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벤처 201 아카데미]는 소셜벤처, 비영리기관 등 임팩트조직의 실무 역량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기초 이론이라고 불리는 101을 넘어, 실무에 바로 적용 가능한 직무 기술과 성장 단계에 있는 조직에서 고민할법한 이슈를 '비즈니스 201/ 매니저십 201/ 조직문화 201' 세가지 모듈로 나누어 다룹니다.
아기 상어~ 뚜루루♬ 뚜루♬’ 이 노래, 어디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상어가족>으로 유명한 유아동 캐릭터 브랜드 ‘핑크퐁’을 보유한 회사가 바로 오늘 소개할 스마트스터디다.
스마트스터디는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8월 27일 저녁, 참석자들은 저마다 스마트스터디가 일하는 방식과 문화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서 헤이그라운드 스카이라운지에 모였다.
연사로 나선 최정호 디렉터는 스마트스터디의 CLO(Chief Life Officer)이며, HR 디렉터를 맡고 있다. 그는 "문화는 우월을 따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회사도 있구나, 이렇게 다른 부분도 있구나, 하면서 열린 마음으로 들어주시면 좋겠다” 며 당부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강연은 ‘자율적인 조직문화’와 ‘수평적인 조직문화’ 두 파트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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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스터디는 핑크퐁으로 대표되는 유아동 디지털 콘텐츠를 시작으로 사업을 확장해 상품 판매, 어린이 뮤지컬, 교육 커리큘럼 사업까지 영역을 넓혔다. 올해의 중점 사업은 애니메이션이다. 캐릭터를 TV 시리즈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풀어내면서 세계관과 이야기를 구축하고 있다.
스마트스터디 콘텐츠는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Baby Shark> 음원은 ‘빌보드 핫 100’과 ‘UK 싱글 차트 TOP 100’에 모두 차트인했다. <Baby Shark Dance> 유튜브 영상은 2019년 8월 현재 33억 뷰를 기록하고 있다. 유튜브 단일 영상 기준 전체 7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6위에 랭크 중인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조만간 뛰어넘을 기세다.
2014년, 77억 수준이던 매출은 2018년, 400억을 달성했다. 함께 하는 동료도 270명 규모로 늘었다. 기업 분석 사이트 캐치(CATCH)의 조사 결과, 스마트스터디는 스타트업 재무구조 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다. 그 성장의 배경이 궁금하다. 스마트스터디는 어떤 문화를 바탕으로, 어떻게 일했기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 “독특한 문화의 회사로 알려져 있는데, 창업할 때부터 지금의 기업 문화를 구상하고 계획하셨던 건가요?”
스마트스터디 김민석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답했다.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는 것이 맞을 것 같아요. 귀찮기도 하고... 사람을 잘 믿어서 믿고 맡기는데 다들 잘하더라고요. 그렇게 자율적인 문화가 됐어요.”
단골 질문이 하나 더 있다.
· “스마트스터디 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김민석 대표의 인터뷰를 다시 인용한다.
“저는 따라 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려요.” “자신들에게 맞는 방식을 가질 때 ‘그런 회사’가 되고, 그 회사는 그런 문화 안에서 성과를 내게 될 거예요. 문화나 조직은 배워서 따라 한다고 그렇게 만들어지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최정호 디렉터의 생각도 같다. 여기서 뭘 얻어서 회사에 접목을 시켜보겠다 하는 건 위험한 생각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문화를 단편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왜 우리가 이렇게 되었는지를 바탕으로
여러분의 조직은 어떻게 되어야 할까를 고민해보셨으면 좋겠다”
고 그는 말했다.
자율과 책임. 식상한 구호 같지만 이보다 스마트스터디의 조직 문화를 잘 표현해주는 키워드는 없다. 스마트스터디는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 최대한의 자율을 가지고 일한다. 몇 가지 자율적인 문화를 소개한다.
출퇴근 시간은 개인의 업무 효율과 협업하는 동료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간으로 개개인이 직접 결정한다. 출근 시간을 9시로 고정해둔다면 누군가는 러시아워의 고통을 느끼며 출근하게 되고, 이미 지친 상태로 사무실에 도착한다. 비효율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 출근은 10-11시, 퇴근은 7-8시 정도에 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주말에 출근하고 평일에 쉴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의 편의가 우선되어서는 곤란하다. 자율은 개인과 조직의 효율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재택근무 / 공유 오피스 / 카페 등 원격 근무가 가능하다. 이 문화도 자연스레 생겨났다. 콘텐츠를 만드는 팀은 웃고 떠들며 일하는 편이다. 유아동 콘텐츠이다 보니 노래도 부르고 율동도 만든다. 하지만 누군가는 조용히 일하고 싶을 수 있다. 그런 사람은 오히려 카페나 집에서 일하는 게 효율적일 것이다.
연간 휴가 사용 일수에 제한이 없다. 원하는 기간에 원하는 기간만큼 치열하게 일하고 시원하게 휴가를 사용한다. (2018년 1년 이상 재직자 휴가 사용 평균 21.2일) 어떤 사람은 일주일에 하루씩 쓰는 걸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2주씩 붙여 멀리 나가는 것을 선호한다. 다양성을 존중해주는 것이다. 동료들과 협의만 된다면 어떤 모양이든 괜찮다.
직장인 평균 휴가 사용일이 9.2일이라는 통계가 있다. 업무가 너무 많아서(34%) 못 갔다는 건 그렇다고 쳐도, 상사와 동료의 눈치가 보여서(30%) 못 갔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상식적으로 일을 잘 마무리했다면 눈치 안 보고 휴가를 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복장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아직까지 남에게 불편을 주는 복장을 입는 사람은 없었다.
업무 효율이 나지 않는 것을 본인이 인지하고 동료들도 인정한다면, 얼마든지 노트북 등의 업무 자산을 교체할 수 있다.
개인형 법인카드를 사용하고 각자 정산한다. 스스로 업무의 범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 회사의 사전 승인을 받지 않고 사용 가능하다.
새로운 도전에 대해 열려있다. 하던 일을 탁월하게 수행했을 경우에는 직무 이동의 가능성도 열려있다.
업무에 도움되는 범위라면 다양한 형태의 회식을 인정해주는 편이다. 일반적인 회식 외에 체력을 기르기 위한 스포츠 활동도 회식으로 인정한다. 콘텐츠팀은 전시회, 박람회, 뮤지컬, 공연 등을 회식으로 인정하기도 한다.
이 내용들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효율성을 위한 최대한의 자율이다. 업무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개인의 사용설명서’는 본인이 가장 잘 알 테니 자율에 맡기는 것이다. 겉보기에는 유토피아 같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나 자신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정글에 가깝다.
이제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살펴볼 차례다. 스마트스터디가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갖게 된 배경에도 효율성이 있다. 수직적이고 경직된 문화에서는 상호간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불필요한 형식과 절차가 요구된다. 스마트스터디는 이런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 코스트를 감소시키고 효율성을 높일 수 방법을 찾아왔다. 아래에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다른 호칭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다. 내부에서는 직책으로 불릴 일이 없다. 여기서는 최정호 ‘디렉터’로 불리지만 내부에서는 그냥 ‘푸우 님’이다. 이것이 수평적인 조직문화의 근간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이렇게 되면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 코스트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호칭만으로 수평적인 조직 문화가 알아서 자리 잡는 것은 아니다.
옆자리 팀원과 나 사이의 경계가 없다. 고개만 돌리면 바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 심지어 사무실에 별도의 사장실도 없다. 그러다 보니 간편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지고, 언제든 등만 돌리면 그 자리에서 회의가 시작되기도 한다.
캘린더 초대 시스템을 통해 협업 과정의 효율화를 꾀했다. 캘린더 초대 시스템을 활용하면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최소화된다. “이 시간에 미팅을 잡아도 될까요?” 허락받을 필요가 없이 상대가 빈 시간에 캘린더를 보내면 된다. 일단 보내고 상대가 안 된다면 그 후에 조율을 하면 된다.
누구나 참석하고 싶은 미팅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석하길 권장하고 있다. 스마트스터디의 회의실은 전부 개방형이다. 아무런 블라인드가 없어서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회의 내용을 볼 수도 있고, 할 이야기가 있다면 중간에 참여할 수도 있다.
강연이 끝난 후 무려 한 시간에 가까운 Q&A가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조직 문화에 대한 각자의 고민을 치열하게 나눴고,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중에 몇 가지를 소개한다.
신규 입사자의 입장이 되어서 진짜 그 사람이 궁금해하고 도움이 될만한 내용으로 생활 안내서나 오리엔테이션 자료를 만들면 좋겠다. 재미있고 친근하고 실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담는 것이 좋다. ‘어디 식당은 가지 말아라’ 같은. 당장 최근에 들어온 사람에게 무엇이 궁금하고 답답한지 들어보고 그걸 어떻게 풀어낼지를 고민해보면 좋겠다.
서로의 개인적 관심사나 상황까지 속속들이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왜 입사를 했는지, 무엇을 이뤄내고 싶은지 정도만 알아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신입 발표도 좋은 방법이다. 신규 입사자는 ‘내가 누군지, 무엇을 해왔는지, 회사에 왜 들어왔는지, 어떤 걸 하고 싶은지’와 같은 내용을 발표한다. 이런 자리를 통해 자연스레 새로운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의사결정권자들은 팀원들의 의견을 참고하되, 수용할 수 없는 경우라면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누군가의 의견이 묵살되기도 한다. 모든 과정에서 ‘왜 당신의 의견이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하는지’ 설명할 수만 있으면 된다. 그렇게 하면 그 사람의 성장을 도울 수 있고, 앞으로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생생한 현장이 담긴 영상 후기 보러가기▶ https://bit.ly/2NP3MfV
Q&A 시간을 통해 조직 문화에 대한 참석자들의 깊은 고민과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함께 고민과 인사이트를 나누면서 연사와 참석자들 사이에 묘한 동료애가 형성되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강연을 듣고 두 가지가 내용이 인상 깊게 남았다. 먼저, 조직 문화는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점. 다음으로, 자율은 어디까지나 효율을 위한 것이라는 점. 이번 강연을 통해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넘어, 그런 문화가 왜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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