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일기] 천개의 바람이 되어
할머니가 남긴 선물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을 최근에 지인들이 겪었어요.
슬픈 소식을 접하면 당장 무슨 말부터 해줘야 할지 막막합니다.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으니까요.
그럴 때마다 저는 이 그림책이 생각나곤 합니다.
너무나 담담히 그렇지만 너무나 아름답게 세상과의 이별을 표현한 그림책이잖아요.
할머니 돼지는 도서관에 책을 반납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책을 빌리지 않았어요.
저는 이상하게도 이 대목에서 울컥했습니다.
죽음을 앞두고 도서관 책을 반납한다는 것.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매우 현실적인 행동이어서 그랬을까요.
다시 책을 빌리지 않았다는 것. 뻔질나게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 제 모습 때문에 더 그랬을까요.
책을 더 이상 빌리지 않아도 되는 삶의 마지막, 그때의 심정은 어떤 걸까요.
아이들이 하교하나 봅니다.
왁자지껄 유쾌한 아이들 소리가 창밖에서 들려요.
이름 모를 새소리도 들리네요.
누군가가 자동차에 시동을 걸어요.
이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 감탄하며 놓칠세라 눈에 하나하나 담는 할머니 모습이 그려집니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알려주신 할머니 때문에 손녀는 외롭지 않을 거예요.
그건 혼자 남은 손녀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죠.
할머니가 손녀에게 남긴 위대한 유산의 증거입니다.
그저께는 짤영상으로 '뜨거운 싱어즈'라는 프로그램을 봤어요.
배우의 노래함은 역시 남다르더군요.
배우 김영옥이 부른 '천개의 바람이 되어'는 또 코끝을 찡하게 했어요.
가을엔 곡식들을 비추는 따사로운 빛이 될게요.
겨울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눈이 될게요.
아침엔 종달새 되어 잠든 당신을 깨워줄게요.
밤에는 어둠 속에 별 되어 당신을 지켜줄게요.
여기 그림책 할머니도 손녀에게 그런 천개의 바람이 되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