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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aveler J Jan 07. 2023

자기소개

좋아하는 영화, 노래, 시를 통해 자유롭게 표현해 보세요


나는 '살아간다는 것'에 진심으로 임하는 사람이다. 삶을 여행하며 배우는 것과 느끼는 감정들을 나 자신에게 이해시키고 소화하고 넘어가야 하는 스타일이다. 이는 연애에도 적용된다. 어떤 이들은 하림의 노래 가사처럼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잊혀진다고들 한다. 친구들 중 몇몇은 연인자리를 채워줄 사람이라면 소위 최저등급만 맞추면 괜찮은 듯도 보였다. 외로움을 잘 버티지 못하기 때문에 누군가 필요하다던 그들... 그 누군가는 아무나인건가. 나는 그런 친구들을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20대 초반에는 '나도 남자를 많이 만나볼 테야!' 포부를 다졌던 때가 있던 것도 같다. 첫 연애가 끝나고, 처음 느껴본 이별의 공허함을 어떻게 다룰 줄 몰랐다. 갓 성인이 된 그 나이대의 어른이들이 그렇듯 별 영양가 없는 내용에 ㅋ만 한 줄을 채워쓰며 종종 가볍고 웃긴 대화를 나누던 남사친이라는 이들이 몇 있었는데, 그중 하나와 '덜 좋아하는' 두 번째 연애를 바로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금방 더 큰 공허함에 사로잡혔다. 전 남자친구가 그리웠기 때문이다. 새로 만난 사람을 솔직하게 대하기는 했지만, 그가 나를 사랑했던 것만큼 나는 마음을 다해 사랑해주지 못했다. 그리움에 미안함까지 엉켜 전 남친과의 이별도, 새 남친과의 연애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기분이었다. 박진영의 다른 사람 품에 안겨서를 자꾸만 흥얼거렸다.



어쨌든 20대를 보내며 깨달은 건, 나는 누군가를 깊이 사귀는 만큼 그 사람을 떠나보내는 시간도 얼마간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대체로 함께한 기간의 절반 정도를 쓰면 상대방에 대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다는 것도 어렴풋 알게 되었다. 친구들도 모두 매력이 다르듯, 한 친구의 존재는 다른 친구의 부재를 완벽하게 위로해주지는 못했다. 모두는 각자의 존재로 유니크해서 대체될 수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었다.



작년에는 특별히 힘든 일도 없고 주변엔 나를 사랑해주는 이들로 가득 차 있었음에도, 유난히 마음이 쉽게 헛헛해졌다. 별 이유 없이 눈물도 잘 흘렀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런저런 이유로, 어떤 방식으로든 내게서 멀어져 간 이들이 비교적 짧은 기간 무척 많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나를 손자들 중 가장 예뻐해 주셨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고, 부모님과 따로 살게 되었고, 자매와는 싸웠으며, 내가 토라진 친구 하나, 나에게 토라진 친구가 하나씩 있었고, 오래 만난 남자친구와 이별했다. 이 모든 게 1년 이내에 있던 일이었다. 나열하고 보니 그럴만하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내가 느꼈던 감정에 대한 설명을 조던 피터슨의 질서너머에서 찾았다.


<... 아무 일도 없는 듯 사소한 일에 몰두하고 있을 때, 갑자기 큰 슬픔이 밀려온다. 그런 일이 얼마나 반복되고, 얼마나 오래갈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 감정은 심연에서 발원하며 당신을 옴짝달싹 못하게 움켜쥔다. 당신이 애도하는 이유는 당신에게 소중한 것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애도하는 것은 떠난 사람이 당신을 얼마나 골치 아프게 했든 간에 그의 삶이 당신에게 나름대로 가치 있었다고 결론지은 것이다. 애도는 사랑을 반영한다. 어쩌면 애도는 사랑의 궁극적 증거일지 모른다. p.426>


'아!'

하는 짧은 탄성과 동시에 많은 것들이 정리되는 듯했다. 내가 진실로 그들을 사랑했구나.



나는 인생살이를 '내 우주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본질을 알고 채우는 것을 좋아하며, 그 방법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은 알프레드 디 수자의 시,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자유, 사랑, 열정. 때로는 가치관을 따라 산다는 게 어려울 때도 많지만, 유난히 슬펐던 작년을 통해 내가 스스로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을 실천해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란 걸 깨달았다. 슬픔을 슬픔으로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었고 삶의 태도에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살아가는 것, 삶에 진심이다. 여러 배움과 성장에도, 사랑에도, 인간적 성숙에도. 

가장 좋아하는 시 중 하나인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을 적으며 마무리하고 싶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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