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하러 저걸 만들었대요?

by 윌버와 샬롯

싹둑 기사 1

주인님, 코로나19 때문에 집 안에만 있다가 이렇게 나오니 신이 절로 납니다. 달리는 자동차에서 바람을 맞으며 머리카락 날리는 기분이 이런 거였군요.


시원함과 자유가 절로 느껴지는 사진 한 컷이다. 강아지의 그윽한 눈빛 또한 심상치 않다. 마치 감옥을 방금 출소한 알 카포네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회한을 느끼며 바람을 맞는 폼이 딱 그렇다.


그러나 기사 글에 좀 오류가 있어 보인다. 나게 자동차는 달리고 있고 그 안에 있던 강아지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사진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다. 강아지는 버젓이 운전석 창가에 있다. 운전하는 사람에게 안겨있는 상황도 아니다. 강아지가 두 다리로 운전을 하는 진기명기이거나, 자율주행 자동차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상황이다.


아무래도 이 날 밖에선 바람이 참 많이 불었나 보다. 혹은 요즘 세간에 핫한 린다 G가 그렇게 좋아한다는 무대 위 강풍기라도 틀어준 걸까?



싹둑 기사 2

2007년 런던 개인전에 선보인 그의 신작은 더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백금 주물로 뜬 사람 두개골에 8601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아 만든 ‘메멘토 모리’ 조각이었다. 이마의 다이아몬드는 무려 52캐럿짜리였다. 실제 해골과 고가의 다이아몬드가 작품 재료로 사용된 것도 논란거리였지만 5000만 파운드(약 980억 원)라는 가격이 더 화제였다.


이 작품을 아름답다고 해야 할까, 소름 끼친다고 해야 할까. 튼튼해 보이는 저 치아는 진짜일지, 가짜일지도 갑자기 궁금해진다. 예술 세계는 모르지만 저 반짝이는 두개골 앞에서는 많은 생각을 들게는 한다. 작품명마저 '죽음을 기억하라'는 '메멘토 모리'이니 그럴싸하다.


아들에게 "이거 얼마짜리 작품 같아?"라고 물으니, 아이는 질문의 의도를 파악했는지 냅다 가격을 천억이라고 부른다. 실제 가격을 보여주니 자기가 부른 값과 얼마 차이가 안 난다며 으쓱댄다. 그러고 나서 시니컬하게 말한다.

뭐하러 저걸 만들었대요?


글쎄다, 아들. 그 심오한 작가의 마음을 엄마가 알겠느뇨. 예술인지, 마케팅인지는 네가 한번 기사를 재미 삼아 읽어보고 생각해 보렴.



싹둑 기사 3


몇 년 전 온라인 카페에서 3개월 과정의 글쓰기 코칭을 받은 적이 있다. 카페에는 한 분의 코칭을 해주는 선생님과 스무 명 가까이 되는 회원이 있었다. 선생님 글이 참 마음에 들었었다. 글쓰기 소재를 제시해주는 짤막한 선생님 글에는 절도가 있었고 핵심이 명확했다. 그 글은 쓰고 싶게 만드는 동기를 부여하는데 제격이었다. 제시해주는 인용 글마저도 찰떡같아서 글쓰기에 많은 도움을 얻기도 했다.


선생님의 이력에 대해서는 이름 석자밖에 아는 바가 없었다. 이름은 여자라는 단서만 제공해주었다. 글로만 만났던 그분이 나는 연세가 좀 있을 줄 알았다. 글에서 어쩐지 연륜이 느껴졌었나 보다. 과정이 끝나고 나서야 그녀가 실제로는 나보다 한참 어리다는 것을 알았다.


나의 편견이었다. 나보다 뭐라도 잘하는 사람은 나이가 많을 것이라는 은연중의 오해. 솔직히 말하면 질시일 것이다. 괜찮은 작품을 읽을 때마다 작가의 나이를 먼저 확인하는 버릇도 비슷한 맥락이다. 나이가 있으니 그 정도는 당연히 하는 거 아닌가 하는, 그러지 못한 나에 대한 일말의 위로 같은 뭐 그런 거. 연상인 사람에게 자고로 배워야 한다는 고정관념, 나의 꽉 막힌 시야였다.


석 달 동안 나보다 어린 글쓰기 선생님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나이라는 틀에서 조금은 시야를 넓일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


1990년대 생인 작가에겐 아직 어른의 세계보다 청소년의 세계가 심리적으로 더 가깝기도 하단다. 이금이 구병모 손원평 등의 청소년 소설을 즐겨 읽었고, 그래픽노블도 좋아한다. 그는 “공교롭게도 앞으로 쓰고 싶은 이야기도 청소년기에 해야 할 이야기들”이라며 “감각을 많이 열어두고 그 시기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내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인터뷰 기사다. 현재 27살이라는 나이가 역시나 눈에 먼저 들어왔다. '난 그 나이에 뭐했지?' 하는 씁쓸한 자조적인 생각도 들었지만, 이제는 내 또래나 그 이상의 사람이 세상 번쩍이게 눈에 띌 일이 쉽지 않을 연령임에도 젊은이의 두각이 여전히 남다르게 보인다.


한때는 작가라는 꿈을 갖고 언제나 종이에다 무언가를 끄적이던 아이들에게 작가 얘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어떤 책을 좋아했고, 무슨 고민과 생각으로 작품을 썼는지, 엄마보다도 나이는 한참 어리지만 대단한 전문가 선생님의 이야기를 아이들이 읽어보기를 바란다.



싹둑 기사 4


요즘 우리 집 아이들은 등교를 일주일에 한 번 하니 급식 또한 하루 먹고 있다. 오프라인 등교를 앞두고 급식 먹는 것도 학부모 자율에 맡겼다. 격일로 그것도 정원의 반만 등교하는 상태에서 하루 정도는 학교 급식을 난 먹이기로 했다. 염려가 아예 되지 않는 것은 아니나 한 끼 정도의 수고를 덜고 싶은 마음이 솔직히 컸다.


엄마 마음은 그랬지만 아이는 자기만 급식 먹는 거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했다. 맞벌이가 많아서 그런지 아니면 내 생각과 같은 엄마도 있어선지 반에서 한 둘 빼고는 거의 급식을 먹고 오는 분위기였다. 아이는 그 후부터 군소리 없이 급식을 먹고는 온다. 다만 원래는 수요일이 맛있는 특식이 나오는 날이었는데 그 날에는 학교에 안 가니 억울하다고 성토다.


성장기 학생들에게 ‘채식급식’을 제공하는 것은 선택권 보장일까, 기준에 맞지 않는 영양지도일까.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생태교육의 일환으로 ‘선택적 채식급식’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채식급식을 둘러싼 찬반이 팽팽하다.


어떤 사안이건 양면이 있기 마련이다. 찬반 토론을 이끌기 좋은 주제다. 뭐 토론을 해봤자 우리 집 아이들은 채식 급식을 격렬하게 반대하겠지만.


아이들 학교에 식품 알레르기가 심한 친구가 있는데 거의 집에서 도시락을 싸오는 경우를 봤다. 환경적으로나 체질적으로나 급식 선택권은 앞으로 고심해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채식 육식 가리지 않고 잘만 먹어준다면 무슨 걱정이 있을까. 아이는 자랄수록 야채를 꺼리며 편식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영양사가 짜주는 완벽한 급식을 하루에 한 끼라도 제대로 먹이고 싶은 게 엄마 마음이다. 다만 채식이든 육식이든 깨끗한 환경에서 안전하게 조리되길 바란다. 거기에 맛까지 보장해준다면 금상첨화겠다. '학교 밥이 참 맛있어'라는 말을 아이에게 꼭 좀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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