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읽다

by 옥돌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에서 우리를 가장 매혹하는 것은 급전과 발견"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이어 극작의 초심자들이 "사건의 결합보다 조사와 성격 묘사에서 성공을 거둔다"고 말하는데, 이는 플롯을 성격보다 더 높이 평가하는 그의 이론과 일치합니다. 그는 극에서 중요한 것은 인물의 성격보다 '사건의 결합',즉 플롯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 플롯에서 중요한 것은 스토리를 완전히 달리 보게 만드는 반전, 그리고 그 반전을 통해 주인공이 획득하게 되는 새로운 인식이라고 보았습니다.




멋진 경험들, 예를 들어 자녀와 함께한 캠핑 같은 것을 인상적으로 보여준 다음 이렇게 말하는 것이죠. "It's priceless"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경험들을 신용카드로 사라는 것입니다. 그들이 은폐하는 것은 청구서가 한 달 후에 날아오고 결국은 가격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독서는 다릅니다. (중략)
저는 인간의 내면이란 크레페케이크 같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상이라는 무미건조한 세계위에 독서와 같은 정신적 경험들이 차곡차곡 겹을 이루며 쌓이면서 개개인마다 고유한 내면을 만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중략) 우리는 그런 몰개성적 존재로 환원되는 것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바로 우리 안에 나만의 작은 우주를 건설함으로써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중략) 크레페케이크를 닮은 우리의 작은 우주는 우리가 읽은 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것들이 조용히 우리 안에서 빛날 때, 우리는 인간을 데이터로 환원하는 세계와 맞설 존엄성과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생략) 그리고 깨닫게 될 것이다.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인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대체로 복잡하게 나쁜 사람이라는 것을. (신형철의 글 중)

토니 소프라노 역시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인 어머니 밑에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모두들 벌벌 떠는 마피아 두목이 늙고 교활한 어머니 앞에서는 무시당하고 학대받는 어린이로 돌아가는 것을 관객은 목격합니다. 또한 그는 온갖 골치 아픈 문제들에 시달리는 가장입니다. 딸은 환각제를 복용하기도 하고, 아들은 막무가내의 골칫덩어리입니다. 마약중독인 조카는 영화 대본을 쓰겠다며 조직의 비밀을 기꺼이 까발릴 기세입니다. FBI는 수사망을 좁혀오고, 아내와의 관계도 순탄치 않습니다. 정부들은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집으로 전화해 그를 협박하고, 조직원들은 배신하거나 살해당합니다. 그는 왕이지만 사람들은 그저 끝없이 요구합니다. 우리는 마침내 그에게 연민을 느낍니다. 그리하여 토니가 '복잡하게 나쁜 사람'임을 받아들이고 그를 사랑하게 됩니다. 동시에 그를 좋아하는 우리 역시 '복잡하게 나쁜 사람'임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너는 괴물이다. 반성하라!"고 직설적으로 외치지 않고, 괴물의 내면을 이야기라는 당의정으로 감싸 흥미롭고 설득력 있게 보여줌으로써 독자가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가지 시각으로 괴물을 직시하도록 만들어 줍니다. 우리는 라스콜니코프도, 토니 소프라노도, 험버트 험버트도, 파리대왕의 소년들도 아닙니다. 대체로 우리는 그렇게 심각한 죄를 짓지 않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우리 내면에 그런 면이 전혀 없다고는 아무도 단언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고대 그리스인들이 믿은 바와 같이, 인간의 성격은 오직 시련을 통해 드러나는데, 우리는 아직 충분한 시렴을 겪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를 언제나 잘 모르고 있습니다. 소설이 우리 자신의 비밀에 대해 알려주는 유일한 가능성은 아닐 겁니다. 그러나 그중 하나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이상한 것임에도 분명합니다.


김영하 산문, 읽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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