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425-220428 at 광주 31사단
자대로
새벽 5시. 일찍 일어나 떠날 준비를 한다. 야수교를 떠나는 것도 맞지만, 사람과도 떠난다. 눈 비비며 아침을 먹고 생활관으로 돌아온다. 전 날 저녁, 우리는 군 생활의 최종 정착지를 위한 짐을 쌌다. 그 결과로 각자의 자리에는 터질 것만 같은 커다란 의류대가 놓여있다. 누구는 자대의 첫인상이라며 배레모의 각을 잡고, 누구는 못 다 적은 후반기교육 동기들의 전화번호를 수집한다.
다시 경산역으로, 목적지는 장성. 대전 근처 쯤까지 올라간 기차에서 두 무리로 나뉜다. 서울, 경기도로 올라가는 동기와 충청도, 전라도로 향하는 하행선으로 환승하는 동기. 내려가는 동안 동기들이 하나 둘 내리기 시작한다. 야수교 동기 중 장성역까지 함께 가는 사람은 단 한 명. 그마저도 다른 자대다. 즉, 31사단으로 가는 운전병은 나 하나뿐이란 뜻이다.
장성역에서 내린 두 명의 운전병. 마지막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이후 난 31사단으로 이동했고, 사단 내 자대배치를 받았다. 사실 여기서의 자대배치가 가장 중요하다. 15개월 이상을 누구와 살게 될 것인지 정해지는 순간이다.
...
...
직할대 방공중대 !
방공?
방 공 ?
방. 공. ?
직할대에 웃고 방공에 물음표를 던졌다.
신병 받아라
보충중대 앞 운동장에 서서 자대배치를 받았다. 각 여단과 직할대에서 차량으로 인원을 데리러 온다. 간부님들이 자차로 데리러 오거나, 스타렉스를 타고 이동한다. 절반 이상이 떠나갔는데, 나를 데리러 올 차량은 보이지 않는다. 그 순간 저 멀리서 마이티 트럭 한 대가 덜덜거리면서 이쪽으로 향한다. 저건 아니겠지. 저건 아닐거야. 설마 트럭은 아니겠지. 차가 멈추고, 방공을 부른다. 아 망했다.
중대장님과의 면담.
소대 운전병... 아니 신궁 운전병이 한 자리 더 비네. 여기로 가면 되겠다.
전장에서의 편지
집중정신전력 기간이다. '전장에서의 편지'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20분 정도 편지를 쓸 시간을 줬다. 정비반장님이 흘러가듯 말한다. 본인 군생활 하는 동안 여러 사고를 보았는데, 쟤 죽었다 싶으면 살고 이 정도면 살겠다 싶으면 죽더라. 전쟁나면 너네가 총알 피해다닐 것 같냐? 총알이 사람 피해가는거다.
"나는 오늘 살아남았습니다.
비겁하게, 운이 좋게, 어쩌다보니 살아남았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내가 내일도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편지를 길게 적을 수 없습니다.
부모, 형제, 사랑하는 이들에게,
당신도 살아남으십시오.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살아남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