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쉽게 피하지도, 너무 오래 버티느라 스스로를 소모하지도 않았으면 해
이번 주, 나는 한희에게 항상 궁금했던 것이지만 조심스러워서 묻지 못한 질문을 했다.
아빠이자 인생 선배로서 건넸던 커리어 제안이 한희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늘 궁금했다. 하지만, 혹시 그 제안이 부담이었으면 어쩌지 라는 마음에 쉽게 묻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묻고 답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 이 글을 쓰는 또 하나의 목적이기도 한만큼 조심스레 물었다.
한희가 골프 시합 다닐 때 가장 부담되고 힘들었던 건 어떤 것이었고, 가장 만족스럽고 좋았던 건 어떤 것이었는지를 물었다. 그리고 부담되고 힘들었을 때 어떻게 견디고 이겨냈는지도 물었다.
한희의 대답이다.
우선 시합을 다니면서 가장 좋았던 건 “살아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이었어요. 골프는 경기가 아침 일찍 시작하는데 그럼 해가 뜨기 전부터 일어나서 밥을 먹고, 몸을 풀어요. 그렇게 준비를 하다 보면 해가 뜨기 시작하는데 그런 햇빛을 보면 열심히 살아가는 듯한 느낌을 자주 받았어요. 긴장감 가득한 시합장에서 치열하게 사는 듯한 느낌도 받았는데 그럴 때 정말 살아있음을 느끼곤 했어요. 그 감정이 매 시합마다 찾아온 건 아니었지만, 꽤 자주 찾아왔고, 그 순간만큼은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반대로 힘들었던 건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사는가’라는 생각이 들 때였어요. 앞서 말한 것처럼 아침 어둠을 가르고 조용한 전장의 분위기 속으로 들어가 매 순간을 치열하게 버텨내다 보면, 문득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사는 걸까’라는 질문이 찾아오는 때가 있었어요. ‘내가 이런다고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을까?’, ‘그렇게 세계 최고가 되면 과연 행복할까?’라는 생각이 얼핏 들 때가 있었어요. 그런 생각이 들면 의욕이 사라지게 됐어요. 이 처럼 내가 하는 일에 의구심이 들 때가 가장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감정이 드는 걸 엄마한테 솔직하게 털어놓은 적도 있고, 편한 친구들한테 얘기해 본 적도 있어요.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 땐 타인의 조언이나 위로도 큰 도움이 안 되더라고요. 솔직히 말하면, 그 시기의 힘듦을 완전히 이겨내는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지냈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시합에 대한 열정이 점점 식어간 것 같아요. 앞서 말한 ‘살아있는 느낌’을 조금씩 잃어간 것 같아요.
그나마 찾은 방법은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이었어요. 골프 성적으로 채우지 못한 자존감을 학교 성적으로 채우고, 삶의 에너지와 행복을 학교생활에서 찾고 느꼈어요. 그렇게 그 힘듦을 이겨나갔어요.
지금은 시합을 안 나가고 있지만 다시 시합을 뛴다면 어떤 감정이 들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전보다는 좀 더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ㅎㅎ
한희의 답을 받고 이런 답을 다시 주고 싶어졌다.
시합장이 한희가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에 힘든 곳이었구나. 맞아, 그랬을 거야.
아빠는 어쩌면 그걸 알면서도 네가 견디고 이겨내길 바랐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희에 대한 아빠의 기대였을 거야. 한희 답을 받고 미안한 마음과 대견한 마음이 함께 드는구나.
그 전장 같은 곳에서의 삶을 무작정 견디려 하기보다 엄마에게, 친구에게 털어놓을 수 있었던 한희가 참 용기 있었던 것 같아. 그리고 학교생활에서 대안을 찾은 것은 참 현명했던 것 같구나. 아빠가 뭐라 말을 더하기도 민망할 만큼 좋은 선택과 과정을 찾는 것 같아 기쁘다.
삶에서 마주하는 장면들도 시합장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야. 어떤 날은 버거울 테고, 어떤 날은 즐겁겠지.
그럴 때마다 너무 쉽게 피하지도 말고, 너무 오래 버티느라 스스로를 소모하지도 않았으면 해. 때로는 끝까지 버텨보기도 하고, 때로는 현명하게 물러서보기도 하면서 너 자신을 믿고 경험을 쌓아가면 좋겠다.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에서의 경험도 소중함을 알면 좋겠고.
그리고 그 과정에서 너를 응원하는 사람들에게 네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기 바라. 어떤 이야기는 자랑이 될 것이고, 어떤 이야기는 응원을 바라는 마음이겠지. 그렇게 ‘너의 편’들을 많이 만들면, 그만큼 삶이 단단해질 거야.
아빠는 그 편들 중에서도 가장 든든한, 항상 가장 크게 응원하는 든든한 편이라는 걸, 언제나 기억해 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