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내 짝을 만날 수 있을까요?
올해 안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꼭 만나고 싶다는 S. 이 넓은 세상에 내 짝이 누굴까. 그 사람을 어떻게 찾아내지. 내 짝이 있기나 할까. 결혼을 기피하는 세상이라지만 그래도 사랑은 포기할 수 없다. 좋은 사람인 S에게 곧 인연을 만나게 될 거라는 희망을 얘기하며 이 그림책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책을 처음 집어 들었을 때 짤따란 크기에 당황했다. 책 표지만 보더라도 빨간 끈을 매개로 이야기가 펼쳐지겠구나 짐작은 했다. 기대가 그리 크지 않았던 때문인지 책을 다 보고 덮을 때는 가슴 한편이 더 짠해졌다. 인생이란 무엇인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산다는 것은 그저 다 비슷한 모습인가 보다. 몇 글자 없는 이 짧고 간단한 그림책에서 내 앞날이 보이는 것도 같았다.
기다린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약속 시간을 칼같이 지키는 편이다. 되도록이면 적어도 5분 전에는 미리 도착해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 기차를 타더라도 예약 시간보다 한참 전에 역에 도착해 있어야 안심이 된다. 서두르고 촉박하게 움직이는 걸 싫어한다. 대학 때 친구를 오래도록 기다린 적이 있다. 아직 핸드폰이 있기 전이라 연락할 길이 없었다. 무작정 그 자리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너무 늦는 친구에게 처음에는 화가 났지만 나중에는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가 하고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안 오면 그만이지 미련스럽게 난 오랜 시간을 그토록 기다렸을까. 친구가 늦게라도 나왔는지 아니면 나오지 않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오직 생각나는 건 친구는 내 오랜 기다림을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점이다. 그만큼 친구에게는 내가 하찮은 존재였나 하는 모멸감이 들었다. 그때부터였는지 난 서서히 그 친구와 멀어졌다.
기다린다는 건 그렇다. 내게 기다림이란 온 마음을 다해 그 사람에게 다가가는 행위였다.
난 또 무엇을 기다렸을까. 어서 어른이 되고 싶었다. 무엇보다 독립을 갈망했다. 내 의지대로 삶을 꾸려가고 싶었다. 막상 그런 때가 오니 그 삶은 막대한 책임을 짊어진 짐이었다. 삶을 홀로 일군다는 건 기대와 달리 탄탄대로가 아니었다. 매 순간 도전이고 수많은 갈등의 향연이었다.
졸업도 하기 전 취업을 하는 동기들에 의기소침했고, 졸업을 하고도 한동안 백수를 지내는 동안 느꼈던 불안과 고독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어두운 동굴로 들어가 숨어있던 나날이었다. 누구에게는 사랑도 참 쉽던데, 난 그것도 어려웠다.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할지, 내게도 천생연분이라는 인연이 존재할지, 용기가 없어 짝사랑으로만 세월을 보내기도 했다. 드디어 인연을 만나 이 사람이다 확신이 들기도 했지만 '혹시나 내 판단이 틀리면 어쩌지'하며 결혼을 앞두고도 상대를 지치게 하기도 했다. 결혼만 하면 아이는 자연스레 생기는 줄 알았는데 참으로도 긴 기다림의 시간이 다시 주어졌다. 세상은 내게 쉽게 준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죽을만치 힘들게 견뎌내야 비로소 손을 내주었다.
케이크가 다 구워지기를
비가 그치기를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을 믿는 편이다. 살면서 그런 경험이 꽤 있기 때문이다. 힘들었지만 대학도 갔고 독립도 했고 취업도 했으며 결혼도 했고 아이도 낳았다. 살고 싶은 동네에 집도 샀다. 오래도록 소망하던 일이 시간은 걸렸지만 이루어졌다. 마음속에 품으면 인생의 항로가 신기하게도 그쪽으로 바람을 후 불어주는 것만 같다. 그래서 그럴까. 여전히 나는 기나긴 기다림의 꿈을 꾼다.
그림책에서 아이들을 떠나보내고 부부만이 남는 그 이후 모습이 참 쓸쓸하다. 아프고 병들고 말라가는 여인 모습에 감정이 이입된다. 슬픈 예감은 언제나 틀린 적이 없듯이 이 책도 그렇다. 떠난 자도 그렇겠지만 남는 자도 그렇다. 꼬마일 때부터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주인공 남자는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 삶은 그렇게 기다리며 이어지나 보다.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그 모든 연결고리로 우리는 이어져있고 서로 엉키며 기다린다. 순조로울 때도 있지만 매듭이 풀리지 않을 정도로 꽁꽁 묶여 있을 때도 있을 것이다.
난 어디쯤 와있을까. 이 책이 그리고 있는 삶의 반 정도를 지나왔을까. 아이가 처음 빨간 끈을 낑낑 끌고 있는 것은 결국 사랑이라는 삶의 끈이었다. 내 삶이라는 끈의 마지막도 그렇게 사랑으로 매듭이 지어지면 좋겠다. 그럼 참 따뜻하게 미소 지으며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기다림. 당신은 지금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이 그림책 어느 한 장면에서 당신도 자신의 모습을 분명히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S는 그림책 어느 장면에서 멈추게 될까. 어서 다정한 S에게도 사랑이라는 삶의 끈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삶의 끈을 따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