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부연
FRAME은 헤이그라운드에서 운영하는 콘텐츠 브랜드입니다. '일하는 사람들의 특유한 시선들'을 담습니다.
여자가 술집을 한다고?
2014년 7월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이 들어본 질문이다. 질문 유형도 여러 가지. “이렇게 술집 여러 개 운영하는 여자 대표님은 처음 보는데요?”, “아니 이걸 혼자서 다... 감당이 되세요?”, “이 위험한 세상에 여자 대표님이 술집을 한다니요. 무섭지 않으십니까?” 놀람, 감탄, 우려, 걱정 정말 다양하다.
의외의 일, 신기한 일을 하는 사람. 그런 반응들이 나쁘지만은 않다. 2014년부터 6년 차 사장님으로 9개의 브랜드를 런칭해 본 경험, 아마 흔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 이상으로 사람들은 매우 다양하게 자기 ‘일’을 하며 살아간다. 나도 그중 하나이지 않을까. 아무튼 이런저런 일들이 쌓이다 보니 6년 차 술집 사장은 참 많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
각종 방송에 출연해보고 책도 두 권이나 쓰게 되고, 여러 플랫폼에서 창업 교육이나 강의를 하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내 공간에서 만나며 얻는 인사이트는 놀라울 정도다. 끊임없이 이슈와 사건이 터지고 수습하려 발을 동동 구르는 스펙타클한 하루하루의 연속. 그만큼 일과 삶은 점점 하나가 되어 갔다.
눈을 뜨고 감기까지 하루 종일 일과 함께한다. 이동할 때는 생각에 빠져있고, 운영하는 공간 안으로 들어가면 아이디어 회의, 그도 없으면 청소라도 한다. 그렇게 밤낮없이 일하면 결과가 만족스러울까. 꼭 그렇지도 않고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다. 회사원 시절이 틈틈이 그립기도 하다. 특히 월급과 회식.
두 번째 책 제목이 “회사 다닐 때보다 괜찮습니다.” 인데, 자신 있게 이 말을 할 수 있을지. 아직도 마음은 반반이다. 어쩌면 이 말에 책임을 다하기 위해 더 노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클라이언트의 브랜드를 위했던 회사생활보다, 내 브랜드를 가치 있게 쌓아가는 지금이 소중하다는 것이다. 일과 삶의 영역이 모호해짐에도 불구하고.
내 일을 한다는 설렘과 내 일을 하기에 감당해야 하는 빡셈은, 그래서 경계선 하나를 사이에 놓고 매일 다투고 있다. 예전부터 즐겼던 모험과 탐험 정신의 도움이 없었다면 진작 도망갔을지도 모른다. 일부러 위험한 곳만 여행 다니고, 이리로 가라면 저리로 가던 습관이 지금 일에는 엄청난 동력이 되고 있다.
많은 창업가들이 공감하는 부분일 테지만 모든 일을 책임져야 하는 (특히 그게 내 브랜드일수록) 무게감과 고독감은 실로 엄청나다. 요즘은 그나마 비슷한 고민을 나누는 분들이 생겼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끔씩 정말 아득한 기분이 들곤 했다. 악몽에 시달리면서도 신경 쓸 새 없는 하루의 반복이었다.
가끔 쉬어가라, 멈춰가라는 조언을 듣지만 참 쉽지 않다. 하던 일을 멈춘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성격이 팔자여서 그런지 배우려고 해도 시도해보고 싶어도 잘 되지 않는다. 참 피곤하게 사는구나 라며 수긍한다. 과정에서 느끼는 희열과 결과의 기쁨을 동력 삼아 내일을 준비하게 된다.
결국 나에게 일이란 그냥 인생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랬더니 고민도 걱정도 염려도 사라졌다. 뒤돌아볼 새 없이 분주히, 조금씩이라도 매일 나아가고 싶은 나만의 워라밸. 서두에 언급한 여러 질문에 답을 주는 데 이만한 방법도 없지 않을까. 오히려 그 이상 더 놀라게 해주고 싶은 욕심이 나기도 한다. 내 일은 블루오션이야, 라고 혼자 상상하면서.
나와 일, 삶과 인생에만 집중했던 지난 4년 8개월. 그 시간이 나에게는 진정한 커리어 터닝포인트였다. 아무런 편견 없이 오로지 나라는 사람에서부터 차근차근 쌓아온 기간. 그게 앞으로 나에게, 또 나를 본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에너지가 되길 바란다. 조건과 상황에 상관없이 내가 가장 즐기는 시간이라면, 그게 내 일이 되기엔 충분하다.
Writer 원부연 - 전 광고기획자, 현 음주문화공간 기획자. <회사 다닐 때보다 괜찮습니다>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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