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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데이팔팔 Jul 26. 2023

아 소는 누가 키워!

이러다 우리 다 죽어, 지방소멸

6월 중순, XX시로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다. 지리산의 풍광과 전라도의 맛깔난 손맛에 감탄하기도 잠시, 주말임에도 관광명소 어디든 한산하기만 한 모양새가 어쩐지 유토피아 같기도, 디스토피아 같기도 했다. 발길 닿는 곳 모두가 좋았는데 어디를 가도 30대 이하로 보이는 사람은 나와 남편밖에 없었던 것이다. 급기야 나는 인터넷에 ‘XX시 인구수’를 검색해 보기에 이르렀다. 결과는 처참했다. 2만 4천 명 대. 내가 사는 도시의 소규모 ‘동’ 수준이었던 것. 지나다니는 곳 어디에도 보이지 않던 대형 병원, 대학교, 어린 아이나 젊은 부부... 모든 것이 설명이 되는 결과였다. 여기 사람들은 아프면 어떡하고 교육은 또 어떻게 받아? 말로만 듣던 인구 소멸을 직접 목격하자니 아연해졌다.


낮아지는 출생률, 지방을 떠나 대도시로 향하는 사람들... 인구 문제는 지역의 교육, 보건의료 기반에서부터 시작해서 정부의 정책, 사람들의 가치관 등 너무나 여러 가지 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에 무엇 하나 콕 집어 이게 문제입니다! 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출산 지원금, 농촌 정착 지원금같이 언 발에 오줌 누기 같은 정책들이 사람들의 인식과 가치관을 바꿀 수 있을까? 비출산을 지향하는, 도시에 거주하는 나의 답은 미안하지만 아니오!이다.   


매년 이른 봄이면 벚꽃 피는 날짜를 예측하는 기사를 포털사이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온과 일조시간의 영향을 받는 벚꽃 특성상, 지방이 모여 있는 남쪽부터 개화하기 시작하는데 이 순서가 인구 소멸의 순서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몇 년 전에 직장에서 들었던 인구 교육에서 강사가 2030년을 기점으로 인구 절벽이 온다고 경고하던 것이 생각난다. 인구 학자들이 아무리 얘기해도 사람들은 경각심을 갖지 못해 답답하다고 했다. 이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지금 일자리를 찾는 대학생이 있다면 미안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해결책과는 너무나도 상반되는 이야기를 핏대 세워했고 나는 그저 심드렁하게 듣고만 있었을 뿐이다. 그때만 해도 생소했던 인구 소멸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심심찮게 미디어에서 들려오고 피부로도 느껴진다. 우리는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정답이 없는 문제를 안고, 비슷한 규모의 지방들은 ‘인구 소멸 대책’만 죽어라 외치다 정말로 소멸될 것이다. 한때 유명했던 프로그램 ‘개그 콘서트’에서 유행했던 대사가 생각난다. ‘아, 소는 누가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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