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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 향 예약하기

: 제철 행복

by 윌버와 샬롯

"공원에서 만나요."


약속이 공원 앞이었기에, 그런 김에 한 시간 일찍 나와 공원 헬스를 한다.


조금 덥혀진 몸으로 건강함을 건네받고 돌아와 보니 그새 아이는 나의 거실을 스터디 카페로 변모시켜 차지하고 있다.

(정신없는 자신의 방을 버리고 안락한 나의 거실을 침범하다니.)



딸기를 씻는다. 이건 오롯이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닌 나만의 딸기. 비록 살짝 시들었지만 아이가 먹다 남긴 것이 아닌 나만의 것. 이미 얌전히 방으로 피신해 있던 딸바보 남편을 따라 방으로 들어와 한 입 베어 문다. 아, 달콤해.


피어나는 벚꽃이 자꾸 나를 부르는데 아이들 먹이려고 산 딸기와 유산균이지만 제철 행복을 때때로 놓치고 마는 아쉬움을 달래러 딸기도 먹고 유산균도 털어 넣는다.



지난 금요일은 청명이었다.


그날은 참으로 감정의 요동이 휘몰아치는 날이었는데 마침 책의 첫 장을 여니 작년 청명에 작가의 들어가는 말을 쓴 걸 본 거다.


청명

산과 들에 꽃이 피어나는 맑고 밝은 봄날


지난 금요일이 딱 그런 날의 시작을 알린 날이었던 거다.

부러 길일을 그렇게 잡았을까. 봄날의 진짜 시작이라고.


청명에 청명에 쓴 글을 읽다니. 우리 집 창을 차지하던 새하얀 목련을 지인들과 함께 감상하고 싶었고, 벚꽃 회동을 모의하느라 달력을 살피던 나는 나와 비슷한 작가의 제철 행복을 보며 취향 친구를 만난 듯 반갑기도 하다.


책을 보며 계획 하나를 세운다.

작년 남산에 오르다 놓쳐버린 아카시아를 기억했다.

올해는 꼭 그 향을 맞고야 말아야지.


예쁜 거 좋은 거는 아이들에게 양보하지만

아직도 딸기 두 알이 남아 있다.

나만의 딸기.

나만의 한 계절도 그렇게 하나 둘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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