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미세먼지가 많아 밖에서 걷지를 못했습니다. 볼 일이 있어 잠시 나가더라도 갑갑한 마스크와 그로 인해 안경에 차는 습기로 너무나 불편한 나날이었습니다.
그동안 날씨 핑계, 공기질 핑계로 따뜻한 이불속 유혹에 빠져 살았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지만 걷지 않는 날은 어쩐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처럼 마음 한 구석이 찌뿌둥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청명한 하늘입니다
다행히 어제는 기온은 낮았지만 하늘은 파랗고 공기도 나쁘지 않아 주저 없이 나왔습니다. 날씨에 따라 삶의 질과 일상 모습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절감하는 중입니다.
어제는 의도치 않게 동네를 좀 더 크게 걸어봤어요. 이런 운동복 차림으로 여기까지 나와도 되나 싶게 한참을 헤맸죠.
안 가본 길을 걸으니 동네를 새롭게 발견하는 즐거움이 생겼습니다. 바삐 도시를 지나치는 사람들 틈에 한가로운 이방인 같은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몇 블록 조금 떨어진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이런 마음이 드니 참 신기한 일입니다. 그래서 가끔은 낯선 여행자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걷기를 마치며 들어가는 길에 교회 안 장식을 봤습니다
아직 연말연시 분위기를 체감하지 못했는데 지나가는 길목의 교회는 사뭇 다르네요. 천장을 장식한 반짝반짝 장식과 트리가 보입니다. 작은 성탄 장식만으로도 기분이 살짝 설레지기도 하네요. 잠시 교회 로비 쉼터에서 따스한 차 한 잔 마시며 여유를 느껴봅니다.
빨간 신호등이 제 마음 같습니다
좀 하루가 길었습니다. 낮에 이미 만보를 걸었지만 오후에도 이런저런 일로 많이 걷게 됐습니다. 마음이 복잡한 때였습니다. 집에 가다 마주한 빨간 신호등이 다른 때와 다르게 보였습니다. 진정이 안 되는 속은 신호등에게마저 투영되나 봅니다. 몇 초 후면 바로 초록색으로 신호등은 분명 바뀌겠지만 제 마음도 그리 빠르게 색깔이 바뀔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