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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형 노릇 대신 할게요

: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by 윌버와 샬롯

오랜만에 kbs 주말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다.

출생의 비밀은 있지만 오랜만에 막장이 아닌 가족 드라마를 본다. 주말 8시 드라마의 위치가 마땅히 원래 이래야만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섯 형제, 아버지처럼 의지했던 형의 갑작스러운 부재, 그들을 지키고자 하는 형수의 고군분투와 그에 감사히 따르는 시동생들, 좀처럼 볼 수 없는 가족애에, 따듯한 사람들에, 꼭 서로가 이어졌으면 하는 커플들에, 난 감응하며 매주 애써 본방을 사수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기 전까지 내내 웃지 않고 찌푸리던 안재욱의 얼굴은 별로였다. '별은 내 가슴에'의 그는 온데간데없어 같이 늙어가는 서글픔도 느꼈다.


마침내 30회쯤 넘어가면서부터 그가 미소 짓기 시작했다. 그러니 얼굴도 나아지고 같이 설레고 있다.


감히 나를 거절해? 좌절된 프러포즈에 어린애처럼 화가 나있던 그는 상대의 여건을 살피는 성숙된 사랑을 보여준다.


"나랑 그 역할 바통터치해요. 내가 대신 형 노릇 해줄게요."


난 그 말에 잠시 울컥했다.


뻔한 이 로맨스에, 그 한 마디에 내가 왜 그랬을까.


무거운 짐 내려놔. 내가 있잖아. 듣고 싶은 말이어서. 뭔지 모를 불안에 나도 의지하고 싶은 그 무엇이 필요했던 건 아닐까.



그림이 예뻐 집어 든 긴숨의 <당신과 이렇게 살고 싶어요>를 읽으며 떠올랐던 단 하나의 단어. 판타지. 상상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와 그림일지라도 어쨌든 그건 판타지. 문득 <헬로 뷰티풀>의 윌리엄과 실비의 모습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도 소설 속의 인물이니 판타지.



그러나,


모른다. 그런 사랑도 분명 있을지도.


"제 그림이 즐거운 노년을 상상하고

또 즐거운 노년을 만들어가는 데

작은 도움이 된다면 참 행복할 것 같습니다." - 긴숨


안재욱이 다시 웃어서 좋다.


영국에서 서로 손을 잡고 다니는 노부부를 흔히 보며 긴숨 작가는 영감을 얻었다 했다. 걸음이 빨라 나보다 앞서가는 남편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봐야겠다. 흉내라도 내봐야지 즐거운 노년을 꿈꿀 수 있을까 싶어서. 안재욱처럼 웃고 싶어서.


그래도,


책에서 아무래도 이거 하나는 아닌 것 같다.


"뽀뽀로 깨울 때까지 기다리는 당신!

얼른 일어나요~ 쪽!"


당신은 어떤가.

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정말 위너!

진심 부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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