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지
올해는 편지를 많이 썼다. 손글씨를 써 우편으로 보낸 것은 아니다. 그 편지는 바로,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Instagram)은 케빈 시스트롬(Kevin Systrom)과 마이크 크리거(Mike Krieger)가 공동으로 설립한 온라인 사진 공유 및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이다. 인스타그램의 이용자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진 촬영과 동시에 다양한 디지털 효과를 적용하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사진을 공유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은 즉석에서 사진을 볼 수 있게 한 방식의 카메라인 ‘인스턴트 카메라(Instant Camera)’와 전보를 보낸다는 의미의 ‘텔레그램(Telegram)’을 합쳐 만든 이름으로, 사진을 손쉽게 다른 사람들에게 전송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위키백과>
책방을 하지 않았다면 이 SNS를 결코 쓸 일이 없었을 것이다. 책방을 오픈하면서 함께 시작한 인스타그램, 준비과정부터 시작해 변화되는 모습을 기록하고 싶었다. 창업을 준비하면서 여러 매체를 통해 확실히 인지할 수 있었던 건 인스타그램은 꼭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것이 생소했지만 주변 사용자들에게 기능을 물어가며 조금씩 알아갔다. 아직까지도 모든 기능을 잘 활용하여 쓰는 수준은 아니다.
적어도 평일에는 하루에 하나씩의 글은 꼭 올리겠다고 마음먹었다. 책방 오픈 초기에는 하나 정도의 글을 올리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손님이 없어 그 일 말고는 할 일도 그리 많지 않기도 했으니까. 그것 말고는 달리 홍보할 방법도 딱히 알지 못했다.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니 그때그때 책방에서의 상념들로 알지 못하는 잠재 고객에게 말을 걸었다. 누군가한테 말을 하는 것처럼 글을 쓰면 책방에 혼자 있어도 혼자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좋아요’ 수가 늘면 공감 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고 그 숫자가 다른 때보다 적으면 그게 뭐라고 기분도 그저 그랬다. 다른 계정의 많은 팔로워와 ‘좋아요’ 숫자가 부럽기도 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좀 회의적이기 시작했다. 나마저도 타계정에 팔로우를 많이 했지만 그 많은 계정에 다 들어가 일일이 그들의 글을 확인하지 않는다. 팔로워 수가 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책방으로 직접 오는 사람은 그들 중에 얼마나 될까. 책방 수익에 도움이 되는 숫자인가. 늘어가는 숫자는 비밀번호를 몰라 현실에서는 뺄 수 없는 통장 잔고와 같이 쓸데없이 느껴졌다. 업계 선배들은 이런 고민을 토로하는 내게 분명히 얘기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반응이 있을 거라고. 그러니 계속 해야 한다고.
책방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은 드라마틱하게 폭발적으로 이웃과 팔로워가 늘지는 않는다. 아주 천천히, 내가 다른 계정에 팔로우 하는 속도보다도 더 느리게 늘어간다. 단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꾸준히 글을 쓰는 것뿐이다. 인스타그램을 시작하지 10개월. 현재 464개의 게시물, 937명의 팔로워가 있다. 잘은 모르지만 투자 시간 대비 많은 팔로워 수는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9월쯤부터 책방에 협업 제안이 서서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포기하지 말라고 격려하던 이들의 말처럼 나름의 성실함이 조금은 응답을 해주는 것이 아닐까.
평일에는 책방 관련 소식의 글, 주말에는 책 구절이나 인상에 남던 드라마 대사 등을 어울리는 배경에 넣어 게시하고 있다. 난 글 수집가이기도 하다. 솔직히 이런 일은 어떤 의무감이라기보다 예전부터 혼자서 사부작 했던 것을 공개하는 정도이다. 그저 재밌고 좋아서 하는 일이다.
글이 뭐가 그리 길어?
책방 계정에 팔로우하고 가끔 ‘좋아요’를 누르는 조카 말이다. 그 말에는 멋진 사진의 공유가 주목적인 인스타그램이지만 어울리지 않게 텍스트가 주인 것이 이해할 수 없다는 속내가 숨어있다. 그 아이가 ‘좋아요’를 눌렀어도 내 글을 읽었을까. 900명이 넘는 팔로워들 중 내 시시콜콜한 글들을 실제 읽는 이들은 아마도 10퍼센트도 안 될 것이다.
이제 와서 보니 난 영락없는 수다쟁이다. 누구한테 떠들어대는 수다가 아닌 혼자서 중얼거리는 수다쟁이. 어릴 때부터 혼자 시간을 많이 보내서 생긴 버릇 같다. 소리가 크게 나지는 않지만 계속 생각을 입술에서 내뱉고 있었다. 어쩌면 누군가하고 진짜로 대화를 하고 싶어서 그랬는지 모른다. 고독했던 아이는 그렇게 혼자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지금도 그렇다. 떠오른 생각을 남기고 싶다. 공유하고 싶다. 더불어 공감 받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소수의 누군가가 내 글에서 특별한 감정을 느꼈다고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이곳 책방에서 가을은 저도 처음이거든요. 앙상한 가지만 있을 때 이곳을 처음 만났고, 새싹이 돋고 푸르름이 가득할 때 가슴이 벅찼고, 지금도 처음 보는 이곳의 짙어가는 계절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다음에 만날 계절은 또 어떨까요. <11월 10일 인스타그램 게시글 중에서>
아직 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멋지고 그럴싸한 드라마나 소설은 못쓰지만 지금 현재의 나와 내 주변을 잘 표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니 난 알지 못하는 당신에게 계속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서 편지를 보낼 것이다. 그런 당신이 어쩌다 내게도 답장을 보내준다면 난 마음이 참 따뜻해지기도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