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뽀글머리
벚꽃우산 쓰며 출근했습니다. 꽤 비가 오네요. 봄비일까요?
그렇잖아도 부한 머리인데 이런 날이면 더욱 감당이 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좋은 기계의 힘을 빌려도 이렇게나 온통 물방울이 가득한 날에는 그림책 <나는 뽀글머리>처럼 되거든요.
"숱이 많아서 좋겠어요."
그렇게 보이나요? 모르시는 말씀. 실은 난 당신의 찰랑거리는 생머리가 엄청 부러워요. 그저 곱슬이라 풍성해 보일 뿐이랍니다. 예전에는 신경 쓰이지 않던 정수리 빈 공간이 넓어져 실로 당혹스럽기도 하지요. 다른 어디보다 급속히 눈에 띄게 변화하는 머리칼의 양과 색은 노화라는 현실을 직면하게 합니다.
하다 하다 남편마저 부럽습니다. 그는 곧은 생머리에 그 나이치고는 새치도 아직은 살짝이거든요. 왜 유전의 법칙은 엄마 아빠의 좋지 않은 것만 쏙쏙 골라 물려주나요. 아이들의 머릿결은 푸석푸석 엄마를 닮았습니다. 종종 저를 째려보지요. 저만큼이나 머리에 신경 쓰는 시간이 이만저만 아니거든요. 그래, 미안하다.
은발의 성공한 커리어우먼을 보면 내 미래의 외양을 그려보기도 합니다. 변화된 자체마저 사랑하며 멋있게 늙는 그들처럼 되고 싶은데 언제쯤이나 가능하게 될까요?
마음은 언제나 흰머리를 커밍아웃하고 갖은 열기구와 염색으로부터 머리칼의 혹사 시대를 멈추고 싶습니다.
곱슬만 아니었다면, 이렇게나 일찍 머리가 하얘지지만 않았다면, 시간을 참 많이도 절약할 수 있었을 텐데, 삶의 질이 조금은 더 나아졌을 텐데, 하는 여러 아쉬운 생각이 여전히 끊이질 않습니다. 이 고민으로부터 언제쯤 해방이 될까요?
비가 주룩주룩 오는 날, 당신의 머리칼은 여전히 안전한가요? 그렇다면 오늘은 좀 당신을 부러워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