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니엘의 멋진 날
여러 이웃과 잘 알고 지내는 다니엘은 할머니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 아마도 할머니 집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나 보다. 그에게 멋진 날을 보내라고 인사하는 이웃들 한 명 한 명에게 다니엘은 그렇다면 당신에게 멋진 날은 어떤 날이냐는 질문을 던진다. 이 그림책은 집에서 나와 할머니 집까지 왕복하는 다니엘의 동네 로드 탐방기라 할 수 있겠다.
첫 장에서부터 다니엘이 사는 동네가 부러웠다. 그곳은 현관문 바깥만 나가도 서로 인사하기 바쁜 이웃들이 천지다. 어쩌다 이웃과 마주치게 되면 어색함이 감도는 아파트 풍경과는 대조적이다. 콜라주 기법을 더한 화사한 색감만큼이나 각자의 일상에 최선을 다하는 마을 사람들 모습이 활기차고 역동적이다.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선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 했듯이 이웃들은 다니엘이 묻는 질문에 다정히 대답한다. 하늘이 맑은 날, 바람이 부는 날, 그늘이 잘 드는 날, 아기가 낮잠을 오래 자는 날, 고맙다고 인사해주는 날, 벌이 꽃에 날아드는 날, 케이크 주문이 많은 날, 개가 꼬리를 흔드는 날, 거리에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날, 모두 안전하게 귀가하는 날, 할머니를 꼭 안아 주는 날. 하나하나의 그런 날은 한 사람의 멋진 날이기도 하겠지만 그런 날들이 모여 모두의 멋진 날이 되는 건 아닐까.
오늘 하루가 어땠냐는 엄마 질문에 다니엘은 이웃들이 말한 모든 것에 긍정으로 답한다. 이웃 모두에게 멋진 날이었기에 다니엘 자신에게도 멋진 날이었다고. 그 점이 맘에 들었다. 나만 행복한 것이 아닌 모두에게 좋은 날이 내게도 멋진 날이라고 말한 다니엘.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기에 인류가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건 아닐까.
내게 멋진 날이란 어떤 날인가. 아이가 활짝 웃어주는 날. 일에 보람을 느끼는 날. 멋진 것을 대단하거나 어떤 특정한 것으로만 규정짓지 말자. 지금 현재 그대로를 바라보는 긍정적인 마음가짐. 바람이 불어도 햇살이 좋아도 비가 좀 와도 눈이 내려도 꽃이 펴도 단풍이 들어도 우리에겐 모두 소중하고 의미 있는 날일 수 있다. 그러니 그 하나하나의 순간들을 기민하게 포착하자. 다니엘이 할머니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며 마을 사람들을 바라봤던 그 따뜻한 시선처럼 말이다.
다짐해본다. 오늘부터는 그늘이 잘 드는 공원 벤치에 앉아 잠시 눈을 감고 있어 봐야겠다. 어느 계절에 와있는지 뺨에 스치는 바람의 냄새를 유심히 맡아봐야겠다. 하늘 색깔은 어떤지 한 번 더 올려다봐야겠다. 벌들이 붕붕 날아들고 있는지 주변의 꽃을 살펴봐야겠다. 버스를 탈 때 기사님에게 인사를 건네 봐야겠다. 등교하는 아이를 안아주며 “멋진 날 보내렴!”하고 인사해줘야겠다. 저녁에는 “오늘 하루 어땠니?”라고 아이에게 물으면 그날 있었던 사소한 일들에 대해 아이는 종알종알 내게 얘기할지 모른다. 그러고 나서 아마도 우리는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같이 먹게 되지 않을까. 마치 다니엘의 최고로 완벽한 날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