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브랜드 제3회 링크(LiNK)
Hey Brand는 체인지메이커들의 코워킹 커뮤니티 헤이그라운드에서 운영하는 브랜드 세션입니다. 본 리뷰는 오프라인에서 열린 브랜드 세션의 후기입니다. Hey Brand에서 의미 있는 일을 멋지게 하는 브랜드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안녕하세요, 헤이그라운드 커뮤니티 매니저 추리입니다. 지난 7월 9일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에서 헤이브랜드 제3회를 진행했어요. 북한 주민의 자유를 위한 국제 비정부단체 링크(LiNK)를 만났습니다.
LiNK(Liberty in North Korea)는 2004년 재미 교포 학생들이 북한 주민의 자유를 위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무브먼트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6년간 1201명의 북한 주민이 LiNK와 함께 자유를 찾았고요. LiNK와 탈북 난민들은 함께 협력하며 북한을 정치나 안보가 아닌 ‘사람’ 중심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세계 시민들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Liberty in North Korea.
2004년, 미국 동부지역에서 북한 사람들의 자유를 위한 목소리가 시작됐어요. 그 당시 Y대학교에서 KASC(Korean American Students Conference)가 열렸고, 탈북 난민 이야기와 탈출 시도 장면을 담은 비디오 클립들이 오고 갔습니다. 왜 재미교포들이? 핵도 아니고, 김정일도 아니고, 탈북? 왜?라는 질문이 생깁니다.
‘북한’하면 저는 김정은, 평양, 금강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북한 사투리, 외할아버지, 이런 단어들이 떠오릅니다. 제가 어릴 땐 나라에 좋은 일을 하면 금강산에 관광을 보내줬어요. 백일장에서 통일을 주제로 시를 쓰기도 했고요. TMI지만 어머니가 이북도민회 회원입니다. 한 번도 만나 뵌 적 없는 외할아버지가 북한 사람이거든요. 그렇다 보니 알게 모르게 북한과 참 가까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세요?
구글에게도 물어봤습니다. "평양", "North Korea" 두 단어를 검색해 보았는데요.
세계는 북한을 김정은, 평양, 미사일, 군대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김정은, 평양, 공산주의, 열병식. 주어와 목적어를 뒤집어보면 북한이 위와 같은 단어와 모습으로 자신들이 비추어질 수 있도록 꽤 치밀하게 전 세계와 소통하고 있다 할 수 있겠습니다. 이외의 것들은 사람들이 접하지 못하고, 알지 못하도록 철저히 배제하고 고립시키고 있어요.
LiNK는 북한이 의도하는 대로 북한을 바라보지 않고 그와는 다른 시선으로 북한을 바라보는 경험을 전 세계로 확장해 나갑니다. 스스로가 전 세계로부터 철저히 고립시킨 북한의 또 다른 이야기, 또 다른 목소리에 주의를 기울이며 전 세계가 북한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어요. 탈북 난민들과 16개국에 있는 290여 개 학생 동아리, 13만 명의 SNS 팔로워, 후원/봉사/캠페인으로 함께한 7만 명이 북한 주민들의 자유를 향한 이 전 세계적인 운동을 주도합니다.
LiNK가 제작한 탈북 난민 구출 영상을 보면서, '탈출'이란 단어의 의미를 찾아봤어요.
탈출(脫出); 어떤 상황이나 구속 따위에서 빠져나옴.
구속(拘束); 행동이나 의사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속박함.
자유(自由); 외부적인 구속이나 무엇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
저의 경우 보고도 믿지 못하는 일들 앞에 서면 “에이~”라는 말과 함께 의심하고 확인하려 들거나, 반대로 아예 무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중 하나가 탈북 난민들의 이야기였는데요, ‘탈출’이란 단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이 제게 피부로 와 닿은 경험이 없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LiNK 한국 지부장 박석길 대표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너무나도 당연하게 주어진 자유와 달리, 북한 사람들에게 자유란 목숨을 걸고 얻어야 하는 것입니다. 나는 영국 땅에서 태어났고 그들은 북한에서 태어났기 때문이죠.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2019년 LiNK와 함께 자유를 찾은 탈북 난민은 200여 명에 달합니다. 탈북 난민들은 더 많은 북한 주민들이 자유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LiNK와 함께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자유를 위해 어떤 고난을 겪어야 하며, 왜 고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유를 찾으려고 하는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요.
어제 나랑 재미있게 뛰놀았던 친구가 다음 날 일어나서 보니 사라졌대요. 나중에 알고 보니 팔려간 거였어요. 그때 나이가 13살 14살이었고요.
한국 와서 시급을 받을 수 있는 게 가장 신기했어요. 북한에서는 한 달 일하고 한 달 먹을 수 있을까 말까 하는 돈을 받는데…
이들이 이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하기까지, ‘안전하다’ 느낄 수 있는 땅에 도착하기까지 5,000km에 달하는 비밀 경로를 지나옵니다. 북한 땅에서 어렵게 중국에 도착하여도 안전하다 말할 수 없는데, 중국이 북한이탈주민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국 경찰에 붙잡히면 강제북송을 당하고요. 강제북송을 당하면 고문을 당하거나, 강제노동 착취를 당하거나, 극심한 경우 처형을 당하기도 합니다. 강제북송이 아니더라도 중국에서 잘못되면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성착취를 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월경하여 중국에서 동남아로 갈 수 있게 되면 더 험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어요. 최소 12시간은 걸어서 지나야 만 하는 정글이 그중 하나입니다. 불빛 하나 없는 밀림에서 잠도 자지 못한 채로 중국 경찰들에 쫓기며 강가에 도착하면 모터보트에 몸을 싣고 강을 건너게 됩니다. 강을 다 건너야만 안전한 땅으로 안전히 갈 수 있는 기회를 만날 수 있어요. 하지만 강 건너에는 더 이상 믿고 따라갈 브로커도 없으며 어디를 가야 밥을 먹고, 일을 할 수 있고, 한국에 갈 수 있는지 알려줄 사람이 없습니다.
LiNK는 북한 사람들이 그 강을 상함 없이 안전히 건널 수 있도록, 평생에 처음 겪어보는 자유에 적응하여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나아가 북한 사람들이 더 이상 그 강을 건너지 않아도 되는 날을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이일에 동참할 수 있도록 LiNK가 시작되었던 그날의 일을 LiNK만의 색으로 해나가고 있습니다. 지속해서 목소리를 내는 일.
탈북인들은 북한 사회 변화의 주체가 됩니다. 탈북인을 통해 한국 드라마, 음악, 교육자료, 등 다양한 정보가 북한으로 흐르고 있고요.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 금전적인 지원을 하면서 민간 경제 살리는 데에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좀 더 이야기해 보자면, 북한에는 ‘장마당 세대’라 불리는 밀레니얼 세대가 있습니다.
장마당은 북한의 시장을 일컫는 말인데요. 1990년대 북한 사회주의 경제가 붕괴되면서 북한 주민들이 극심한 기근을 겪었고 정부에 대한 믿음이 돌이킬 수 없는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실제로 아사 또는 동사한 시체들이 길에 있었다고..) 14살, 15살 청소년들은 부모 세대와 달리 정부가 더 이상 내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어요. 이 굶주린 청소년들이 모여 시장을 형성하게 됩니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보셨다면 장마당의 모습을 기억하실 거예요.
링크에서 제작한 장마당 세대 다큐멘터리에서 보니 장마당에서는 말 그대로 오늘 하루 먹고살기 위해 어떤 것이든 내다 팔았다고 합니다. 남의 마당에서 콩 털다 떨어진 부스러기를 주워다 갈아서 떡을 만들어 팔기도 하고요. 중국과 인접한 강에서 밀수를 해 물건을 팔기도 하고요. 규모가 점차 커지고 시장에 나오는 물건도 다양해지면서 장마당은 새로운 정보와 아이디어의 중심지, 각종 정보와 기술이 소개되는 통로로 확장되었고, 이른바 ‘네이티브 자본주의’가 태동합니다. 빈부의 차를 없애기 위해 만든 사회제도가 내 가족을, 나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모순이라니. 견딜 수 없는 고통과 절대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분노와 어려움이, 삶에 대한 애착이 이 모순된 제도와 상황을 파괴하는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감히 추측해보아요. (장마당 세대 다큐멘터리 찐입니다. 마음으로 52분 55초가 지나갑니다. 한 번 보시고, 주변인들과 두 번 보세요.)
당은 이러한 북한 청년들을 탄압하고 있는데요, 당의 도움 없이 스스로 죽을 고비를 넘긴 이들이 당의 압박이나 공격에 자신들이 개척한 인생의 전부를 포기할 리 없습니다. 오히려 더 용감하고 영리하게 스스로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어요. 당은 급격한 변화를 막을 수 없어 퍽 난감해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자란 북한의 밀레니얼 세대가 각자의 자리에서 북한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완전한 자유를 찾아 북한을 탈출하고, 어떤 사람은 북한에 남아 탈북인들과 타국의 정보를 나누며, 각자의 방식으로 개인의 권리와 목소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LiNK는 이들을 통해 북한의 자유와 개방이 반드시 올 것임을 믿습니다. 이들이 바깥세상과 북한을 연결하는 다리로서 변화를 지속할 수 있도록, 나아가 북한의 변화를 세상에 알리고 소통할 수 있도록 지지하며 함께 자유를 앞당깁니다.
제가 잠시 미국에서 생활하던 때(TMI) 들었던 문장 중에 잊혀지지 않아 마음에 담아둔 문장이 있어요. “Your voice matters.” 사회 변화를 만드는 일의 시작은 나에게도 목소리가 있음을 깨닫고, 조금씩 용기를 내어 소리를 내는 일 같습니다.
탈북 난민들이 다른 사회 일원으로서 자리 잡는 과정에 생각지 못한 어려움과 실패를 경험한다고 합니다. 반면, 스스로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는 사람이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는 경험을 쌓아간다고 해요. 스스로가 인생의 주체가 되어 새로운 인생을 빚어나가고 있어요. 그리고 인생의 주체로서 선택합니다. 자신의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북에 남겨진 언니, 오빠, 형, 동생, 어머니, 아버지, 친구들이 자유를 찾을 수 있도록, 그날을 앞당기는 일에 앞장서기로요.
LiNK의 지난 족적과 탈북 난민들의 이야기를 보고 들으며 제게 잊히지 않는 그 문장의 의미를 실감하게 되어요. 동시에 제가 시작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북한 주민이 북한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자유를 찾기까지 북한 주민의 자유를 위한 국제 비정부단체, LiNK와 용감한 탈북 난민들과 함께 걸어요. :)
링크1. 왜 여전히 북한에는 자유가 없을까요?
링크2. 맨체스터 출신 영국 남자가 북한을 위해 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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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Hey Brand에서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미술 생태계를 만드는 ‘오픈갤러리’를 만납니다. 미술 시장에서 국내 1위 그림 렌탈 기업으로 자리잡기까지 과정과 인사이트 넘치는 생생한 이야기를 후기 콘텐츠로 만나보세요. Changemaking journey with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