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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데이팔팔 Jul 28. 2023

행복아 꼭 대학가자

16살 노견과 함께 사는 이야기

행복이는 16살 하얀색 말티즈 강아지이다. 엄마가 혼자 살게 되던 해에 지역 신문에 난 줄광고를 보고, 책임비 만원을 주고 데리고 왔다. 그때 나는 한국에 체류 중이 아니었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아기 시절 행복이를 본 적은 없지만 행복이는 열여섯 살이 된 지금도 나에겐 귀여운 아기 강아지이다. 가족 중 엄마 다음으로 행복이를 아끼는 게 나라는 이유로, 결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행복이를 내가 키우게 되었다. 


5킬로도 안 되는 작은 몸으로 행복이는 벌써 16년을 함께하고 있다.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씩 시력과 청력을 잃어가고 있고, 원래도 많던 잠이 더더욱 많아졌으며, 올해 초부터는 인지장애(치매) 약을 복용하고 있다. 더불어 두 가지의 항산화 영양제도 아침저녁으로 먹이고 있다. 사료만 먹는 게 안타까워서 간 소고기, 당근, 애호박을 함께 삶은 화식도 병행해서 같이 먹인다. 간 소고기를 자작하게 삶고 있자면 자기 밥인 줄 귀신같이 알고 내 발밑을 서성인다. 아직 식욕이 왕성한 게 기특해서 화식은 동나지 않게 해 둔다. 매일 밤 산책을 짧게라도 시키고, 잠들기 전까지 오래오래 쓰다듬어준다. 행복이는 나와 남편 가운데 누워서 우리 둘의 손길을 고스란히 받는 시간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행복이는 나이에 비해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행복이가 없는 시간을 상상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강아지의 시간은 사람의 시간보다 짧기 때문에 언젠가 맞이해야 할 이별을 늘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제발 이별의 순간에 우리가 함께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란다. 욕심 같아서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20년만 살았으면 좋겠는데... 길게 사는 것보다 아프지 않게 살다 가는 것이 행복이에게 덜 고통스러운 일이겠지. 


행복아, 오래오래 살아라... 엄마의 목소리가 생각난다. 엄마는 행복이를 참 사랑했다. 행복이가 한 달 넘게 집을 나간 일이 있었는데(엄마가 청소를 하느라 열어둔 현관문으로 나가버렸다.) 엄마는 그 한 달을 꼬박 밤이고 낮이고 온 동네를 헤매며 행복이를 찾으러 다녔다. 당시 살던 집과 비슷한 멘션 옥상에 행복이가 올라가 있던 것을 그 멘션 경비아저씨가 데려다가 경비실에 묶어놓고 돌봐줬다고 했다. 매일 천 원짜리 소시지를 하나씩 먹였다고, 그래서 '천원이'라고 불렀단다. 한동안 행복이는 천원아하고 부르면 눈을 반짝 빛내며 돌아보곤 했다. 그 이후로 엄마는 행복이를 얼마나 더 애지중지했는지 모른다. 행복아, 하던 엄마의 목소리... 행복이는 엄마를 상기시키는 존재이기도 하기 때문에 더욱 특별하다. 지금도 엄마의 산소에 갈 때는 꼭 행복이를 데리고 간다. 엄마는 어쩌면 나보다 행복이가 더 보고 싶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런 엄마를 행복이는 아직 기억할까. 


행복이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 얼마나 되건 우리와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부디 고통이 적었으면 좋겠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나와 남편이 곁에 있을 때 작별의 인사를 할 수 있기를 더없이 바란다. 세상 많은 강아지 중에 너와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나도 행복하고, 너를 누구보다 사랑한다는 것을 행복이가 꼭 알아주었으면... 얼른 가서 쓰다듬어주어야겠다. 함께 있을 수 있는 이 시간이 참 소중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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