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노트가 하는 질문에 답하며 돌아보기

빈 노트가 하는 질문에 답하는 일기쓰기, 기록하기

by 최용

‘한희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과 이건 좀 아쉽고 후회돼라고 생각하는 일은 뭘까?’


이번 주 내가 한희에게 한 질문이다.

왜 이런 질문을 했냐면, 질문에 답하는 글을 쓰면서 한희 스스로를 한번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갖기 바랐기 때문이다.


국민학교 다닐 때 일기를 썼었다. 왜 써야 하는지도 모른 채 숙제라서 썼었다. 그래서인지 미뤘다 한 번에 쓰는 일이 잦았다. 며칠 미뤘다 쓰는 날에는 친구들에게 날씨를 묻느라 애썼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몰랐던 일기 쓰기의 힘을 심리학 공부하면서 크게 느끼고 있다.

여러 학자들이 제안한 일기쓰기의 효과를 보고, 일기쓰기를 실천해보고 있다. 매일 쓰는 것은 아니지만 특별한 감정을 경험한 날에는 꼭 기록을 한다.


기록의 힘은 아카이빙에 있다기보다는 생각의 정리에 있다. 글을 쓰면 나의 일상과 나의 생각과 나의 감정이 정리가 된다. 빈 노트가 묻는 질문에 답을 하면서 나를 정리하게 된다. 그 과정이 주는 힘이 일기의 힘이고, 기록의 힘이고, 글쓰기의 힘이다.


하지만, 젊은 친구들은 아직 잘 모른다. 다행히도 내 딸은 아빠와 이런 기록의 시간을 함께 공유하고 있기에, 나의 질문을 빌어 딸아이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길 희망하며 오늘의 질문을 하였다.


한희의 답이다.


‘우선 지금까지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은 바로 부모님 말씀을 끝까지 잘 들은 거예요 ㅎㅎ 엄마, 아빠가 아니었다면 꾸준히 골프를 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럼 대학교도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골프를 포기하지 않고 해냄으로써 얻은 것이 너무나도 많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되어서 그 과정에 큰 역할을 해주신 부모님께 항상 감사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미래가 불안하고 의심되지만 그래도 부모님 말을 믿고 계속해서 도전한 것이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인 것 같아요.

반대로 요즘 떠오르는 아쉬운 일은 저축하고 아끼는 걸 습관화해두지 못한 것이에요. 레슨을 처음 시작하고 어린 나이에 벌기 쉽지 않은 돈을 벌었는데 그때 저축을 하지 않고 그냥 막 써버린 것이 아쉬워요. 그때부터 저축을 습관화했다면 지금 훨씬 안정적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요즘 후회되는 것 같아요.

글을 쓰다 보니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은 바로 떠올랐는데 후회되는 일은 떠오르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어요. 워낙 성격이 낙천적이라 지난 일은 지나간 대로 두어서 그런 것 같아요.

후회되는 일이 생겼더라도 그 순간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으면 성장하기 힘들지 않을까요?!’


부모의 말을 잘 따르고 견뎌내어 준 딸이 참 고맙다. 아쉬운 포인트는 어쩜 그리 아빠의 그것과 닮았는지. 아마도 호기심 많은 우리 부녀가 경험 욕구를 채우느라 돈 모을 새가 없어서 그랬을 거야. ^^




한희 말이 맞다. 아쉽고 후회되는 것에 너무 머무를 필요는 없다. 하지만, 돌아보고 정리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한희가 나의 질문에 답하면서 자신의 삶과 생활을 일부 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지 않았을까 싶다.


이렇게 자기 삶을 돌아보는 과정은 곧 ‘피드백을 구하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자신의 행동과 수행에 대한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구하는 행동, 그것을 심리학에서는 피드백 추구행동이라고 한다. 이 피드백 추구행동을 잘하는 사람은 성과를 잘 내고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들이 많다.


하지만, 스스로 피드백 추구행동을 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피드백을 자주 받을 수 있는 환경에 자신을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장 쉬운 방법은 집단생활을 하는 것이다. 함께 지내게 되면 비교가 되고 평가가 되어 피드백을 피하고 싶어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집단에서의 피드백은 각자에게 맞는 방식의 피드백이 아니라 힘겹게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


가장 좋은 피드백 과정은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받는 것이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로부터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는 환경에 자신을 놓는 것도 그래서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부모님과 함께 식사하면서 아빠 엄마로부터 하루 일과를 질문받을 수 있는 환경, 그것도 피드백 추구행동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환경일 것이다. 친구들과의 수다도 그런 자리가 될 수 있다.


타인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지만, 나에게 맞는 가장 좋은 피드백 추구행동으로 스스로 피드백을 구하는 방법인 일기쓰기, 기록하기를 나는 적극 제안하고 싶다. 일기를 쓰고 기록하는 과정이 나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니까 그 과정에서 스스로 피드백을 구하게 된다.


어떤 환경이든 잘 구축해서, 우리 딸도 자신을 수시로 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을 자주 가질 수 있길 바라본다. 그 정리 시간을 통해서 앞으로 닥칠 불안과 걱정을 조금은 조정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길 바라본다.


삶을 정리할 줄 아는 사람은 결국 삶을 잘 살아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