 생각은 하지만 쉽게 행동하지 못한다. 그러다보니니 막상 때가 되었을 때 지금의 나보다 훨씬 더 당황스러워한다. 선배, 친구들의 그런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직장의 안정성이 높으면 높을수록 더 준비를 안한다. 그래서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이 때가 되었을 때 당황스러워 하는 경향이 훨씬 더 크다.


직장생활을 해 본 사람은 모두가 비슷하게 느낄 것이다. 주어진 역할에서 제한적으로 행동하기보다는 내가 꿈꾸는 나의 일을 자유롭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직장인이라면 모두가 할 것이다. 하지만 재직중에는 쉽게 시행하지 못한다. 안정적인 일상이 우선되어서 일 수도 있고, 새로운 삶의 불확실성이 주는 불안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그와 같은 다양한 이유를 찾고 핑계를 대면서 꿈꾸는 것을 하지 못한다. 바로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경우 행동을 위한 준비상태라도 만들 수 있을텐데 그 역시 잘 못한다. 다양한 저항이 생기기 때문이다.


나에게도 한때 그런 저항이 있었다. 월급받고 다니는 회사에서 나의 일을 준비하는 것이 회사에 대한 배신행동처럼 느껴졌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하루 하루 일을 쳐내기 바쁘고 매일 매일이 피곤해서 행동하지 못하기도 했었다. 바쁘고 피곤한 상태로는 알차게 준비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행동하지 못했었다. 이런 저항들이 가득한 날들이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알게 된 야간대학원을 등록해버렸다. 그랬더니 하나씩 준비가 되었다.


우리 세대는 운 나쁘면 100년을 넘게 살아야 한다고 한다. 운이 좋아도 100년 살아야 할 것이다. 60에 정년퇴직을 한다고 하면 40년을 더 살아야 한다. 그 중에 최소한 20년은 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전환(Transit)을 준비해야 한다. 대부분이 이런 상황을 안다. 알면서도 준비하지 못한다. 앞서 말한 다양한 저항 핑계를 대면서 준비하지 못한다.


전환이 필요한 것은 알고 있으니 전환해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자. 부모로서 가장으로서 역할에 충실하느라 해보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일들을 중심으로 상상이라도 먼저 해보자. 꼭 나만의 일, 사업소득을 통한 일이 아니어도 좋다. 흥미로웠던, 그리고 나의 적성에 잘 맞다고 생각했던 일자리로의 이직도 좋다. 무엇이 되었던 탐색하기라도 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그리고 관련된 책 한 권으로 시작해보는 것도 좋은 첫걸음일 수 있다.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을 찾아가보는 것도 좋다. 그렇게 우선 한 발만 내딛어 보자. 그렇게 나를 준비시켜보자. 그렇게 자신을 위한 시간을 조금씩 마련해보기 바란다.


내가 아는 선배 중에 명예퇴직하고 일년이 지났음에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옛직장 동료들만 만나는 선배가 있다. 안쓰럽다. 준비되지 못한 상태에서 맞이한 변화를 이겨내지 못하는 것이다. 새롭게 바뀌어야 할 자신의 무대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이 선배와 같은 모습을 갖지 않길 바란다.


아, 물론 다음 무대를 오를지 말지를 선택하는 것 역시 자신의 몫일 것이다. 그러니 내가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면 한 발짝 내딛어 보시라는 것이다.


스스로를 잡고 있는 저항감과 나를 움직이게 하는 행동력 사이 어딘가에서, 내가 바라던 기회를 스스로 막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자. 그 기회 앞에 한 발짝만 내딛는다면, 다음 무대는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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