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2. 19
잠시 뜸했습니다.
이제는 잊혀야 할 것들은 잊히고, 아주 큰 뼈대의 기억들만 남았습니다.
엊그제 같기도 하고, 당장 어제 같던 2월 19일이 한 해가 지나 1년을 보낸 2월 19일이 되었습니다.
아주 오래된 이야기 같은 아련함도 있고
우는 연기를 하고 싶을 때 생각하면 곧장 눈물이 나기도 합니다.
이별이라는 것은 가깝고도 머네요.
앞으로 두 번째 이야기가 연재되면서 아시게 되겠지만, 2월 19일 날 데일이가 세상을 떠났고
2월 20일 아주 좋은 곳에서 다시 마지막 인사를 나눈 후 보내주었습니다.
따끈따끈한 한 줌의 흙이 된 데일이를 혹여나 다칠까, 차량 안전벨트까지 매어준 후에 제가 가장 자주 왕래하는 학교로 왔습니다.
그날은 추워야 할 날이었는데, 유독 따뜻했고
그저께까지 매섭도록 추웠기 때문에 땅이 꽝꽝 얼어 있었지만,
마치 그것을 녹이든 미지근한 비가 억수같이 내렸습니다.
가장 데일이를 닮은 나무 아래 뿌려주며 마치 새로운 만남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늘 내가 다니는 곳이기 때문에 나무의 사계절을 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을까요
오늘 아침 기일이기도 하고 저도 도서관에 가야 할 일이 있어서
잠시 데일 나무에 방문했습니다.
그 나무는 특별하지도… 데일이의 원래 모습처럼 잘생기지도… 않았지만,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나무입니다. 특이하게 생겼거든요
무엇보다도 벌써 일 년이 지났다는 것이 실감되지 않았습니다.
2024년이 저에게 워낙 많은 일이 있었거니와, 되려 일 년 밖에 지나지 않았다고 말해도 될 정도로 시간의 흐름이 뒤죽박죽이 된 기분입니다.
저, 엄마 그리고 이모는 새끼손가락에 백금 반지를 끼고 있습니다. 데일이가 떠나고 저희 엄마가 데일이를 오래도록 기억하자라는 의미에서 선물한 반지입니다.
안에는 2010. 09.06- 2024. 02. 19 가 새겨져 있어요.
이제는 새끼손가락이 허전하면 일상생활이 되지 않을 정도로 저의 버팀목 같은 반지입니다.
마침 왼손 새끼손가락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더라고요.
새로운 시작을 데일이를 기억하는 마음, 그리고 데일이가 나를 도와주리라 하는 마음으로 늘 자신감 있게 발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았습니다…
잠시 연재를 멈춰있었지만, 첫 번째 기일이라 짧게나마 글을 남겨봅니다.
천천히 이어 나가겠습니다.
마음에 들기도 하고, 가끔은 싹 다 뜯어고치고 싶은 글이기도 하지만, 완성 후 또다시 퇴고하고 퇴고하고 또 퇴고하며 완벽하게 데일이를 위한 책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그 꿈을 이룰 때까지, 데일이는 늘 글 쓰는 제 타자기 옆에 혹은, 제 무릎 위에 앉아 차가운 몸을 데워주고 있겠지요.
2025 02 19 최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