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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데이즈, 당신의 하루는 어떤가요?

: 비슷한 취향의 발견

by 윌버와 샬롯

책을 읽기도 티브이를 보기도 혼자서 시간을 어찌하지 못할 때 더군다나 홍수처럼 쏟아지는 영상물 중에서 나의 소중한 두 시간을 보장해 줄 작품 하나를 고른다는 것,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 영화, 괜찮았어요."


누군가의 호평으로 추천받은 영화, 그런 제안은 선택 장애가 있는 이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고 그랬음에도 종종 그 선택이 나의 취향과는 무척 다름을 깨닫고는 역시 세상의 다양성에 새삼 놀라며 쓴웃음을 지을 때도 있다.


선택이라는 게 언제나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성공은 가끔씩 오는 것이니 더 귀할 수밖에.


그러나 이건 퍼펙트다.


젊었을 땐 회사 다니며 몰래 춤을 추던 아저씨가 이젠 좀 나이가 많이 들고 도쿄의 예쁜 화장실을 청소하는 사람이 되었다. 근데 어쩌지? 여전히 그 잘생김은 그대로다.







나와 다른 세상을 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어머, 당신도 그래요? 하며 비슷한 것들을 확인하는 재미, 소울메이트를 만난 양 반갑기 그지없었다.


자기 전에 읽는 책 한 줄,

사진을 인화하여 보관하는 것,

식물을 가꾸는 것,

음악을 좋아하는 것,

물론 책을 좋아하는 것,

헌책방에서 보물을 찾는 것,

순간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싶은 것.




덤으로, 본받고 싶은 헌책방 주인을 이곳에서 만난다. 어느 책을 꼽든 그 책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내공이라니, 그 책방에서 일하고 싶을 정도였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아침마다 집을 나서며 하늘을 보고 미소 짓는 히라야마의 얼굴이었다. 하루의 시작을 이렇게나 행복하게 시작할 수 있는 것, 오늘이 있어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겁게 살아보겠습니다, 하는 그런 충만한 얼굴에서 시작하는 마음가짐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했다. 어쩌면 나도 앞으론 그를 따라 할지도 모르겠다.


"어머, 1.5배속으로 봤다고요?"


그랬다. 어느 날 지루했던 영화를 보다가 배속이라는 기능을 알아버려 이 영화도 그렇게 봐버렸다.


후회한다. 정속으로 보지 못한 것을. 더 나아가선 극장에서 보지 못한 것을. 극장에서 정속으로 봤더라면 주옥같은 음악들과 함께 감정이 더 배가가 됐었을 텐데. 대사는 거의 없고 음악이 좋으니 음량 빵빵하게 보길 추천한다.


여태 한 번도 혼자서 독립적으로 살아보지 못한 나로선 생각해 본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때가 올는지 모르겠지만,

내게도 혼자서 일구는 삶의 시간이 올 때 내 일상의 모습은 어떠할까.


현관을 나서며 웃음 짓고

자판기에서 커피 하나를 뽑아 마시고

나의 구역에서 나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목욕탕에서 몸을 풀고

단골 가게에서 여느 때와 같은 음식을 먹고

빨래방에서 빨래를 돌리고

책 한 줄을 읽고 잠이 든다.


일상이여, 만세!


하루의 질을 높이는 것이 가장 고귀한 예술이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

별다를 것 없는 히라야마의 단조로운 루틴의 일상에서 난 편안함과 숭고함을 봤다. 건강만 허락한다면 작은 나의 집에서 그렇게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감정은 민들레 홀씨처럼 후- 불어서 퍼뜨리고 싶은 것, 주변인에게 나 또한 이 영화를 추천한다. 평가는 그들의 몫.


퍼펙트 데이즈,

퍼펙트 맨,

퍼펙트 뮤직,

퍼펙트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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