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해이 Oct 13. 2024

첫- fin Bye Dale

인사도 못하고 떠나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등교하는 날이었다. 데일이도 평소처럼 나를 깨웠고, 나는 일어났다. 모든 것이 일상이었기 때문에 데일이가 간다는 것은 알고 있어도 데일이의 빈자리가 예측되지 않았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자습을 하고… 그동안 데일이는 자신의 엄마 아빠와 함께 벤을 타고 자신의 이모와 작별인사 중이었다.


연예인…?


학교를 다녀오니, 세상이 변한 것처럼 모든 것이 바뀌어있었다. 데일이의 쿠션과 인형 그리고 간식까지 집에 남아있지 않았다.



별 것 아니었다. 당연한 나의 일상으로 돌아간 것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저녁까지 공부를 하다가 평소처럼 졸았다. 잠시 자고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에 엎드렸다.



한참을 자다가 ‘왕왕’ 하는 소리 때문에 고개를 들었다.



“아- 데일아 왜그래?”



일어나서 소리가 나는 쪽으로 걸어갔더니, 데일이가 현관 앞에서 왕왕 짖는 것이다. 쉿-하는 포즈로 여기는 아파트니 짖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헥헥 거리며 날 올려다보던 데일이의 꼬리가 살랑 거렸다. 꼬리 끝의 하얀 부분이 사륵사륵 공기를 휘젓는다. 순간, 최면에 걸린 것처럼 어떤 사건이 머릿속을 스쳤다.



“맞다. 너 갔지?”



데일이는 왕왕 짖으며 현관 밖으로 나갔다. 그 애가 밖으로 나감과 동시에 몸이 일으켜졌다.


베고 잔 문제집이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한참 동안 그렇게 울었다. 아무렇지 않았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완전한 이별이 아닌, 어딘가에 존재하는 헤어짐이었지만. 이때, 느낀 것이다. 나는 절대로 강아지를 키우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약하고 소중한 존재를 소유하지 않을 것이다.


듣기만 해도 가슴이 아린다. 보고 싶었지만 또 보고 싶지 않았다.




데일 표류기


미국 태생 데일이의 이동은 평탄하지 않았다. 이모부가 상하이의 인터컨티넨탈 호텔 CEO를 맡게 되어 중국으로 가야 했기 때문이다.


나라별로 입국절차가 상이했다.


미국 비행기에 따로 등록이 되어 있는 데일이는 보호자와 기내에 함께 타고 이동할 수 있었다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Dale: 나 여기에 얌전히 있으면 되는고야?


2018년 당시만 해도 중국 동물(애완) 검역을 했었고, 매우 까다로웠다. (지금은 모르겠다.)


검역을 조금이나마 완화시키기 위해서 데일이는 상하이 공항에 내리지 않았다. 대구에서 인천공항까지 벤을 타고 이동하여, 인천공항에서 광저우 공항으로 향했다. 광저우 공항에 내려서 또다시 벤을 타고 상하이로 이동한 것이다. 우리나라와 땅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광저우에서 상하이 까지 대략 15시간이 걸린다. (비행기는 약 2시간이라고 한다.)


대구-> 인천공항 -> 광저우 공항 -> 상하이


거의 2박 3일의 여정에 거쳐 어렵게 이동을 하였고, 희생자는 이모부였다.



Dale: 아빠 켄넬은 모르겠고, 슬리퍼나 던져줘.



Dale: 아빠 켄넬은 모르겠고, 인형이나 던져줘.




냠냠냠냠,,,,


이모와 이모부는 자신의 반려견을 비행기 짐칸에 싣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했다. 항공사에서 안전히 이동시켜 준다고 하여도 보호자만 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늘 서비스 독을 달고 함께 기내 비즈니스 석을 타고 다녔지만, 이번에는 중국 입국이라 어쩔 수 없이 화물칸으로 가야 했다.



보통 서비스 독으로 등록된 회사 항공사로 기내에 타고 다닌다.



안정감을 위해 데일이의 담요…. 그리고 데일이가 한국에서 늘 앉아있었던 ‘이모가 손수 만든 쿠션’을 켄넬에 함께 넣어주었다. 제법 독립적인 데일이는 (불안했을지도 모르지만) 얌전히 잘 따라주었고, 무사히 잘 도착했다. 그렇게 데일이의 상하이 생활이 시작되었다!




상괭이 인형도 안녕.


출처> 해양수산부


상괭이는 당시 한국에 들어왔던 돌고래였다. 부산 아쿠아리움에서 상괭이를 보고는 그 웃는 듯한 얼굴이 너무 예뻐서 상괭이 인형을 산 것이다. 극세털이라 보들보들했고, 색상도 회색이라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베고 자기에도, 안고 자기에도 딱 적당한 크기여서 우리 가족 모두가 가장 아끼는 인형이었다.



데일이랑 길이가 비슷한거 같다. 친구로 인식한걸까?



그랬던 인형을 데일이도 좋아하게 된 것이었다. 늘 베고 잤고, 등 부분에 튀어나온 이음새(?)가 있었는데 그 부분을 아슬아슬하게 물고 사람 앞에 툭- 던지는 것이다. (터그놀이하자는 뜻이다.) 이러는데 아무리 내가 아끼는 인형이라도 어찌 안 줄 수 있겠는가…!



아끼는 것이지만, 아끼는 데일이한테 주었다. 처음으로 어른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집 안에서 가장 어렸기 때문에 어른들이 아끼는 것을 받은 적은 있어도 준 적은 없었다. (친구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는 등과 같은 단순한 나눔 제외하고 말이다.)  아끼는 것을 누군가한테 준다는 건 굉장히 대단한 일이었다.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 따스한 마음이었다. 스스로가 대견하기도 했고, 나의 것을 나보다 더 좋아해 주는 데일이에게 선물하는 것은 성적을 잘 받을 때보다도 좋은 기분이었다.



상괭이 인형까지 살뜰하게 챙긴 데일이는 그 후로도 그 커다란 인형을 입에 물고 다녔다



상괭이 던져! (털이 조금 자란 상태다.)

 



你好 니하오, 上海 상하이
광저우 공항 도착 후, 벤으로 상하이 까지 이동하는 과정이다. (대략 15시간)



광저우 공항에서 상하이 까지 오랜 여정동안 아주 큰 기여를 한 것이 있었다! 바로 D.S를 새긴 (첫 화 참고) 데일이의 이모가 만든 데일 전용 쿠션이었다.



언제 어디서나 잘 먹는 데일씨 ^^;;;



한동안은 ‘이모’와 ‘누나’라는 말이 익숙했을 것이다. 데일이를 만나기 전에 데일이를 보여주겠다며, 사진이 오고 동영상이 오고 혹은 영상통화가 걸려도 별 감흥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데일이가 극히 사진빨을 받지 않았던 것도 한몫하고… 이모의 사진 실력도 한몫했을 것이다….) 하지만 피부를 맞대었던 데일이는 몸으로 느껴봤기에 모든 것을 상상할 수 있었다. 마치, 안 가본 곳은 말해도 모르는데 아는 장소를 타인이 말하면 머릿속에 그려지듯이 말이다.



적응의 왕답게 데일이는 상하이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일상을 되찾았다. 테라스에 나가서 일광욕을 하기도 하고, 소파에서 낮잠을 자기도 한다.



하품하는 중이다.
휴식 혹은 일광욕




엄마! 내가 지킬 테니깐 편하게 응가해!

데일이 또한 ‘이모’와 ‘누나’라는 단어에 재빠르게 반응했다. 자신의 엄마, 아빠와 함께 있어서 좋긴 했지만, 한동안 식구나 다름없었던 ‘이모’, ‘이모부‘, ’ 누나‘ 그리고 한국에서의 루틴은 몸에 배어져 있었다.


이불 광고 찍어도 될 법한 뽀송함.


대장(나의 엄마)이 박스 한가득 데일이가 좋아했던 한국 간식을 담아주면, 데일이는 냄새를 맡았다.


세상 편해보인다.


영상통화를 하여 영상 속에서 우리의 목소리가 들리면, 귀가 쫑긋거리다가 재빠르게 현관으로 향했다.


꾸벅, 꾸벅.... 조는 중이다.


제 엄마가 ’ 이모~‘ ’ 누나~‘라고 하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뭐야? 그 호칭이 왜 나와?!”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것이다.




사는 곳 또한 바뀌었기에 더 이상 이모와 누나가 없다는 것은 느꼈겠지만, 그래도 데일이는 한 동안은 기대해 보는 것이었다. 데일이가 보이는 모든 신체적 반응이 말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차츰차츰 잊혀 간다.
기대에 실망하고
기다림에 지치고
또 다른 세계에 적응해 가며




완벽 적응한 데일.




‘기대하는 것’이 안쓰러웠다. 나야, 인간이기에 앞으로 데일이가 어디에서 지내고, 어쩌면 더 이상 만날 수도 없다는 것을 언어로써 깨달을 수 있다. 하지만, 데일이는 아무리 똑똑해도 예측할 뿐, 완벽한 계획을 공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반려견들은 늘 반려인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고 바라보고, 자신을 데려왔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다. 우리는 더욱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들이 우리에게서 느끼는 애타는 마음은 감히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 첫 ep. 의 마지막화이지만, 한국에서 떠나 외국에서의 생활에 대한 요약을 ‘외전’에서 이어갈 예정입니다.

‘외전’이 끝나면, 데일이와 두 번째 만남과 이별까지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첫‘ 에피소드는 서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앞으로 많이 기대해 주시고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이별 또한 아름다운 것일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시는 모든 분께 늘 만남만이 가득한 인생이 되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이전 08화 첫-#7 너와 함께라면 무섭지 않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