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는 묵은지 같은 친구들과 송년 여행을 갔다 왔습니다. 일 년에 한 번 겨우 만날 수 있으니 나름 즐거운 일정을 짜 봤습니다. 올해는 수원 화성을 친구들과 함께 걷고 싶었거든요.
장안문을 따라 한적하게 걸었습니다
날씨가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성곽 길을 따라 걷는 기분이 무척 운치 있었습니다.이번 여행은 수원 화성과 화성행궁을 구별하는 기회가 되었어요. 같은 말인 줄 알았거든요. 행궁이 왕이 머물던 궁궐이라는 걸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서울에 있는 경복궁과 같은 궁만이 궁궐이라 제 머릿속에 박혀 있었나 봐요.
화성 한 바퀴를 도는 데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이 날은 장안문 쪽만 잠시 걸었지만 언제 시간이 되면 꼭 완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걷기에도 무리 없고 무엇보다도 길이 너무 예쁩니다.
화성행궁
장안문을 따라 성곽을 걷다 보니 화성행궁으로 가는 이정표도 바로 보여 주욱 따라 걸었습니다. 화성행궁 입구에서는 마침 팥죽을 나눠 먹는 동짓날 행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다음 날이 동짓날인 줄도 몰랐는데 이게 웬 횡재냐 싶어 한 그릇 뚝딱 먹었습니다. 그때 예보에도 없던 눈이 내리기 시작했어요. 액운이 저 멀리 하늘로 날아가는 것 같이 눈 맞으며 팥죽을 비웠습니다. 기억에 오래 남을 눈 오는 날 수원화성과 팥죽이었습니다.
진미 통닭
수원에 사는 한 친구가 이 통닭은 꼭 먹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토요일이라 그랬는지 식당은 참 붐볐어요. 치킨을 한 가지만 주문했는데도 양이 만만치 않더군요. 팥죽을 먹은 상태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맛있었습니다. 통닭 향으로 가득 매운 거리에서 유명한 수원 통닭을 경험했습니다.
광교 호수 공원 근처 이곳저곳
스페인 어린이 레오나르도 전시회에서
수원 여행 마지막은 광교 호수 공원 근처였어요. 마치 어느 유럽에 온 것처럼 이국적인 분위기였습니다. 광장 앞에는 눈썰매장을 단장하느라 분주했습니다. 이제 아이들이 방학을 하면 이곳은 정말 더 북적거리겠죠. 유명 방송인 부부가 경영한다는 북카페도 둘러보고 스페인 어린이 천재 화가의 그림도 봤습니다.
수원을 이번처럼 오래도록 들여다본 적은 처음입니다. 길을 찾아 잠시 헤매기도 했지만 정조의 도시 수원이 제 기억 속에 한동안은 머물러 있을 것 같습니다. 천천히 걸으며 바라봤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오래된 친구들과 함께 했기에 더욱 좋았습니다. 친구들,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