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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다희 Nov 14. 2020

7.  괌에서 물멍하기

괌 물멍 명소 1위는?

물멍 : 물을 보며 멍하게 있는 상태를 말하는 신조어


물멍 힐링이 인기라고 한다. 최근 어느 한 배우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물멍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집에 있는 어항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서 어항을 가꾸고 바라보는 것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그의 '물멍 라이프'는 많은 관심과 공감을 받았다. 삶에 제약이 많은 답답한 코로나 시대,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자신을 위로하고 싶어 한다.


괌은 물멍하기 참 좋다. 괌 바다는 뭐랄까, 이른 새벽에 길은 정화수가 고운 그릇에 찰랑찰랑 담겨있는 모습이랄까.

바다는 바다인데 바다 같지 않은 그런 느낌이 있다.


오늘은 아이들과 물멍을 다녀왔다.


이곳은 (개인적으로) 괌에서 물멍하기 제일 좋은 곳이다.

하갓냐 항구
(아가냐 항구)

오늘은 선선하다 느껴질 만큼 기분 좋게 시원한 바람도 불어주어 물멍하기 딱 좋은 날이었다. 모처럼만의 이 좋은 시간을 셋만 즐기기엔 너무 아쉬워서 아이의 친한 친구네도 불러 함께 지는 해를 감상했다.


아이들은 좋아하는 도너츠를 하나씩 입에 물고 지나다니는 각양각색의 물고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누가 더 커다란 불가사리를 발견하는지 내기도 했다.


길 반대편으로 오니 서쪽으로 지는 해가 보인다.
첫째는 한참동안 그렇게 앉아있었다.


거제도만큼 작은 섬. 이곳 괌도 많은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많은 식구들이 한 집에서 함께 생활하고, 대가족 문화(긴밀한 친족관계)가 발달한 괌 사람들의 생활양식이 지역감염을 쉽게 유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때문일까. 정부가 올해 초부터 섬 밖으로 연결되는 대부분의 통로를 막으며 섬으로 유입하는 사람들을 대거 차단했고, 많은 사업장들이 영업제한을 겪고 있으며, 학교는 온라인 수업을 지속하고 있음에도 확진자가 쉬이 줄지 않는다.

괌의 장점은 이 예쁜 자연을 맘껏 누리는 것인데 그조차도 쉽지 않아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아이들.  아직 너무 어린 우리 아이들에겐 밖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것이 제일이라는 걸 잘 알기에 온라인으로 수업하는 것이 참 안타깝다. (엄마 잔소리까지 덤)


아이들은 아직 어른들의 단어를 잘 몰라서 그렇게 표현하지 않지만, 작은 마음에 쌓여있을 짠한 '스트레스'들이 물멍 시간과 함께 녹아내렸으면 좋겠다. 오늘은 정말이지 아이들의 마음도 쉬고, 내 마음도 쉬어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아이는 한참 동안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묻고 싶었지만 묻지 않았다. 꼭 무슨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니까.

물멍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아이들은 할머니도 이곳에 함께 오면 좋겠다고 했다.


맛있는 것을 먹거나,

예쁜 것을 보거나,

재미있는 경험을 할 때,

아이들은 항상 할머니를 생각한다.

할머니도 함께 오고 싶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저 조그마한 머리로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오늘의

조용했던 시간이 좋았던 게 분명하다. 어쩌면 아이는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아무 생각하지 않는' 진정한 '멍 때리기'를 했을지도.




'번외'

1. 해가 쨍쨍한 시간에 오면 이런 느낌이에요.
2. 하갓냐항구 주변에 생크림케이크와 시나몬롤, 그리고 아메리카노가 맛있는 *cup&saucer가 있어요.

*Cup&Saucer

138 Martyr St, Hagåtña

일요일엔 쉬고, 월-토요일에도 오후 2시에 문을 닫아요.

GPO(괌프리미엄아울렛) 내 Bestseller(서점)에도 매장이 있어요. 개인적으로 산미가 없고 적당한 블랜드의 커피 맛을 좋아해서 여기 뜨아가 제 마음속 일등이에요.

3. 그리고 하갓냐항구 바로 맞은편에 *스페인광장 있답니다.

*스페인 광장

아가냐 대성당 옆에 있어요. 성당 종소리가 참 듣기 좋아요. 예전에 스페인 총독이 거주했던 궁전이 있었던 곳인데 제2차 세계대전 때 파괴되었다고 해요. 테라스와 아치형 담이 일부 남아 있는데 그 낡은 모습이 괌의 오랜 식민지 시대를 반영해주는 것 같아 숙연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는 오늘,

아이들의 발걸음을 따라가며 코로나로 고통받는 전 세계가 하루빨리 회복되길 진심으로 기도했다. 관광이 재개되어 하갓냐 항구에서 물멍하시는 한국분을 만난다면 뒤에서 꼭 안아드리고 싶을 것 같다.

"드디어 오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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