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가치관을 찾기 위해 나의 발작버튼을 찾아보자.
아내가 이호선 교수의 강의를 추천했다.
아내는, 강의와 코칭을 업으로 삼고 있는 남편에게, 자신이 보았던 좋은 콘텐츠를 자주 추천하는 편이다. ‘당신과 결은 많이 다르지만 최근에 이호선 교수라는 분 강의를 봤는데, 아줌마들이 좋아할 만한 주제를 시원시원하게 풀어주는 표현이 좋더라. 한번 봐바요~’라며 이호선 교수 콘텐츠를 추천했다.
아내가 추천한 콘텐츠는 부부간의 ‘발작버튼’과 ‘안심버튼’에 대한 내용이었다. 재미있었다. 강의도 시원시원하지만, 예를 들어주는 방식과 장면묘사가 인상적이었다. 배울 점이 많았다. 특히, ‘발작버튼’이라는 용어는 코칭에서 참고하기에도 꽤 좋은 은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발작버튼’이 부부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삶에 ‘발작버튼’을 몇 개씩 가지고 있다. 우리 업계에서 ‘트리거’라고 부르는 이 버튼은 특정 관계나 상황에서 간혹 눌러진다.
버튼이 눌러지는 상황을 잘 살펴보면, 대개 내 가치관과 충돌할 때이다.
나는 ‘내 자율성이 배려 없이 침해받는 경우’에 ‘발작버튼’이 눌리는 편이다. 특히 운전할 때 그랬다. 완전 과거형이다. 지금은 운전 중의 배려 없음 상황은 ‘살짝 건드림’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나이 들면서 ‘발작버튼’이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많이 줄었다.
하지만, 지금도 배려 없이 나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상황을 맞으면 잠시 나를 진정시키기 위한 긴 들숨과 날숨이 필요해진다.
이렇듯, ‘발작버튼’은 내 가치관과 연결되어 있다. 나의 가치관과 충돌할 때 눌러지니까. 그러니, 생활장면에서 도저히 참지 못하고 나를 ‘발작’하게 만들어 버리는 상황이나 대상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면 내 삶의 가치관을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주 한희에게 질문을 이렇게 해봤다.
‘한희가 살면서 가장 소중하게 지키는 가치는 뭐야?
절대 용서될 수 없는 나만의 마지노선 같은 것, 다른 건 양보해도 이런 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것, 그런 것들이 한희가 소중하게 지키는 가치가 반영된 행동들이잖아
한희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동으로 한희의 가치관이 나타나는지가 궁금해
그리고 그 가치를 한 마디로 정리해 보면 뭐라고 할지도 궁금하고~’
한희는,
“제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는 ‘예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무리 힘들어도, 아무리 싫어도, 아무리 화가 나도 예의 없는 행동은 못하겠더라고요. 예의 없는 행위를 했을 때 양심의 가책이 크게 느껴지고 그 감정이 오래 남는 것이 싫어서라도 더 못하는 것 같아요. 누군가 저에게 예의 없이 행동하거나, 예의 없는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면 참기 힘들어져요. 화도 나고요. 그런 장면을 목격하면 소심한 성격인데도 불구하고 잘못됨을 짚어줘요.
예를 들면 얼마 전 친구가 저에게 본인이 겪었던 일을 이야기하는데 듣다 보니 친구가 실수한 것 같더라고요. 어른에게 굉장히 예의 없는 생각을 하고 이를 행동으로 실천까지 했는데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본인이 화가 난 것에만 포커싱 해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야기를 차분히 다 들어준 후에 하지만 너무 예의 없는 행동을 한 것 같다. 그러니 다시 한번 멀리서 상황을 바라보고 차분히 생각해 봐라.라고 이야기해 주니까 그 친구도 그제야 본인이 실수한 것을 느끼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예의가 없다는 건 책임감이 없는 것이랑 같다고 생각해요. 본인이 맡은 자리, 본인이 맡은 일 등등 본인이 지켜야 할 선들이 분명 있을 텐데(말+행동) 무책임하게 그 선을 넘으면 예의 없는 행동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빠가 말씀하신 것처럼 풀어보면 저는 ‘책임감 있는 예의’가 저의 생활 가치관인 것 같아요!”
라고 답했다.
한희의 답을 받고 괜히 마음이 잔잔해졌다.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깊고, 지금의 나보다 선명한 기준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 자신을 알고 나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이 들어도 ‘내 삶의 가치가 뭐지?’라는 질문에 답을 찾기는 어렵다. 그 어려운 걸 우리는 부모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너무 쉽게 요구한다. “네 가치관은 뭐니?” “너답게 산다는 게 뭘까?”라고 질문하면서.
정작 어른인 우리도 명확히 답하기 힘든 질문들이다.
그보다는, ‘무엇이 나를 발작하게 하지?’로 질문을 바꿔보자.
이 질문이 오히려 더 현실적이고, 더 자기 다운 방식으로 가치에 접근하게 도와준다. 나의 경계가 깨지는 순간을 보면, 내가 지키고 싶은 삶의 가치가 드러나니까.
오늘 한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새삼 다시 느꼈다.
부모도 코치처럼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걸.
아이의 삶을 대신 설계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어야 한다. 좋은 질문이 그런 길이 된다.
이제, 부모로서 내가 던질 다음 질문을 고민해 본다.
좋은 질문을 찾는 일, 그것 나의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