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멘털점수는요?

흔들리는 멘털 잡는 법!

by 최용

“아빠, 지난주에 신입생 실기고사장 지원을 나갔었는데 날도 춥고 긴장해서 그런지 지원자들 중에 실수하는 친구들이 제법 많더라고요. 100m 달리기 하다가 중간에 넘어지는 친구들도 있었고, 결승선 들어와서 우는 친구들도 있더라고요. 대회 나가서 첫 티샷 할 때 감정이 기억나면서 그 친구들이 좀 안타깝더라고요.

이런 긴장상태처럼, 살다 보면 내가 나를 제어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이 있잖아요. 분노가 치미는 순간, 절망감에 무너질 것만 같은 순간, 또 반대로 넘치게 행복해서 감정컨트롤이 안 되는 순간처럼, 멘털이 흔들려서 내가 나를 조절하지 못할 때, 그럴 때 아빠는 어떻게 하세요?

저는 압박감이 느껴지거나 긴장되는 순간이 올 때면 긍정적인 노래 가사를 반복적으로 흥얼거리면서 최대한 머릿속을 비워내려고 해요. 그런데도 멘털이 크게 흔들릴 땐 우주에서 찍은 지구 사진을 떠올릴 때도 있어요.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면서 내려다본 장면을 생각하기도 하고요. 비행기에서 땅을 내려다보면 사람은 보이지도 않고 그렇게 높아 보이던 건물들도 작아 보이잖아요. 엄청 넓어서 막막해 보이던 골프코스도 비행기에서 보면 손톱만 해서 잘 보이지도 않더라고요. 그런 장면을 보면 ‘그래, 멀리서 보면 다 아무것도 아닌데, 정말 다 작고 사소한 것들뿐인데.. 이렇게 겁낼 이유가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겁이 없어져요. 두려워할 이유가 사라지더라고요.

이처럼 스스로 나의 멘털을 지켜내야 할 때 아빠는 어떤 방법들을 쓰시는지 궁금해요~”




멘털이 나가서 나 자신을 제어할 수 없는 순간, 어떤 방법을 쓰는 것이 좋을까?

이 질문에 앞서, 반드시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나는 언제 멘털이 나가는 사람인가?’ 앞선 글에서 썼던 질문으로 치환해 보면, 이는 결국 ‘나는 나의 한계를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과 같은 맥락이다.


멘털이 흔들릴 때의 대처 방법을 찾기 전에 먼저 필요한 것은 나의 감정 역치, 즉 한계를 아는 일이다.

같은 상황이라도 누군가에게는 5의 강도로 다가오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9의 강도로 작용한다. 내가 견딜 수 있는 범위와 무너지는 지점을 구분하지 못하면 적절한 대응이 불가능하다.


‘구직 면접 상황은 나에게 7의 강도로 영향을 미친다. 이 정도면 멘털이 흔들리기 직전의 수준이다.’

‘무례한 사람과의 미팅은 6 수준이다.’

‘연인의 이별 통보는 10이다.’


이처럼 상황별로 경험한 감정의 강도를 돌아보고 정리하다 보면, ‘나는 7까지는 버틸 수 있지만, 8을 넘어서면 급격히 무너지는 편이구나.’와 같은 나만의 기준을 만들 수 있다.


문제는 나의 상황과 한계를 파악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이를 위해 꽤 효과적인 방법으로 권하는 것은 것이 바로 ‘경험의 정리’이다. 일어난 사건, 그 상황을 맞이한 나의 감정 상태, 신체 반응, 그리고 회복까지 걸린 시간을 차분히 기록해 보는 것이다. 그렇게 정리하다 보면, '나'라는 사람의 반응 패턴이 데이터로 쌓인다. 이 데이터를 통해 우리는 내가 어떤 상황에서 흔들리고, 어떤 조건에서 회복되는 사람인지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이렇게 나를 먼저 파악한 후에야 비로소 나만의 대응 방안을 찾을 수 있다.


한희가 사용한 ‘음악을 들으며 머리를 비우기’와 ‘멀리서 나의 상황 바라보기’는 심리학적으로도 효과가 검증된 방법이다. 이는 각각 잠시 멈춤, 자기 거리두기, 그리고 조망 기법에 해당한다.


‘나 지금 9의 상태인 것 같아.’과 같이 감정의 강도가 너무 높다고 느껴질 때는 무엇보다 먼저 멈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회피와는 다르다.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 감정을 추스르는 것이다. 짧은 시간이라도 의식적으로 호흡을 고르고, 긴 한숨을 내쉬는 것만으로도 감정의 강도는 조금씩 낮아진다.


그런 다음, 나 자신과 거리를 두고 상황을 바라본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는지, 내 감정은 어떤 지점에서 가장 크게 반응했는지를 한 발짝 떨어져 살펴보는 것이다. 이 과정이 바로 감정을 다루는 힘을 키우는 훈련이다.


예전의 내가 자주 사용해 왔던 방식은 ‘주지화’였다. 감정을 느끼기보다는 상황을 분석하고 이해하려는 이성적 사고를 앞세워 불편한 감정을 피해왔다. 이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감정의 강도를 낮추지 않은 채 이해만 시도하면, 회복은 더뎌질 수 있다.


요즘의 나는 먼저 멈춘다. 호흡을 통해 감정의 강도를 낮추고, 최소한 내가 다시 제어할 수 있는 수준, 예컨대 7 정도까지 감정 수준을 낮춘 뒤에 상황과 감정을 차분히 살펴본다. 이 방식을 사용하면, 아무리 강렬한 상황이라도 이틀 정도면 멘털을 회복할 수 있다. 적어도 나에게는 꽤 효과적인 방법이다.


멘털 관리에는 정답이 없다. 다만, 나에게 맞는 방식은 반드시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흔들릴 때 스스로를 다시 붙잡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언제 멘털이 나가는지 알고, 어느 강도에서 무너지는지 알고, 그 지점에서 나를 다시 데려올 방법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과정. 그 과정이 쌓일수록 우리는 ‘멘털이 강한 사람’이 아니라, ‘회복이 빠른 사람’이 될 수 있다.


‘멘털이 강한 사람’이 되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멘탈을 잘 잡는 사람’이 되는 방법을 질문한 한희가 그래서 대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