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험의 끝은 어디일까

: 곰이 강을 따라갔을 때

by 윌버와 샬롯


책방을 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여러 감정을 요즘 느끼고 있다. 타인이 주는 순수한 친절에 뭔지 모를 울컥함이 불쑥 올라올 때가 바로 그중에 하나다.


내가 책방에 가 있을게요.


그저 일상 이야기로 휴가 계획을 말했을 뿐이었다. 어떤 목적을 두고 꺼낸 말이 아니었는데, 대신 일일 책방지기가 되겠다고 자처한 사람이 있다. 그것도 한 사람도 아니고 두 사람이나 비슷한 시기에 각각 내게 제안했다. 그날 바쁜 일이 없으니 책방을 봐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어찌나 고맙던지.


타인에게 책방을 맡기고 휴가 갈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었다. 내색하진 않았지만 진심으로 그들에게 감격했다. 외롭지 않은 이 기분, 혼자지만 절대 혼자가 아닌 이 느낌!


책방을 시작할 때 결심한 것이 하나 있다. 소망을 이루기 위한 과정 중에서 함께 꾸려갈 파트너십에는 관심이 있었지만 단순한 도움은 원하지 않았다. 하물며 누구의 짐이 되기도 싫었다. 모험과 도전은 혼자서 구현해야 가치 있다고 생각했다. ‘이 일은 내가 벌인 일이니 오롯이 내 힘으로만 해야 해!’ 그것이 어찌나 오만한 생각이었는지는 금세 깨달았다. 난 결코 혼자이지 않았다.


남편은 처음부터 이 모험에 시큰둥했다. 그렇다고 떠나지 말라고 붙잡지도 않았다. 마음 한구석에 한 톨의 소망이라도 생기면 이 고집불통 여자를 이겨낼 재간이 없음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부탁하면 부탁하는 대로 짐을 나르고 가구를 조립해 줬다. 그는 다름 아닌 책방 전속 운전기사요 맥가이버도 부럽지 않은 뚝딱 수선공이다.


보통은 홀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책방이지만 이곳엔 보이지 않게 여러 손길이 닿아 있다. 다정한 마음들이 곳곳에 솔솔 묻어 있다. 여기에 다 쓰지 못한 내 마음속 고마운 사람들을 만나고 알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강이 어디로 가는지는 아무도 몰랐지.
곰이 강을 따라갔어. 그저 궁금해서 말이야.
하지만 엄청난 모험에 빠졌다는 건 몰랐지.
개구리는 친구가 없어 개굴개굴 외로워했어.
하지만 통나무배 타기가 얼마나 재미있는진 몰랐지.
하지만 둘러 가는 길도 있다는 건 몰랐지.
하지만 조심해야 된다는 건 몰랐지.

어느 날, 그저 궁금해서 곰이 강을 따라간 것처럼 나도 그렇게 길을 나서게 됐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너무나 궁금해서 모험을 시작했더랬다. 곰이 강을 따라가 예상치 않게 여러 친구들을 만나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며 위험에도 맞닥뜨리게 되지만 그들이 지나온 자리는 처음 흑백에서 자기들 본연의 천연 색깔을 드러내는 기적이 일어난다.


또한 곰이 떠난 여정은 개구리 거북이 비버 너구리 오리에 국한되어 끝나지 않는다. 강가 숲 속 다른 동물들에게도 퍼져 나가 그들의 색깔을 찾게 한다. 몇몇 우리만이 아닌 모두에게로 전염되어 따뜻한 영향을 준 것이다. 이 책방도 그런 곳이 될 수 있다면.


이 모험의 끝은 어디일까. 나, 우리, 그리고 더 나아가 또 그 어디. 난 다시 그 어디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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