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말고 글쓴이

내가 글을 쓰는 이유

by 최용

매주 두 편씩 글을 쓰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매일 글쓰기 프로젝트를 하는 이슬아 작가님이나 브런치에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올리는 작가님들을 보면 그저 경외심이 든다.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봤을 법한 꿈이 나에게도 있었다.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 갖기. 예전에 가졌던 책만들기 목표는 구체적이지 않았다. 그냥 막연히 ‘내 이야기가 담긴 결과물을 하나 남기고 싶다’는 욕심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Second Stage에 들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코치로서 나를 알리고, 나의 커리어를 채워 줄 책이 필요해졌다. 공기관에 강사이력 같은 걸 제출할 때마다 ‘저서’란이 비어 있는 것이 마음에 걸리기도 했다. 이제는 내 이름 두 자가 담긴 책이 ‘있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반드시 필요하다’가 된 것이다.

목적이 생기니 방향도 잡혔다. 책 주제는 '나를 보살피는 방법', 그리고 '타인을 보살피는 방법'으로 잡았다. 누군가를 리딩하면서 쌓은 노하우와 코칭을 하면서 얻은 경험, 그리고 관련한 공부를 하면서 갖춘 지식, 이런 것들을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잡은 주제였다. 제목은 아직 가제지만, “걱정 말고 응원해주세요” 로 정해봤다. 걱정보다는 응원으로 나와 타인을 보살피자는 나의 믿음을 담은 것이다.


목표는 최소 200페이지, 출간 시기는 2026년. 목표를 세운 뒤 세부 행동 계획을 만들었다. 매주 2편씩 쓰자. 그렇게 브런치에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스스로를 걱정하는 당신에게’
‘그를 걱정하는 당신에게’
라는 타이틀로 연재를 시작했다.


그런데 고작(?) 주 2편인데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글은 쓰면 쓸수록 더 어려워진다. 왜일까?


예전에 ‘월요편지’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매주 쓴 적이 있다.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직원들과 대면 소통이 힘들어 졌던 적이 있다. 조직에서의 소통은 우리 몸의 혈액순환 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믿던 나에게 코로나 시국은 큰 장애물이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일방향이긴 하지만 나라도 이야기를 전하자는 목적성을 가지고 시작한 일이었다.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회사 상황, 나의 개인사, 드라마 이야기 등 다양한 내용을 담아 보냈다. 그때는 매주 글 하나 쓰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간혹 답 메일을 주는 직원들도 있었다. 나름의 쌍방향 소통이 된다고 믿었다. 그렇게 매주 어렵지 않게 글을 썼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다르다. 내가 가졌던 자신감은 없어지고 글쓰기의 부담감만 커지고 있다.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봤다. 1년 넘게 매주 글 하나씩 잘 쓰던 내가 지금은 왜 힘들까? 그 차이가 뭘까?


곰곰이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차이는 독자였다. 월요편지는 독자가 분명했다. 직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고, 해야 할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쓰는 글의 독자는 불특정 다수다. 누구에게 말하는 글인지 흐릿하다. 그러니 글이 자꾸 방황한다. ‘해야 할 이야기’에 익숙했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려니 낯설고 불안하다.


유튜버인 지인에게서 예전에 들은 말이 떠오른다.
“처음엔 내가 만들고 싶은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구독자가 생기니까 구독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게 되더라. 잘 팔리는 걸 찾게 되는 거지. 매일 매일 조회수 보고, 분석하고, 조회수 잘 나오는 콘텐츠를 찾아서 만들고 있더라구. 그런데 그게 재미가 없었어. 내가 하고 싶은게 아니라 해야 하는 것을 해서 그랬던 것 같애. 재미가 없으니까 콘텐츠도 잘 안 만들어지더라. 그래서 힘들었지. 그래서 다시 나로 돌아가기로 했지. 누가 보는지 보다는 만드는 나한테 집중하려고 했어. 그러다 보니까 다시 콘텐츠도 좋아지고 조회수도 제법 나오고 그렇게 되더라구.”


유튜버도 작가도 누군가를 대상으로 하는 목적기반의 영업맨이기 보다는 내가 만들고자 하는, 내가 쓰고자 하는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크리에이터여야 한다. 그런데 나는 늘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비즈니스 현장에서의 삶이 익숙한 탓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들려지는 이야기, 팔리는 글을 생각했던 것 같다. 불특정 다수의 독자를 생각하느라 부담이 커지고, 내 글이 방황했던 것 같다.


결국 결론은 단순하다. 그냥 쓰면 된다. ‘내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면된다. 그래야 오래 쓸 수 있다. 나를 위해 쓰고, 그 다음에 누군가가 읽어주면 그건 덤이라고 생각하자. 그래야 이 여정을 끝까지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 독자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 내 글의 첫 번째 독자는 바로 ‘나’다. 내가 나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문장, 나를 만족하게 하는 표현부터 써야 한다. 그 다음 독자는, 이 글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조금이라도 힘을 얻는 그 사람이다. 내 이야기가 그 한 사람에게 건네질 수 있다면, 그 순간 글의 목적은 완성된다. 그 여정을 가다보면 만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나는 다시, 나를 위한 글을 쓰기로 한다. 그리고 언젠가 그 글들이 모여, 누군가의 마음에 오래 남는 한 권의 책이 될 것이다.


그럼 이제 글쓰기가 좀 편해질래나? 그나저나 오늘도 마감을 13분이나 넘겼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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