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201-221231 at 광주 31사단
헤이즈가 꿈에 나왔다3
헤이즈가 9년 만에 첫 솔로 콘서트를 연다고 한다. 콘서트 메이킹 영상을 본다. 처음이란 기억은 오래가고 설레이잖아요. 처음의 마지막은 어떨까?
16강
이게 되네! 몇 명만 생활관에 따로 모여서 몰래 본 축구. 안 자고 보길 잘했다. 이 경기를 생방송으로 본건 진짜 최고의 선택이었다.
방꿀중대
방공은 꿀이다. 진지를 철수하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반장님 중 한 분도 진지에서 철수하셨다. 당직을 서면서 반장님의 20년 군 생활 중 15년을 보낸 곳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왜 여기 애들이 전문하사를 안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였다. 아무튼 그래서 고민하게 된 건 이 글의 정체성. 군대 썰이라기엔 뭐 한 게 없고, 일기장이라기엔 18개월짜리 일기가 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어쩌다
어쩌다는 더 이상 어쩌다가 아닐 수도 있겠다. 알고리즘에 조작당한 우연. 우연히 듣게 된 노래가 귀에 유난히 꽂혀 플레이리스트에 넣어 매일같이 듣는 중이었다. 대학 동기의 카톡 프로필뮤직도 그 노래로 바뀌었기에 신기한 마음에 물어보았다. 이 노래를 어떻게 알게 되었냐고. 알고리즘에 자주 떠서 듣다 보니 좋아서 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 나만 뜬 줄 알았는데, 모두에게 뜨는 것이었구나.
어릴 적, 월요일에 등교를 하면 전날 밤 방영되었던 개그콘서트 이야기를 했다. 그 이야기를 하며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10년쯤 지나니 그것이 리처드 도킨스가 말한 '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요즘은 알고리즘에 의해 뜨는 게시물과 노래와 작품이 유명해진다. 입소문을 넘어서 SNS를 타고 역주행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어쩌면 더 이상 우리가 우연히 보는 것들은 우연이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대한민국, 혹은 전 세계는 유튜브, 구글, 메타의 빅데이터 알고리즘 부서팀의 지휘아래 놓여 집단적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을지도.
6교대 당직
상병을 달자마자 시작한 당직. 진지에서 철수하자마자 후임이 놓고 간 짬을 맞으며 당직을 서게 되었다. 한 달이 대충 30일이니까, 6교대면 5번을 서야 한다. 그런데 당직 서는 사람들도 외출, 외박, 휴가는 나가야지. 그렇게 출타를 메꾸다 보면 보통 6번, 많으면 7번을 서게 된다. 당직 다음날은 근무취침으로 비번을 주지만 밤샘이라는 행위 자체는 미래의 수명을 당겨 쓰는 느낌이다. 뭐 사실 눈치껏이라는 게 존재하지만. 당직 2번 서면 보통의 교양 책 한 권을 읽게 된다. 책이라도 읽어야지. 근무가 좀 익숙해지면 할 거 다 해놓고 전공 책이라도 들여다보아야지.
눈이 오잖아
와 눈이다. 펑펑 내리네.
발목까지 쌓이겠다.
아... 이건 좀 너무 많이 오는 것 같은데.
아니 후방이 이 정도면 강원도는 얼마나 오는 거야?
이 정도면 제설이 불가능하지 않나?
제설 작업을 위해 조기 취침하겠습니다.
사단에 염화칼슘이 한 포대도 없는 거야?
상뱀. 뒤를 돌아봤더니 리셋되어있습니다.
병사를 활용한 제설 작업 중지하고 제설차를 활용해 주요 도로 위주로 제설 작업 할 것.
더 많이 옵니다.
눈오리 귀엽지 않습니까?
떴다 떴다 무인기
이럴 거면 당직 안 섰지. 오전에 이상한 항적이 몇 개 날아다니기에 훈련상황이겠거니, 혹 실상황이라면 진지는 바빠지겠네 했다. 그런데 점심시간이 지나자 상황이 슬슬 이상하게 돌아간다. 방공중대로 걸려오는 전화의 수가 늘어나더니 상황실 내부의 전화기 몇 대가 동시에 울리기도 했다. 사단 사령부에서는 당장 간부를 전투복 입고 올려보내라고 하며 TV에선 무인기가 서울 영공을 돌고 갔다는 소식이 나온다. 평소 전화량의 몇 배를 처리했다.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오후와 저녁을 보냈다. 당직 사관은 바로 회의 들어가야 한다며 저녁 점호도 간단하게 진행하고 끝냈다. 해제되지 않는 상황을 쳐다보며, 그날부로 시작된 주둔지 진지 점령 근무에 투입하는 인원을 확인하며 야간, 새벽 시간을 보냈다. 아침을 무사히 맞이하고 퇴근을 20분 남겨두었다. 수백 번+1번째 전화가 왔다. 퇴근이 머지않은 나는 신나게 수화기를 들었다. "통신보안 방공중대 누구입니다~" "나 !@#인데!"
"잘 못 들었습니다?"
나 사단장인데. 너네 당직사관 누구니?
"부... 부소대장님?"
"아 왜"
"그.. 사단장님이 찾으십니다."
"뭐?"
심심하다며 일과 전에 상황실에 들어온 통신병 선임에게 하소연했다. 내가 제발 당직 전화기 좀 바꿔달라 하지 않았느냐고. 전화번호가 안 뜨는 구형 전화기로 누군지도 모르고 받았는데 사단장이면 어떤 기분인지 아느냐고. 사단장님의 전화를 마지막으로 나는 퇴근했다. 사단장님이 무어라 하셨는지는... 모르겠다. 다음 당직과 간부와 병사들이 알아서 하겠지. 난 퇴근했어. 끝!
겨울이 오는가보다
날이 춥다. 바람이 차다. 문득 귀 기울인 라디오에서 캐롤 리듬이 나온다. 겨울이다.
헤이즈가 꿈에 나왔다4
콘서트에 가는 꿈을 꿨다. 설레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공연이 시작되고, 신기한 시간들이 지나갔다. 휴가내서 나온 군인들에게 힘들겠다며 힘내라는 응원도 들었다. 너무나 꿈만 같은 순간들이었다. 잠깐, 꿈같은 순간이라고? 뭐야. 이거 꿈이 아니잖아.
헤이즈를 보려고 휴가 일정을 잡았다. 200일을 버티다 휴가를 나가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헤이즈의 콘서트 일정이었다. 뭐 사실 사회에 있다면 군인 휴가가 뭐 그렇게 대수일까 싶지만... 군인에게 있어 휴가 1일은 남다른 의미와 가치를 지니지 않는가. 생색 맞다. 언젠가 헤이즈가 이 글을 보고 감동받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헤이즈 콘서트 한다는 소식을 본 순간부터 휴가를 기다리고 연말을 행복하게 기다릴 수 있었다. 그래서 사실 헤이즈 보겠다고 생색낸 것보다 헤이즈 보겠다고 실실 웃으면서 기분 좋게 보낸 날짜가 훨씬 더 많아서 생색 낼 수가 없다. 뭐랄까. 더 많이 받은 느낌. 공연은 2시간에서 3시간 사이였지만, 그전으로 후로 난 수많은 여운과 잔상에 머물러 그 순간을 추억하고 좋아할 테니.
언젠가 그리워질 이 순간.
한 해의 마지막을 @heizeheize와 보내다. (보냈다!)