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의 집에 우주가 다시 찾아왔다. 장난 삼아 밀어버린 친구 영배를 죽이고 이어서 엄마까지 죽인 상황에 우주가 무작정 지수의 집으로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치킨집을 하는 기완은 비가 오는 날이면 절대 배달을 하지 않으며 이를 지켜보는 아내 인선은 답답해하면서도 안쓰러워한다. 영화는 중반부까지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듯 의문스러운 인물들의 상황들을 교차하며 보여준다.
우주의 집을 찾아간 지수. 우주의 엄마 신애와 식사를 하는데, 신애의 베란다에는 가정집에 있을 리가 없는 장총이 놓여있다. 이후 우주의 방을 둘러보는 지수와 신애를 통해 영화의 조각들이 맞춰진다.
우주의 집에 갑자기 총소리가 들려오고 신애는 익숙한 듯 장총을 들고 대응사격을 한다. 모두의 우주는 소멸되었다. 그리고 엄마 신애는 그 상실감의 공격에 애써 자신을 지켜내고 있는 것이었다. 한 차례 죽었던 자신을 다시금 일으키고.
누군가의 죽음은 누군가와의 관계의 죽음이기도 하다. 친구 영배는 우주의 죽음으로 우주와의 친구관계가 사멸되었고 우주의 엄마인 신애 또한 우주엄마라는 역할이 사멸되었다. 이제 미래에는 우주의 친구, 우주의 엄마일 수 없게 되었고 우주를 마음속에서 보내는 일 외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지수는 죽음조차 받아들이지 못한 채 우주를 곁으로 불러낸다. 곁에 두고도 그리워한다. 아직 우주를 보낼 수가 없다. 그러나 우주 엄마를 만나 폭격하는 마음들을 씩씩하게 대응하는 것을 마주하고 우주를 보내주기로 한다. 둘만의 행성들은 이제 소명을 다한 것이라고, 새로운 행성들을 발견할 때임을 깨닫는다.
기완은 비가 오던 날, 우주에게 마지막 배달을 억지로 부탁했던 자신을 탓하며 비 오는 날은 배달을 하지 않았다. 우주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이었을까. 기완은 늘 나로호 발사의 성공에 관심을 기울인다. 마치 나로호가 우주에 갇힌 우주에게 가주길 바라는 것처럼. 이후 나로호 발사의 성공을보고 우주에 대한 죄책감을 조금씩 마음속에서 내보내기 시작한다. 상실의 순간은 누구나 알 수없음을 받아들인 것 마냥, 그리고 아내 인선의 울부짖음으로 현실의 책임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다.
삶은 언제나 불확실하다. 특히 상실의 순간은 나이를 막론하고 늘 미지수다. 알 수 없음을 알 수 없다. 그러나 알 수 없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엔 감정은 늘 벅차다. 누군가를 상실하고 나면 마음은 늘 폭격당한다. 더 잘해줄걸, 화내지 말 걸, 보내지 말 걸 하는 후회들. 그럼에도 누구나 그 끝의 순간은 알 수 없음을 이해하고 그 폭격에 지지 않아야 한다. 더 이상 자신을 미워하지 않고 보내줘야 할 마음들을 쥐고 나아가지 못하고 있지 않기를, 상실은 언제나 미지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