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하는 R에게 [뛰어라 메뚜기]
등교 시간이 한참 지난 시간인데 단정하게 교복 입은 학생들이 학교 가는 모습이 보였다. 아, 맞다. 오늘은 근처 중학교 졸업식 날이다. 그 학교를 다니는 조카 R도 오늘 졸업을 하겠네, 하며 떠올랐다.
조카는 우리 집안에선 단연 연예인이다. 식구들이 죄다 따분한 직업들을 갖고 있는데 그 아인 아이돌 춤을 어릴 때부터 가족 앞에서 종종 선보였다. 어떻게 그걸 다 외워서 출 수 있을까. 밤새 춤 연습하다가 아랫집에서 난리 난 적도 있다고 한다. 어느 때는 직접 요리해서 먹는 먹방 유튜브도 했더란다. 떡잎부터 달랐던 건지 어릴 때부터 그림 솜씨도 보통이 아니었다. 예술적 재능이라고는 도통 보이지 않던 우리 집 여느 유전자와는 확실히 다르긴 했다.
아이 갖기를 오래 기다렸던 나는 조카가 태어났을 때 기분이 다르기도 했었다. 오빠네가 부럽기도 했고 조카가 너무 예쁘기도 했다. 그래서 그랬는지 일 년 후 나도 아이를 낳을 수 있었다. 그런 조카가 벌써 중학교를 졸업하는 것이다. 자기표현에 솔직하고 하고 싶은 것에 능동적인 이 아이가 나중에 무슨 일을 하게 될지 정말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졸업하는 조카에게 그리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모든 이에게 그림책 <뛰어라 메뚜기>를 권해주고 싶다.
메뚜기는 있는 힘을 다해 펄쩍 뛰었습니다.
메뚜기는 두려움이 가득한 세상에서 움츠려들지 않고 펄쩍 뛴다. 다시 온 힘을 다해 날갯짓을 해 하늘로 떠오르기도 한다. 과감하고 굵은 그림선은 보는 이에게 통쾌함과 시원함을 느끼게 한다.
메뚜기는 황무지를 지나서 멀리멀리 날아갔습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했다. 어떤 세상이 다가올지라도 한 발 크게 내디딜 용기와 실천이 있어야 원하는 곳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그림책은 말한다.
보관하고 있던 수선화 구근을 심었었다. 좀 늦게 심은 터라 싹이 날 거라는 기대는 솔직히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일주일 만에 싹이 난 거다. 조금씩 푸른 싹이 올라오는 게 여간 신기한 게 아니었다. 어떻게 그 무거운 흙들을 제치고 싹이 올라올 수 있는 걸까. 그 알뿌리 안에서는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신비가 숨어있는 걸까. 이제는 활짝 핀 노란 꽃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삶의 새 전환기를 맞이하는 모두들, 축하한다. 알뿌리에서 시작해 무럭무럭 조용히 자라고 있는 이곳 수선화처럼 그대들의 출발을 열렬히 응원한다. 공부는 안 한다며 오빠 내외는 걱정 섞인 한숨을 내쉬기도 하지만 난 여전히 조카의 맑은 미소가 고맙고 대견하다. 우리 조카, 졸업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